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X-Men: First Class, 2011)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X-Men: First Class, 2011)
– 프리퀄 이상의 프리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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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코믹스는 어렵다. 어렵다기보다는 복잡하다. 내가 태어나기 전, 아니 부모님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시작된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들은 같은 편에 섰다가도 어떤 작품에서는 다른 편에 서 있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한다. 마블 코믹스를 책으로 본 적은 없지만 영화로는 <헐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을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그럼에도 아주 최근까지 ‘마블 유니버스’로 이어진 그들을 봤다기보다는 개별 히어로로서 좋아한 편이다.

이 중에서도 <엑스맨> 시리즈는 한 명의 히어로를 조명한 시리즈가 아닌 여러 히어로 혹은 돌연변이(뮤턴트)들이 등장하고 이들세계 내외적 갈등을 다루어서 그런지 스핀 오프가 제작된 ‘울버린’이나 간달프로 기억되던 ‘매그니토’, ‘프로페서 X’ 이외의 캐릭터들은 그리 인상 깊게 남지 않았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역시 처음에는 <엑스맨> 시리즈의 연장선이 아닌, <토르>에 이은 (최근 분발하고 있는)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물 정도로 생각하고 봤다. 그러나 이번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선악 구도가 명확한 악에 맞선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뮤턴트(돌연변이)들의 성장기와 이후 시리즈로 이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의 시발점들을 모아놓은 작품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수 만년을 거쳐 천천히 진화하고 있던 인류에게 제 1,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원자력에 의해 급속도로 진화한 개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돌연변이들은 주위와 다른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거나 부끄러워하고, 혹은 이러한 능력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이용하려는 세력들의 실험체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 원한으로 세바스찬 쇼우를 찾던 ‘매그니토’는 인간을 도와 제3차 대전의 위기를 막으려는 ‘프로페서 X’와 다른 돌연변이들과 합류하게 되고 훈련을 통해 더욱 막강해진다. 인간을 도와 공존할 기회를 모색하던’프로페서 X’는 우월한 개체인 돌연변이들을 인간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며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매그니토’와 본격적으로 부딪히고 결국 갈라서게 된다.

왜 인간과 그들은 왜 공존할 수 없는가

<아이언맨>과 같은 히어로물에서는 1인 혹은 소수의 히어로들이 대놓고 세상을 구하겠다고 나서고 범인(凡人)들은 뒤에서  환호한다. 이들은 각자가 지닌 ‘우월한’ 능력을(그것이 재력이 되었든, 지능이 되었든) 어떻게 쓸 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만 사회와의 공존에 대해 크게 고민하는 것 같지는 않다.

반면 <엑스맨>의 특히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히어로들은 각자의 우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수의 집단으로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른 것을 틀렸다고 보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하려는 인간들의 집단적 본성의 칼날에 잘리지 않기 위해, 어린 그들은 자라나는 날개를 자르거나 주변의 다수와 다르지 않은 외관을 유지함으로써 살아 남으려고 한다.

 미스틱과 비스트의 만남

매튜 본 감독은 <킥 애스>가 던졌던 ‘모두가 영웅에 열광하면서, 영웅이 되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통해 답하려고 하는 것 같다. 히어로든 사람이든, 다수와-혹은 사회적 잣대와- 다른 소수에 대한 우리네의 시각은,인정하기 싫지만, 차갑고 이기적이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돌연변이들은 히어로 이전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공존할 것인지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할 것인지, 이 두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매그니토’ vs. ‘프로페서 X’ 이전의 그들, 에릭과 찰스

프리퀄이나 스핀 오프의 묘미는 본 시리즈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데 있다. 사실 <엑스맨> 시리즈를 영화로만 접한 입장에서는 왜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X’가 숙적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를 ‘오랜 친구’라고 부르는 관계가 유지되는 지 궁금했다. 악당 돌연변이들의 대장인 ‘매그니토’와 조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이자 인자한 ‘프로페서 X’가말이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쾌활한 청년인 ‘프로페서 X’ 이전의 찰스와 아픔을 지닌 ‘매그니토’ 이전의 에릭을 통해 그들이 악하게 혹은 선하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회가 후천적으로 그들을 변화시켰음을 보여준다. 이상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던 자상한 미소의 ‘프로페서 X’가 택한 온건한 태도가 생존이나 정체성에 대한 큰 고통 없이 자란 그의 과거에서 기인한 것이며, ‘매그니토’가 이 후 정부가 공존책으로 제시한 돌연변이 등록법에 거세게 저항하는 것에는 나치 시절 하의 유대인으로서 겪은 억압과 탄압, 실험체로서 인간적인 삶이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유년 시절의 영향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에릭과 찰스는 이후 각자 다른 노선을 걷게 됨으로써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X’로 대립하게 되지만, 서로의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친구로서 시리즈를 관통하는 우정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찰스와 에릭,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체스 게임

마블 코믹스의 특성상 한 사람의 산물이 아닌 작품이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역시 여러 사람을 거치며 시리즈 간의 개연성이 다소떨어질 수 있다. <엑스맨> 시리즈를 알고 있다면 이러한 고리들이 어떻게 변형되고 또 연결되었는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첩보물 분위기까지 나는, 돌연변이 계의 007들이 펼치는 액션과 영상, 거기다 어느캐릭터 하나 소홀하게 다루지 않는 세심함과 고민거리까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자체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프리퀄임에도 여러 편으로 제작된다고 하니 다음 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중 행크와 찰스가 셀리브로의 초기 모델을 쓰면서 던지는 ‘내 머리에 손대지 마’라는 대사에서 웃음이 터졌다. <엑스맨 1> 중에서 울버린과 사이클롭스가 나눈 대화 중 ‘퍼스트 클래스’들이 입었던 유니폼을 빗댄 듯한  ‘촌스러운 노란 색 유니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Well, what would you prefer? Yellow spandex?”라고 이야기한 사이클롭스와 그들의 유니폼


그리고..퍼스트 클래스의 유니폼

***
연출: 매튜 본(Matthew Vaughn)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James McAvoy, 찰스 자비에), 마이클 패스벤더(Michael Fassbender, 에릭 렌셔/매그니토), 케빈 베이컨(Kevin Bacon, 세바스찬 쇼우),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 레이븐 다크홀름/미스틱), 재뉴어리 존스(January Jones, 엠마 프로스트), 로즈 번(Rose Byrne, 모이라 맥타거트), 니콜라스 홀트(Nicholas Hoult, 행크 맥코이/비스트), 루카스 틸 (Lucas Till, 알렉스 서머스/하복), 케일럽 랜드리 존스 (Caleb Landry Jones. 숀 캐시디/밴쉬)
장르: 액션, 모험, 드라마, SF, 스릴러
제작국가: 미국
각본: Ashley Miller, Zack Stentz, Jane Goldman, Matthew Vaughn, Sheldon Turner/ Bryan Singer (원안)
촬영: 존 매디슨 (John Mathieson)
***

+. 매그니토 역의 마이클 패스벤더와 찰스 자비에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 외에도 캐스팅들이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

++. <토르>에도 등장했던 Stan Lee가 보이지 않아 괜히 아쉬웠다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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