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2012)

장고: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2012)
– 타란티노의 ‘좋아서 만든 영화’ 

과장된 잔인함이 싫어 호평에도 피해왔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었다.선혈이 낭자하기는 했지만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고, 무엇보다도 2차 세계 대전이라는 무거운 배경에 농담을 섞어낸 치밀한 연출에 놀랐다 (브래드 피트와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 역시 두말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후 접한 <저수지의 개들>이나<펄프 픽션>, <킬빌>에서도 무겁지 않게, 그러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연기, 소품, 음향 등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의 신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제목만으로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고(1966)>을 연상시키지만, 사실 내용상 크게 연관은 없다. 많은 아류에서와 마찬가지로, 한 인터뷰에서 크리스토퍼 왈츠가 이야기한 ‘쿨함의 대명사’로서 ‘장고’를 차용했을지도 모른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는 무자비한 백인 총잡이가 흑인 노예로 변모한 것 이외에도, 미국의 노예 제도와 인종 차별을 꼬집는 설정 덕에 서부극과 시대극이 절묘하게 섞여있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주인공 장고가 현상금 사냥꾼인 슐츠 박사를 만나 자유를 얻고 다른 곳으로 팔려간 아내를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배경은 1858년 미국 남부, 노예 제도가 유효하던 시절의 묘사는 비인간적이고 처참하다. 영화는 노예 제도를 소재로 한 것에 그치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을 사고 파는 노예 제도와 죽이거나 죽은 사람을 거래하는 현상꾼 사냥의 비꼬기도 하고, 그 연장성에 있는 인종 차별에 대한 자성의 시선을 내비치기도 한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그렇듯, 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소재나 설정에 대한 판단을 내릴 틈이 없다. 긴 상영 시간은 쉴새 없이 이어지는 액션과 드라마로 채워진다. 채찍 소리마저 리듬감이 살아있고, 시퀀스의 클라이막스마다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음악이 흐른다. 치밀한 연출에서 ‘계산’이 보일 때 답답함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타란티노는 이곳에서 진가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무거운 주제인데도 신나고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장고의 D는 묵음’이라며 한껏 폼을 잡는 장고의 모습, 오리지널 장고에 대한 오마주는 특유의 농담과 어우러져 모르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웃게 만든다. 크리스토프 왈츠와 제레미 폭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무엘 L.잭슨의 쟁쟁한 연기는 영화를 그야말로 ‘완벽하게’ 만든다.


타란티노의 영화에서는 한 컷 한 컷 치밀하게 계산하는 감독의 모습보다, 영화가 너무 좋아 신이 난 영화광의 모습이 연상된다. 서부극의 향수가 느껴지는, ‘좋아서 만든’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재미있고 통쾌하지만, 대범하게 선택된 노예 제도나 인종 차별과 같은 소재들은 비하되거나 경시되지 않는다. (우디 알렌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수다스럽고 통쾌한 그의 유머는 한층 더 깊어졌고,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비롯된 특유의 리듬감과 스릴은 그의 다음 작품을 어김없이 기대하게 한다.

***

제목: 장고: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2012)
연출/각본: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캘빈 캔디), 제이미 폭스(Jamie Foxx, 장고), 크리스토프 왈츠(Christoph Waltz, 닥터 킹 슐츠), 사무엘 L. 잭슨(Samuel L. Jackson, 스티븐), 케리 워싱턴(Kerry Washington, 브룸힐다)
장르: 드라마, 액션, 멜로/로맨스
제작국가: 미국
촬영: 로버트 리처드슨(Robert Richardson)
음향: 윌리 스테이트먼(Wylie State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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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 장고와 타란티노의 까메오. 아는 사람만 아는 능청스러운 농담!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악독한 농장주 캔디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해낸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인터뷰에서 그는 흑인 배우들을 향해 ‘N-‘을 뱉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아카데미며 골든글로브는 타란티노와 크리스토프 왈츠에게 각각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안겨줬지만, 그의 연기도 결코 손색이 없다.


<짧은 감상>
나의 점수 : ★★★★
서부극에 대한 향수가 느껴지는, 타란티노의 ‘좋아서 만든 영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만의 유머와 리듬감은 독특한 스릴을 만들어낸다. 수다스럽고, 통쾌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한 이 영화는 쟁쟁한 연기와 치밀한 연출이 맞물려 (어김없는) 수작이 되었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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