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탐구생활

코엔 형제 (2) – 아리조나 유괴 사건 (Raising Arizona, 1987)

[코엔 형제]
(2) 거친 가족 코미디 <아리조나 유괴 사건(Raising Arizona, 1987)> 


넋이 나간 표정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스타킹을 반쯤 뒤집어 쓴 채 총알 사이를 뛴다. 방긋 웃는 아기를 옆에 태운 화가 잔뜩 난아내 홀리 헌터는 밤거리를 질주하다 니콜라스 케이지를 차에 태운다. 역성을 내며 운전하는 아내와 언쟁하면서도 길을 알려주고 문을 열어 떨어뜨린 기저귀를 줍는다. 넋 나간 니콜라스 케이지만큼 영화를 보다 보면 넋이 나간다.

탈옥수 남편과 경찰 아내는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입양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하는데 마침 지역사업가에게서 다섯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뉴스를 접한다. 한 명쯤은 우리가 데려와도 괜찮을 거라며 부부는 유괴를 감행하고 이를 쫓고 쫓기는 과정을 그렸다.  사실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유괴하는 부부나 현상금을 노린 탈옥수, 현상금 사냥꾼,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고용주와 같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설정은 매우 거칠다. 그러나 캐릭터들의 덜떨어진 표정과 행동, 어떤 상황에서도 해맑게 웃는 아기가 거부감을 줄인다. (하긴, 요즘의 미국식 코미디 영화에 비하면 그리 거칠다고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코엔 형제의 두 번째 영화이자 첫 상업 영화였지만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형제는 모든 숏들을 사전에 꼼꼼하게 짰다고 한다. 우연처럼 보이는 장면들조차 즉흥적으로 연출된 것은 없다고 하니 놀랍다. 이전 작품에서 긴박감을 조성하기 위해 활용된 카메라워크는 <아리조나 유괴 사건>에서 아기를 맞이하는 설렘과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같은 숏을 여러 번 활용해 반복된 수감 생활을 표현하고, 같은 노래를 다른 분위기로 여러 번 활용한 것도 상황을 표현하는 데 여러모로 효과적이었다. (예산을 줄이는 데 기여했을 지도 모른다.) 

덥지만 삭막한 느낌이 들지 않는, 독특한 느낌의 아리조나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코엔 형제의 최근작, 혹은 많은 작품의 냉소보다 낙관적인 시선이 엿보인다. 아리조나 씨의 입을 빌려 될 때까지 하다 보면 밝은 날이 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든지, 모호하지만 희망적인 결론이라든지 코엔 형제의 여러 작품에서 느낀 허무함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그들과 오래도록 함께 한 촬영감독인 배리 소넨필드에 따르면 이러한 것들이 정서를 반영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블로그 포스팅도 쓰다 보면 자신의 색이 생긴다는 데 시나리오에 형제의 정서가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인지 형제와 그들의 영화에 조금 더 관심과 흥미가 생긴다.

이 영화는 (그들은 팔기 위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전형적인 헐리우드의 코미디와 드라마 장르를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그들의 색이 녹아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정신 없이 따라가다 보면 그간 보지 못했던 코엔 형제 식의 낙관과 희망으로 마무리된다. 전형적인 방법으로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고 그 경계를 모호하게 흐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그들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구분이 비교적 명확한 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허탈한 웃음을 짓게 한 몇몇 작품보다 이 편이 속 시원하다.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니콜라스 케이지의 산발도, 나사가 몇 개 빠진 듯한 건달 연기도 색다르다.


***

제목: 아리조나 유괴 사건(Raising Arizona, 1987)
연출: 조엘 코엔(Joel Coen)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H.I.), 홀리 헌터(Holly Hunter, 에드), 트레이 윌슨(Trey Wilson, 네이선 아리조나),
장르: 어드벤처, 코미디, 범죄
제작국가: 미국
각본: 조엘 코엔, 에단 코엔(Ethan Coen)
촬영: 베리 소넨필드(Barry Sonnenfeld)
음악: 카터 버웰(Carter Burwell)
제작: 에단 코엔
편집: 마이클 R. 밀러(Michael R.M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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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 유괴사건

조엘 코엔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 외 출연 / 20세기폭스

나의 점수 : ★★★★

그간 접했던 코엔 형제의 작품에서 찾기 힘들었던 낙관과 희망이 엿보인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넋나간 표정만큼 보다 보면 넋이 나간다. 거친 설정임에도 등장 인물들이 덜떨어진 행동들이 이러한 판단을 흐린다. 유쾌하게, 정신 없이 보게 된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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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 탐구생활 – 1) 형제의 데뷔작 <블러드 심플(Blood Simple,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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