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스플라이스 (Splice, 2009)

스플라이스 (Splice, 2009)
– 인간은 욕심을 위해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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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연출: 빈센조 나탈리 (Vincenzo Natali)
  • 출 연: 애드리안 브로디(Adrien Brody, 클라이브), 사라 폴리(Sarah Polley, 엘사), 델핀 차뉵(Delphine Chanéac, Dren)
  • 장르: SF, 스릴러, 공포
  • 제작국가: 캐나다, 프랑스, 미국
  • 각본: Vincenzo Natali, Antoinette Terry Bryant, Doug Taylor
  • 촬영: 나카타 테츠오 (Tetsuo Nagata)

영화를 보고 나와서 구토가 밀려온 적은 없다.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 극단적인 소재나 장르는 제외하기는 해도, 어 지간한 좀비물이나 공포물은 눈살을 찌푸려도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느낌이 든 적은 없다.

[스플라이스]를 보고 나와 집에 오는 길까지, 아니 잠들 때까지 역겹다는 느낌이 없어지지 않았다. 차분히 생각해보면 특정 장면이 극단적으로 연출되어서도, 등장하는 새로운 생명체들이 징그러워서도 아니었다.

[스플라이스]는 DNA 조작을 통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려는 과학자 커플인 클라이브와 엘사가 규정과 윤리를 넘어 감행한 무모한 실험과 그 대가에 대해 그린 영화이다. 동물 DNA의 조작을 통해 단백질 공급원을 만들어내기 위해 제약 회사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연구의 완성’을 위해 인간 DNA를 무단으로 이용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각종 동물의 DNA를 추출한데다 인간의 DNA를 더해 만들어낸 이 생명체는 처음에는 조류의 변종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 같았지만 갈수록 사람의 형체를 지니게 된다. 클라이브는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이 생명체에 대한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엘사는 아마도 다시는 할 수 없을 이 실험의 끝을 보기를 주장한다.


If we don’t use human DNA, someone will do later

이미 그들의 선택에 있어 과학은 인류나 생명을 위한 것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지금 우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인간의 유전자를 이용해 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정당화한다.  영화 중반까지 클라이브를 통해 이러한 점을 상기시키지만 그들은 결국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방향을 선택한다.

애초에 과학과 윤리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가에 대한 질문을 곱씹어보는 도중, 영화는 그야말로 극단의 극단을 거듭하며 결말로 치닫는다. 그리고 구토가 치밀었다.

평소 무언가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던 터라, 이들의 실험이 인간이 아닌 동물의 DNA를 조 합해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낸다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인간’의 무언가로 조작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지, 무언가를 인간의 욕심 때문에 ‘조작’하는 행위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내릴 기회는 주지 않는다. (거기다 동물 DNA로 만들어진 생명체는 ‘실패작’이 되지만, 인간 DNA로 만 들어진 생명체는 모든 것이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우월주의를 강조하는 느낌이었다.)

또한 그들이 인간 DNA로 만들어낸 “DREN”에 대한 접근법 역시 지극히 인간 중심적이다. 여러 DNA가 결합되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DREN에게 말을 가르치고, 인형을 쥐어주는 등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인간’이라고 형 성해 나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이 실험이나 연구를 하면서 혹은 과학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가장 쾌감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가 자신의 통제 하에 자신이 예측한 결과가 도출되고 그 결과가 만족스러울 때가 아닌가 싶다. 자신의 아이를 갖기를 거부하던 엘사가 DREN에 애정을 쏟는 것도 자신의 통제 하에 잘 만들어진 결과물에 만족해서일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DREN은 주입된 여자 인간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결국 그들의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접근 때문에 DREN은 물론 그들마저도 인간과 그들이 만들어낸 생명체 사이의 경 계를 혼돈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로 DREN이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고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엘사는 그들이 주입한 정체성을 부인하고 그(녀)로부터 모든 것을 박탈하려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대체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욕심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할 수 있는지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니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끝은 없다는 것이다.

길지 않은 빈센트 나탈리 감독의 필 모에도 본 영화가 [큐브] 하나였던 나에게는 13년 만에 접하는 그 의 작품이기에 기 대가 컸다. 충격적인 작품이라고 기대했기에 어떻게 보면 기대에 어긋나지는 않은 셈이다. 또한 빈센트 나탈리 감독과 길예르모 델 토로(기획) 역시 10년을 준비한 극 비 프로젝트였다고 하니 적지 않은 노력으로 만들어낸 영화인 셈이기도 하다.

그들이 이 영화를 통해 알리고자 했던 것 은 무엇일까? 결 국 인간을 가장 추악한 존 재로 전락시키는 것 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라는 것 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개인적으로는 인간 우월주의적인 발상이 가져온 파국을 보 여주는 경고성 메시지를 기대했지만, 영화는 그보다 인간과 그 욕망을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드러낸다. 일련의 사태를 겪고도 (개인적) 욕망을 위해 계약서에 서명하는 엘사의 모습을 통해 욕망에 눈이 먼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러한 모습이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음에 역 겨움을 느낀 것 같다. 과학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하다 길을 잃게 되는 모습을, 그 발전 속도에 정신의 성숙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

영화 전단지를 보고 무섭도록 아름다운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그렇게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 그 끝은 어디인지를 SF적으로 풀어놓은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가 제격인 것 같다.

(시쳇말을 섞어) 한마디로 이 영화를 정리하자면, [스플라이스]는 ‘막장’ SF 판타지 스릴러였다.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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