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갤버스턴 (Galveston, 2018)

갤버스턴 (Galveston, 2018)
– 지금이 마지막이라면

주인공 로이가 기침을 하며 피를 뱉는다. 폭력 조직의 일원으로 누군가를 쫓거나 죽이는 일을 해오던 그다.

함정에 빠진 로이는 도망쳐 나오며 의자에 묶여 있던 록키를 구한다. 로이는 어리고 철없는 록키를 거추장스럽게 여기면서도 자꾸 손을 내민다. 엉망으로 살아온 인생이지만 죽음 앞에 선 그의 내면에 어린 록키와 티파니의 삶은 자신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리잡는다.

수렁에 빠진 둘의 삶을 구하기 위해 로이는 크나큰 모험을 감내하지만 수포로 돌아간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으로 향해간다고 믿었던 그의 삶은 오래도록 이어진다.


하룻밤의 일 같기도, 몇 달에 걸쳐 벌어진 것 같기도 한 이들의 여정에는 많은 시간과 감정이 생략되어 있다. 앞으로만 나아가는 영화의 시간 속에서 그간의 록키와 로이가 살아온 삶을, 그 안의 사람을 짐작해볼 뿐이다.

스티브 잡스처럼 매일 거울 앞에서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라고 묻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죽음 앞에 서게 되는 우연한 순간들이 있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은 진솔하고 근원적이다.

로이의 우연한 순간에 록키와 티파니가 등장한다. 그들을 위해 마지막이라면 조금 더 인간답기를 택한 그의 삶은 계속해서 얽히고설킨다. 사건의 나열만 놓고 본다면 비극이다. 그럼에도 찰나를 함께하고 긴 시간 괴로워야 했을 이들을 만나지 말았어야 할 악연이라고 하기에는, 누군가를 위한다는 목적을 찾은 로이의 눈빛과 마지막까지 인간다움을 지켜내던 마음이 가져온 변화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영화가 빛과 어둠, 낮과 밤, 내리쬐는 햇살과 허리케인을 오가는 동안 죽음의 정서가 서서히 스민다. 상투적인 ‘해피 엔딩’이 아닌 영화의 마지막은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미국의 작은 마을 갤버스턴에서 햇살 가득한 바닷가의 찬란한 한 순간을 떠올리는 그의 뒷모습을 비춘다. 매일의 소용돌이를 허우적대며 잊고 지내던 나의 죽음과 인간다움을, 그렇기에 더욱 빛나야 할 지금 이 순간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려본다.


  • 제목: 갤버스턴 (Galveston, 2018)
  • 연출: 멜라니 로랑 (Melanie Laurent)
  • 각본/원작: 닉 피졸라토 (Nic Pizzolatto)
  • 출연: 벤 포스터 (Ben Foster, 로이), 엘르 패닝 (Elle Fanning, 록키), 릴리 라인하트 (Lili Reinhart, 티파니)
  • 촬영: 아르노 포티에르 (Arnaud Potier)
  • 제작국가: 미국

– 영화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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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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