스크린의 기록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 젊은 인생과 사랑에 대한 담담한 고찰

괴짜인 듯한 주인공 마고는 자신에게 ‘공항 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비행기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어딘가 사이에 끼여서 붕 뜬듯한 그 느낌,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그녀의 말에 초면의 남자는 가볍게 웃는다.

마고와 루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모습마저 일상이 된 결혼 5년차 부부다. 장난을 치다가 토라지기도 하고 이내 까르르 웃는 그들에게는 첫만남의 두근거림은 없지만 안정된 애정이 느껴진다. 반면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난 이웃 다니엘에게 느끼는 감정은 보다 충동적이고 강렬하다. 마고는 루를 배신할 수 없다고 다짐하면서도 다니엘에게 이끌리는 자신을 부정하지 못한다.

79년생의 젊다면 젊은 사라 폴리 감독은 이 모든 것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다. 여느 멜로 영화와는 다르게 한 번 사는 인생 마음이 가는 대로 하라는 충동적이면서 솔직하고 간단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전적으로 마고의 편을 들어주지도 반대하지도 않으면서, 특정 인물에 편향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마고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불안이 예기치 못한 만남으로 증폭되고 그로 인해 어떠한 선택에 이르는 여정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조금 더 슬프고 복잡하다. 마고의 흔들리는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듯한 남편 루의 모습을 보며 마고의 갈등에 공감하다가도, 일상 곳곳에 배인 그의 사랑에 되려 마고가 더 무심하게 느껴진다. 다니엘과 마고의 주체하지 못할 만큼 끓어오르던 감정도 시간이 지날 수록 사그라져간다는 것에 부인하지 못하는 섭섭함이 든다. 또다시 생긴 일상의 틈에 마고와 루가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이는 희망으로 그친다. 편향되지 않은 시선이 갈팡질팡하는 마고만큼이나 보는 이의 마음 역시 복잡하게 만든다. 어떤 사랑이든 시간의 흐름에 비슷한 모습으로 귀결되는 모습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왈츠를 추듯 사랑을 오가는 마고. 다양한 변수 속에서도 일정 방향으로 귀결되고 마는 사랑과 인생의 왈츠를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결국 마고의 몫이다. 마고, 루, 다니엘을 분주하게 오가던 카메라는 그 어떤 사랑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은 채 멈춘다. 아주 나중에 그녀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시작한 장난이라며 머쓱하게 이야기하는 루를 보며 마고와 함께 눈물을 흘렸지만, 또 어쩌면 30년을 기다리지 않아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사랑과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한쪽으로 정해지지 않은 붕 뜬 상태, 그 안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채우려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 갈구하는 마고의 모습은 사실 특별하지 않다. 반짝이고 뜨거웠던 그 어떤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빛을 잃고 익숙해진다. 살아보면 별거 없다지만, 그 안에서 빈 틈을 메우며 살기 위해 종종걸음 치는 마고의 모습이 그래서 더 애틋하다.


***

제목: 우리도 사랑일까(Take This Waltz,2011)
연출/각본: 사라 폴리(Sarah Polly)
출연: 미쉘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 마고), 세스 로건(Seth Rogan, 루), 루크 커비(Luke Kirby, 다니엘)
장르: 드라마
제작국가: 캐나다
음악: 조나단 골드스미스(Jonathan Goldsmith)
편집: 크리스토퍼 도날드슨(Christopher Donaldson)
촬영: 뤽 몽펠리어(Luc Montpellier)

***


+ 마고의 시선은 어느 순간부터 루의 등 뒤를 맴돌았다. 그런 그녀의 뒤에는 다니엘이 있었다. 쳇바퀴를 도는 듯한 감정과 시선이 그 어떤 대사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 늘 대단했던 미쉘 윌리엄스의 연기는 또 다시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세스 로건(개인적으로는 그의 재발견이었다). 진솔함이 엿보인 그의 연기에 눈물이 나더라.


<짧은 감상/라이프로그>


우리도 사랑일까

미셸 윌리엄스,세스 로건,루크 커비 / 사라 폴리

나의 점수 : ★★★★

누구나 어느 한쪽으로 정해지지 않은 붕 뜬 상태, 그 안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채우려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 갈구한다. 세 남녀 사이를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던 카메라는 그 어떤 것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멈춘다. 어떤 사랑을, 인생을 선택하든 결국 각자의 몫이라는, 담담한 고찰이 담긴 영화.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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