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
– 화려함 뒤에 남는 건 음악뿐

‘개츠비는 어째서 위대한가?’ – 나의 질문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위대해질 수 있을까. 사실, 사람을 두고 ‘위대하다’는 표현을 잘 쓰지도 않거니와, 존경의 의미인지 비아냥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뉴욕 외곽에 사는 닉은 호화 별장에 사는 이웃 개츠비와 가까워진다. 개츠비는 닉의 사촌인 데이지와 옛 연인 관계. 참전 후 개츠비가 돌아왔을 때 데이지는 부유한 톰과 결혼한 후였다. 그러나 그 후로도 그녀를 잊지 못한 개츠비는 데이지를 그리며 가까운 곳에 집을 사고, 매일 파티를 연다. 극적으로 만나게 된 둘은 달콤한 시간을 보내지만, 베일에 싸여 있던 개츠비의 과거와 현실이 하나 둘 드러나고 불우한 사고로 결국 파국에 치닫는다는 내용이다.


성장의 그늘에서 도덕적 타락과 부패가 팽배했던 시대, 모두가 돈과 쾌락을 추구할 때 개츠비는 하나의 ‘순수한’ 이상을 가슴에 품는다. 방향을 잃고 떠돌다 명멸해가는 이들 사이에서 맹목적이지만 무언가를 좇던 개츠비는, 닉의 말대로, 위대했을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너무도 순진했기에 한순간 무너지고 만다. 역설일 것으로 생각했던 개츠비의 ‘위대함’에서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영화만으로는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애초에 품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어 결국(덕분에) 원작을 펼쳤다. 영화 속 개츠비의 모습은, 미간의 주름으로 한껏 멋진 척하는 덜 성숙한 청년 같았고, 왜곡된 감정의 노예로 허상을 좇다 결국 자멸하는 존재로 보였다. (아, 여자라면 부러워할 만한 청년 개츠비의 시선은 순간이었지만 매혹적이었다!)  개츠비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다 우호적으로 변한 원작과는 다르게 영화 속 닉은 처음부터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터에 감정적 동조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도 아쉽다. 개츠비가 바라는 단 하나의 이상, 데이지는 그녀의 속물적 근성을 물 위로 드러내지 않고 반짝이기만 한다. 연기는 훌륭했지만, 캐릭터 자체의 깊이가 없었던 것일까. 영화 전반적으로 심리적인 묘사보다 화려한 영상에 치중한 탓에 흡인력이 떨어지고 후반으로 갈수록 피로가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관람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영화의 특정 장면보다 음악이 기억에 남는다. will.i.am, Gotye, Jay Z,Kanye West 등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O.S.T.는 재즈의 시대를 팝, 힙합과 접목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음반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개츠비와 데이지의 이루어질 수없는 사랑은 영화보다 노래 <Young and Beautiful>로 더 절절하게 와 닿는다.  


원작, 그것도 문학사에 한 획을 그린 작품을 스크린으로 다시금 옮긴다는 부담감이 컸을지도 모른다. 주옥 같은 배우들의, 그리고 영화만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개츠비가 탄생하길 바랐던 건 욕심이었을까. 영화는 개츠비의 저택처럼 화려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다.

***

제목: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2013)
연출: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각본: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크레이그 피어스(Craig Pearce)
원작: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제이 개츠비), 캐리 멀리건(Carey Mulligan, 데이지 뷰캐넌), 토비 맥과이어(Tobey Maguire, 닉 캐러웨이), 조엘 에저튼(Joel Edgerton, 톰 뷰캐넌)
장르: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제작국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촬영: 시몬 더건(Simon Duggan)

*** 


+ 영화가 너무 길다. 요즘 영화들은 왜 이리 긴지.

+ 어찌됐든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반가워 그가 나온 작품을 줄줄이 챙겨 보는 중. 언제부턴가 사랑을 잃거나 (지독하게) 그리워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된 듯 하다.

<짧은 감상>
나의 점수 : ★★★
화려한 영상에 치중하느라 심리 묘사를 놓쳐버린 듯. 주옥같은 배우들의, 그리고 영화만의 장점을 살린 개츠비가 탄생하길 바랐던 건 욕심이었나 보다. 영화는 개츠비의 저택처럼 화려했지만 속이 텅 비어 있었고, 감각적인 음악만이 기억에 남는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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