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퍼펙트 센스 (Perfect Sense, 2011)

퍼펙트 센스(Perfect Sense, 2011)
– 잃을수록 완전해지는 퍼펙트 센스


눈을 감고 눈 앞에 있었던 과자를 찾아본다. 보고 있을 때는 0.1초의 망설임이나 오차 없이 집어내던 걸 엉뚱한 물건들은 건드려가며 더듬는다. 감기로 코가 막히면 숨쉬기도 불편하지만 음식의 맛도 잘 느끼지 못해 살기 위해 먹는다는 기분으로 우걱우걱 무언가를 씹어 삼킨다. 보고 듣고 맛보고 향을 음미하고 만지고 느낄 수 있다는 것, 우리에게 오감은 축복이다. 그러나 물과 공기처럼, 아니면 그보다 더 당연히 생각하고 있어 이들이 삶에 있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잃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서야 잘 실감이 가지 않는다.

감각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기억하고 추억하는 기능을 잃는 것이다. 추운 기운이 콧등을 스치고 지나갈 때 누군가와 함께 했던 핫초코의 향을 기억해내기도 하고, 갓 구운 빵의 향기에 달콤한 무언가를 추억하기도 한다. 오감 중 하나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생활이 불편한 것은 물론 온전히 느끼고 기억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영화에서는 전세계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후각을 잃었다. 후각을 잃기 전 깊은 슬픔에 빠져 눈물을 쏟아 낸다. 떠나간 사람, 그리운 것을 떠올리며 운전을 멈추고, 요리를 멈추고 서럽게 운다. 무언가를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안정을 찾아갈 때 즈음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고 허기에 주변의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그리고 미각을 잃는다.


이렇게 너무도 갑자기 감각을 잃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혼돈에 빠졌던 사람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없어진 감각을 그리워하면서도 남은 감각들을 최대한 활용해 삶을 지속한다. 후각과 미각을 잃은 사람들이 레스토랑을 찾을 리가 있겠냐고 절망하지만, 요리사인 마이클은 촉각과 시각, 청각을 자극하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가 혼란에 빠진 사람과 무질서한 사회를 그린 여타 재난, 질병을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은 이 것이다.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있지만, 삶은 지속된다는 에바 그린의 나지막한 목소리처럼 사람들은 ‘최악을 대비하면서, 최선을 희망’하며, 얼마인지 모를 주어진 시간 동안 소중한 것에 몰두하고 최선을 다한다.


하나의 감각을 잃기 전 사람들은 어떠한 감정의 극단에 서게 된다. 엄청난 슬픔에 이어 공포와 불안, 그리고 분노. 그러나 마지막은 감사였다.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삶을 보다 소중히 하는 것, 그것이 시각을 잃기 전 그들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을 응원하고 또 응원했다.

이 영화는 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보다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극단적인 여정에 가깝다. 사람들은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느낀다고 했던가. 사람들은 여러 감각을 잃고서야 가장 소중한 존재를 향해 달려간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그 곁은 지키며 남은 감각으로 온전히 서로를 느끼고 기억하려 한다. 잃을 수록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간다. 낭비하지 않고 집중할 뿐이다. 잃을 수록 삶은 더욱 완전해진다.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에, 기승전결에 따라 감정을 끌어내는 헐리우드 식의 그것보다 삶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를 잔잔한 강물의 흐름처럼 풀어내면서도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지금, 온 감각을 다해 사랑하고 감사할 것은 무엇인지, 온전한 삶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지를 되물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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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퍼펙트 센스(Perfect Sense, 2011)
감독: 데이빗 맥킨지(David MacKenzie)
출연: 이완 맥그리거 (Ewan McGregor, 마이클), 에바 그린 (Eva Green, 수잔)
장르: 드라마, 멜로
제작국가: 독일, 영국, 스웨덴, 덴마크
각본: 킴 풉즈 아케손 (Kim Fupz Aakeson)
촬영: Giles Nuttgens
음악: Max Ric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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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야기 하나: 데이빗 맥킨지 감독의 <영 아담>에서 이완 맥그리거라는 배우를 알았는데, 같은 감독인지 몰랐다. 본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일까.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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