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컨테이젼 (Contagion, 2011)

컨테이젼 (Contagion, 2011)
–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불안의 공포와 필요(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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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나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기까지 손이 묶인 듯 아무 것도, 심지어 내 얼굴마저도 건들이고 싶지 않았다. 환절기인 탓에 기침을 하는 이들이 꽤 있었는데, 평소였다면 의식하지도 못했을 것을, 피하고 피해 지하철의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조마조마하며 서 있었다. 영화에서 악몽을 꿀 만큼 끔찍한 장면에 나온 것도 아닌데 머리부터 발 끝까지 ‘무서웠다’

전염병의 확산 vs. 불안의 확산 – 어떤 것이 더 전염성이 강할까?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무서움을 느낀다. 이 영화 <컨테이젼>은 보이지 않는 죽음의 위협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담았다. 그리고 불안을 조장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서도 무덤덤한 듯 날카롭게 꼬집었다.

‘Day 2’로 시작해 숫자를 더해가며 사상자의 수도, 심지어 내로라하는 헐리우드 배우들이 죽음 앞에 맥없이 무너진다. 원인도,정체도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퍼져가는 죽음에 직업도, 지위도, 사회적 명성도 소용 없다. 정부는 불안으로 인한 사회 붕괴를 우려하며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덮어두려 하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전염병과 싸워가면서도, 그리고 죽어가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걱정하는 관계자들의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에 은폐하려 했던 사실은 금새 퍼지게 된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은 전염병보다 더 지독하게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 넣는다. 공황에 빠진 사람들은 이웃에게 총을 겨누고, 살기 위해 서로를 짓밟는다. 질서는 무너지고 오로지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폐허를 방불케 하는 도시

사실과 진실의 문제

누구에게나 알 권리가 있다. 문제는 알 권리로 전파되는 것이 객관적 사실만이 아니라는 것. 보도를 통해, 소문을 통해 주관이 섞여 불안을 증폭시킨다. 불안으로 사회 전체가 크게 흔들릴 것을 우려한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통제 가능한 수준에 두기 위해 은폐하려 하고 언론은 이러한 정부에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다.

예전이라면 우연 혹은 촉을 세운 기자나 누군가의 집요한 취재로 사건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밝혀졌을지도 모르지만, SNS로 인해 과거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영화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앨런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러한 현상 뒤에 숨은 음모론에 대해 전파하기 시작하고 더 큰 불안과 공포를 조성한다.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필요(악)들

많은 사람들이 사실을 은폐하는 정부를 비난하고, 알 권리에 충실하지 못한 언론에 화살을 돌려왔다. 그런데 영화 <컨테이젼>을 보며, 모든 사람이 이러한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사실에 입각한 진실을 갈구하지만, 어느 누구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밝혀졌을 때의 사회적 파장은 결국 자신의 권리 일부를 위임해 조성된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가? 결국 개인이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어 서로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모른 채 지내야 할까? 그것도 문제다. 사람들은 더 알기 위해, 더 알리기 위해 트위터와 같은 SNS, 블로그 등과 같은 또 다른 매체를 찾게 된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진실’을 감당하는 것도 개인의 몫이 된다.


진실을 알기 위해 달려들지만 그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관심에 결국 무너진다

정부와 제약회사, 언론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하지만 많은 것들이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제를 가하려던 정부와 개발된 백신의 양산에 박차를 가하는 제약회사, 이를 전파하는 언론. 평소 반감을 가지기도 했지만, 다수가 함께 하기 위한 필요악인 것 같다. 이들이 없었다면 백신은 개발되고 공급될 수 있었을까? 악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공동체의 유지와 질서를 위한 필요(악)들과 인류를 위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일하는 이들이 어우러져 사회가 유지되는 것 같다. 여럿이 모여 살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개인의 어떠한 부분은 희생되기도 한다. 그 적정 수준에 대해,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잘 살기 위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지만, 이들의 필요 자체를 간과하고 존재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될 것 같다. 개인 차원에서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면서도 그 동기가 이기에 치우치지 않고 이타적일 수 있도록, 열린 눈으로 살필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케이트 윈슬렛이 연기한 에린 미어스 박사가 죽어가면서도 옆 환자를 챙기던 모습에 뭉클해졌다

이 영화는 불친절하다. 액션이나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들이나 치우치지 않은 시각, 어쩌면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하는 연출된 몇몇 컷들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거기다 독감이 유행하는 환절기에 보니 더 불안하고 무섭다.


***
제목: 컨테이젼 (Contagion, 2011)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맷 데이먼(Matt Damon, 토마스 엠호프), 기네스 팰트로우(Gwyneth Paltrow, 베쓰 엠호프), 마리옹 꼬띠아르 (Marion Cotillard, 리어노러 오랑테스 박사),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 에린 미어스 박사), 주드 로(Jude Law, 앨런 크럼위드), 로렌스 피쉬번(Laurence Fishburne, 앨리스 치버 박사)
장르: 액션, SF, 스릴러, 미스터리
제작국가: 미국
각본: 스콧 Z. 번스(Scott Z. Burns)
음악: 클리프 마르티네즈(Cliff Martin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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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트롤러>부터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맷 데이먼에 적응이 잘 안 된다.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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