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2013)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2013)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첫 만남 이후 18년이 흘렀다. 40대에 접어든 그들은 여느 부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둘 사이의 쌍둥이 딸, 제시와 전처 사이의 아이들이 가깝고 멀게 가족을 이룬다. 밀어를 속삭이며 달콤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제시와 셀린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간에- 서로에게 책임과 희생을 요구한다. 아들을 떠나 보내고 마음 한 켠이 불편한 제시와 이를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커리어와 좋았던 옛 시절의 추억을 이리저리 흘리는 셀린느의 모습은 자동차 앞 좌석에 앉은 그들의 모습처럼 나란히 서있는 모습에 가깝다. 운명적 상대와 함께하는 기쁨과 설렘보다 익숙함에서 권태마저 느껴진다.
<비포 미드나잇>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쉴 새 없이 대화로 채워진다. 그러나 서로를 탐색하며 여러 주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던 대화는 오직 삶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랑이 되고 운명이 되었던 둘의 대화는 이제 지독하게도 현실적이다. 클라이맥스인 호텔 방 안에서 분위기를 잡아보려 희희낙락하던 둘의 대화는 ‘헤어져!’라는 말을 남긴 채 끝이 난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틀어지기 시작해 도화선에 불이 붙듯 순식간에 다툼이 된다. 아주 사소한 것, 그러나 서운함이 쌓여 마음 속으로 조금씩 쌓아왔던 것들은 어째서인지 휴양지의 달콤해야 할 밤에 그렇게 터져 나온다. 윽박을 지르고, 비난을 하다 결국 뛰쳐나가버리는 그 몇 분 동안의 대화, 기억해보자면, 일도 가족도 자신의 삶도 모두 중요하다든가, 어째서 자신의 희생만을 강요하느냐, 너 같은 성격을 누가 받아주겠냐, 너는 네가 다 한 줄 알지만 결국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등의 이야기에 무릎을 탁 치기도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바가지며 잔소리는 바다 건너 먼 곳에서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길고 격렬한 대화 끝에 <비포 미드나잇>이 보여주고자 사랑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다툼의 끝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머쓱해하며 나란히 앉아 있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덥수룩한 수염에 늘어진 살, 깊은 주름이 보이는 그들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그들의 모습에서 사소한 다툼도, 인생의 풍파도 그렇게 함께 이겨나갈 것 같다는 믿음이 느껴졌다. 설렘이 지나간 자리에 익숙함이 자리잡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같다가도 어떤 순간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가 되는, 그런 상대라면 18년 전 기차에서 내릴 만하지 않았을까, 아니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의 상대임에 틀림없다.
***
제목: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2013)
연출: 리차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각본: 리차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에단 호크(Ethan Hawke), 줄리 델피(Julie Delpy)
출연: 에단 호크(Ethan Hawke, 제시), 줄리 델피(Julie Delpy, 셀린느)
장르: 멜로/로맨스
제작국가: 미국
촬영: 크리스토스 부두리스(Christos Voudouris)
음악: 그레이엄 레이놀즈(Graham Reyno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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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의 대화만큼 인상적인 대화는 식사 테이블에서 이루어졌다. 갓 시작하는 커플부터 죽음으로 배우자를 잃은 노년의 남녀까지, 테이블에 둘러 앉은 남녀들의 대화에서는 사랑이 시작되고 여물고, 또 저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 타임머신은 기발하고 귀여웠다. 18년 전보다 지금이 더 아름답다는 말에 괜히 짠해졌다.
<짧은 감상>
나의 점수 : ★★★
서로를 탐색하며 여러 주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던 대화는 오직 삶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 언성을 높이는 다툼으로 번지는 과정마저 너무도 현실적이다. 길고 격렬한 대화 끝에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 이상 반짝이고 설레지 않지만, 그렇게 하나가 되는 그들이야말로 진정 운명이 아닐까.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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