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탐구생활

조디악 (Zodiac, 2007)

조디악 (Zodiac, 2007) 
– 잊혀져 가는 진실을 쫓는 이들 

<조디악>의 사건은 1969년 8월 1일, 샌프란시스코의 신문사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The San Francisco Examiner), 발레호 타임즈헤럴드(Vallejo Times Herald) 앞으로 배달된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다. 편지에는 자신을 조디악이라고 하며, 1968년과 69년에 일어난 살인 사건의 세부 사항들이 적혀 있다. 범인의 요청대로 신문에 암호문 같은 그의 편지 일부가 게재되며 경찰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1969년 10월 13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배달된 편지


실제 사건에 기반한 영화 <조디악>은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조디악 킬러를 소재로 하지만, 살인범의 행위를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를 쫓는 인물들, 데이빗 토스키 형사와 윌리엄 암스트롱 형사, 기자 폴 에이브리, 삽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의 삶을 보여준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끌게 된 조디악 킬러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갈 때도 몇몇 이들은 이에 평생을 바친다. 컴퓨터도 휴대폰도 없던 시절, 지문과 필체 분석이 거의 유일한 증거로 인정되는 환경에서 너무 많은 정황 근거들이 한 용의자를 가리키고 있음에도 그를 잡아들일 수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주나 카운티 간 협동 수사는 꿈도 꾸지 못한다. 서로의 수사 결과나 기록을 공유하지는 않으면서 모두가 범인을 잡기를 원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영화 <조디악>이 인상적인 건, 범인만큼이나 이들을 쫓는 이들 역시 미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업적인 사명감이나 대의적인 명분은 점점 개인적인 동기로 변화해간다. 호기심을 그들을 끊임 없이 움직이게 하지만, 풀리지 않은 문제 하나에만 매달리는 이들의 삶은 점차 균형을 잡지 못하고 무너져간다. 암스트롱 형사는 중도 포기를, 에이브리는 약물 중독으로 그만두게 되지만 로버트는 물러서려는 토스키 형사를 끝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범인 검거가 아니라 ‘그가 누군지 아는 것’이었다. 13년의 추적 끝에 유력한 용의자를 마주한 로버트는 그저 그를 바라 보기만 한다.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은 벅차기보다 공허했다.

사실 조디악 킬러는 스스로가 37건의 살인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7명의 살인 혹은 살인 미수였고, 활동 범위나 그 수만 따지면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에 못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언론과 군중 심리가 이를 과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연관성도 동기도 찾을 수 없는 살인으로 공포와 두려움에 빠진다. 그러나이는 이내 잊혀져 간다. 폴이 이야기 한 것처럼 조디악 킬러가 죽인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매일 죽어나간다. 그러나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물살을 거슬러 끊임 없이 뒤를 보고 파헤치는 이들이 있다. 진실을 쫓는 그들의 집요함은 호기심이든 죄책감이든 개인적인 이유로 이에 집착하게 하고, 그들 스스로는 물론 주변을 점점 어둠 속으로 몰아 넣는다. 진실이 빛을 보는 순간, 사라진 개인의 삶 위에 다시 한 번 사회적인 관심과 명분이 서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공허함이 크다. 참고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중단되었다가 2007년에 재개되며, 여전히 수사 중인 사건으로 남아있다.


영화를 관통하는 음울한 분위기에 집중도, 공감도 하기 힘들었던 2007년과는 달리, 긴 러닝 타임 내내 한 사람을 쫓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언론과 조사 기관의 집단 이기주의, 대의적인 명분과 근원적인 호기심, 그리고 집착이 고루 느껴진다. 다른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데이빗 핀처 감독은 어느 특정 인물에 집중하기 않고 치밀하게 거리를 둔다. 보여지는 장면이 주는 스릴감은 크지 않지만 천천히 조여오는 감정의 전개에는 긴박감이 흐른다. 어느 샌가 그들처럼 나 역시 그를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

제목: 조디악(Zodiac, 2007)
연출: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각본: 제임스 밴더빌트(James Vanderbilt)/ 원작: 로버트 그레이스미스(RobertGraysmith)
출연: 제이크 질렌할(Jake Gyllenhaal, 로버트 그레이스미스), 마크 러팔로(Mark Ruffalo, 데이빗 토스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 폴 에이브리)
장르: 범죄, 드리마, 스릴러
제작국가: 미국
촬영: 해리스 사비데즈(Harris Savides)
음악: David Shire, Randall Poster, GeorgeDrakoul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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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처 감독은 실제 사건을 수사하듯 조사하며 사건 현장을 실제와 가깝게 재연했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제외한 주연 배우들은 자신이 연기하는 실제 인물들을 만나 자문을 구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는 인물 간의 균형 뿐만 아니라 인물 내적인 묘사도 뛰어나다




+ 조디악 킬러에 대한 여러 정보를 모아 놓은 곳 http://www.zodiackiller.com . 이들의 정보 조사력에 혀를 내두를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라이프로그>


조디악
제이크 질렌할,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마크 러팔로 / 데이빗 핀처
나의 점수 : ★★★★
다른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데이빗 핀처 감독은 어느 특정 인물에 집중하기 않고 치밀하게 거리를 둔다. 보여지는 장면이 주는 스릴감은 크지 않지만 천천히 조여오는 감정의 전개에는 긴박감이 흐른다. 어느 샌가 그들처럼 나 역시 그가 누구인지, 그가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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