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탐구생활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 실종 사건을 둘러싼 스릴러, 용 문신을 한 소녀의 사랑 이야기 

영화관에 들어설 때 대개의 경우 기대치를 0으로 맞춘다. 제목과 함께 보이는 주연 배우 정도의 정보 이외에는 트레일러도 가능하면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는 감독이 있는데, 나에게는 데이빗 핀처 감독이 그렇다.

원작 소설이 너무도 유명하고, 읽어본 사람마다 추천했지만 일부러 먼저 읽지 않았다. 영미권의 이름과 문화에 익숙한 나에게 영화에서의 이름들이 잘 들어오지 않아 조금 헤맸다. 가족 관계도를 그릴 때 특히 그랬다. 시간이 지날 때까지 누가 누구의 딸이고 아들인지 헷갈렸다. 소설을 읽었다면 조금 더 일찍부터 몰입해서 볼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쉽다. 다시 영화관에 발걸음을 하게 된다면 소설을 읽고 처음부터 놓치는 장면 없이 보리라.

데이빗 핀처 감독의 지휘 하에 <소셜 네트워크>부터 호흡을 맞춰온 트렌트 리즈너(aka Nine Inch Nails)와 아티커스 로스의 음악은 영상과 함께 폭발하는 느낌을 준다.(촬영 역시 <소셜 네트워크>와 <파이트 클럽>에 참여한 제프 크로넨웨스가 담당했다) 보통 오프닝의 음악이나 영상은 영화가 끝나면 잘 기억에 나지 않는데, 이 영화의 오프닝은 비주얼과 음악이 서로를 누르지 않고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겨 여전히 눈앞과 귓가를 맴도는 것 같다. 정제된 폭력과 숨막힐 듯한 아름다움, 강렬함이 그 몇 분간 압축되어 있다. 그것만으로도 영화관까지의 발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원제는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이지만 국내에서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로 개봉했다. 원제를 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 용 문신을 한 리스베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국내판의 경우 ‘밀레니엄’지와 전체를 아우르는 사건이 강조되어 리스베트 쪽보다는 기자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크에 무게가 실린 느낌이다. 영화를 정리하고 주제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는 엔딩 크레딧의 음악으로 ‘Is Your Love Strong Enough’가 울릴 때 이 영화가 누구의 어떤 이야기인지 보다 확실해진다.


한 재벌 기업을 폭로한 미카엘 블롬크비스크는 소송에서 패배하고 그가 몸담고 있던 잡지는 위기에 빠진다.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재벌가인 ‘방예르’가의 헨리크가 자신의 회고록을 핑계로 손녀의 실종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을한다. 그와 용문신을 한 소녀인 리스베트가 만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정신병력이 있는 리스베트는 능수능란하게 해킹과 조사를 해내면서도 타인과 교류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고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그런 리스베트는 미카엘과 함께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그에게 마음을 점차 열게 된다. 사건이 해결된 후에도 영화가 끝나지 않은 것은, 미카엘을 위해 그를 곤경에 빠뜨린 재벌에게 복수를 하고 돌아오는 그녀의 얼굴에서의 웃음과 배신감과 허탈함이 섞인 뒷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

이 영화는 단순히 재벌가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푸는 스릴러에서 그치지 않고, 용 문신을 한 소녀의 사랑의 시작과 끝을 함께 보여준다. 실종 사건을 둘러싼 긴장감과 스릴 사이로 잠깐씩 나오는 표정과 행동들이 퍼즐처럼 맞춰진다. 산만해 질 수 있는 이 두 가지를 쌍두마차를 지휘하듯 균형감 있게 끝까지 잘 이끌어가고 마무리한다. 배우들의 캐스팅도 연기도 보통 이상이었다. CG로 세계 곳곳을 묘사하는 요즘의 여러 영화들과는 달리, 스웨덴과 노르웨이, 스위스, 미국을 오가며 촬영한 영상은 꽉 차고 아름다웠다. 북유럽의 겨울만큼 차갑던 리스베트의 얼굴에 여린 미소가 보일 때 언어로 옮기지 않은 그녀의 감정이 느껴졌다. 미카엘을 뒤로 하고 가는 리스베트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의 행복을 빌었다. 기대한 보람이 있고,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다. 소설을 읽고 다시 봐도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또 한 번 데이빗 핀처의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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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연출: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루니 마라(Rooney Mara, 리스베트 살렌데르), 크리스토퍼 플러머(Christopher Plummer, 헨리크 방예르)
장르: 스릴러
제작국가: 미국, 스웨덴, 영국, 독일
각본: 스티븐 자일리언(Steven Zaillian),스티드 라르손(Steig Larsson) – 원작
편집: 커크 박스터(Kirk Baxter), 앵거스 월(Angus Wall)
촬영: 제프 크로넨웨스(Jeff Cronenweth)
음악: 트렌트 리즈너(Trent Reznor,NIN), 아티커스 로스(Atticus 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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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로그>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다니엘 크레이그,루니 마라,크리스토퍼 플러머 / 데이빗 핀처
나의 점수 : ★★★★★
정제된 폭력과 숨막힐 듯한 아름다움, 강렬함이 오프닝에 압축되어 있다. 그것만으로도 영화관까지의 발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소셜 네트워크>부터 호흡을 맞추어온 음악과 촬영팀과 함께 데이빗 핀처 감독은 원작에 뒤지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낸 것 같다. 실종 사건을 둘러싼 스릴러와 사랑 이야기가 뜨겁고 또 차갑게 조화를 이룬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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