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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an 2010] 미스터 노바디 (Mr. Nobody, 2009)

[PiFan 2010] 미스터 노바디 (Mr. Nobody, 2009)
– 수많은 선택 속에 갈등하는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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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연출/각본: 자꼬 반 도흐마엘 (Jaco Van Dormael)
  • 출연: 자레드 레토(Jared Leto, 성인/노인 니모 노바디), 다이앤 크루거(Diane Kruger, 안나), 사라 폴리(SarahPolly, 앨리스),린 댄 팜(Linh Dan Pham, 진), 토비 레그보(Toby Regbo, 16세 니모 노바디)
  • 장르: 드라마, 판타지, 로맨스, SF
  • 제작국가: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독일
  • 촬영: 크리스토퍼 보칸(Christophe Beaucarne)
  • 편집: Susan Shipton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고, 얼마나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서 갈등하고 방황하며, 얼마나 자주선택한 길보다 선택하지 않은 길을 뒤돌아보고 후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미스터 노바디 (극 중 이름이 ‘니모 노바디’이다)는 2092년, 노화로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시대에 118살의 노화로 죽는 마지막 인간으로 눈을 뜬다. 이름과 생일 이외에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는 최면을 통해 태어나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시간 여행을 한다.


이와 같은 선택을 두고 어린 니모 노바디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하지 않게 된 질문을 던진다.

“Everything we see exists. We can see it.
I can see mommy’s eyes. But I can’t see my eyes. The little baby can see his
hands. But he cannot see himself. So does he really exist? Do I really
exist?”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모두 존재해요. 우리는 볼 수 있죠. 난 엄마의 눈을 볼 수 있지만, 내 눈은 보지 못해요. 아기는 자신의 손을 볼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을 볼 수는 없어요. 그러면 그 아기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요? 나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요?)

“Why am I me, not someone else?”
(나는 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일까요?)

9살이 된 니모는 이혼으로 갈라서는 부모님을 사이에 두고 기차역에 선다. 그리고 고민한다. 엄마를 따라갈 것이냐, 아빠를 따라갈 것이냐. 인생의 갈림길에 선 그는 숱한 길을 두고도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하며, 엄마를 따라 나서기도 하고, 아빠를 따라 나서기도 한다.



As long as you don’t choose, everything remains possible.
(당신이 선택을 하지 않는 한, 모든 것이 가능한 상태로 남는다.)

한 순간에 대한 결정이 연쇄 작용으로 전혀 다른 결말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슬라이딩 도어스]라는 영화가 떠올랐지만,이 영화는 지하철을 타느냐, 타지 않느냐의 하나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아닌, 한 순간의 선택이 또 다른 선택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부채꼴 모양처럼 끝없이 넓어져가는 인생을 담았다.




9살의 소년의 선택에 따라 그는 세 가지의 각기 다른 사랑을 만난다. 이들과도 만남과 엇갈림을 반복한다.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를 오가고, 무엇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할 수 없는 영상들로 이루어진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제목인 [미스터 노바디]로 돌아온다.

I am Mr. Nobody, the man who doesn’t exist.
(나는 미스터 노바디라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지)

그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선택의 순간을 회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몸을 숨긴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의 선택은 그렇게 또 다른 선택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그는 너무 많은 형태로 존재하거나, 혹은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그의 인생은 선택이 결국 우리를 존재하게 한다고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선택이 옳고,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어떠한 선택도, 그리고 숱한 선택들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도, 순간도 모두 소중하다고.

누구나 가지 않은 길을 돌아보며 ‘그 때 내가 이 길을 걸었더라면’이라는 후회를 한다. 그러나 후회에 얽매여 현재와 미래가 아닌,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말자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잘 포장되어 있는 길이든 힘든 길이든,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아닐까?

수많은 선택 속에서 고뇌하고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자신과 자신의 선택을 믿고 즐겁게 한걸음 한걸음을 즐겨보라고, 영화는 그렇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친 마음을 토닥거려 주었다.

***

[미스터 노바디]는 이번 PiFan에서 <테리 길리엄의 상상 극장>과 함께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였다. 비록 자꼬반 도흐마엘 감독이 [토토의 천국(1991)]이나 [제8요일(1996)]로 이미 잘 알려진 감독이긴 하지만, 그의 영화를 접해보지 못한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자레드 레토와 사라 폴리의 출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존재와 사랑, 시간, 인생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경쾌하게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내용과 대사만큼이나 음악도 영상도 아름답게 맴돈다.



상영 시간이 134분이라 감독과의 대화는 이어지는 상영에 쫓기듯 마무리되었지만, 10여 년에 걸쳐 써내려 가며 희망과 긍정을 보여주려고 했던 마음이 조금은 전해진 것 같았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국내 상영 일정이 잡힌 것 같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현장 이미지: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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