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 이대로 인류는 괜찮은 걸까?


Pierre Boulle의 동명 소설 <Planet of the Apes>을 바탕으로 <혹성탈출>은 1968년부터 1973년까지 5편의 시리즈로 이미 제작된 바 있다. 그리고 2001년 팀 버튼의 지휘 하에 <혹성탈출(1968)>이 다시 제작되지만, 모호한 결말 때문에 엇갈린 평을 받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혹성 탈출>의 새로운 작품인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제목만 보면 시리즈의 일부 같지만 이야기 순서상으로도 프리퀄에 가깝고, 사실 내용상 기존의 시리즈와 별개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진화 혹은 비극의 시작

과 학자인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은 제약 회사에서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며 이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침팬지에 임상 실험을 한다.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둔 윌은 누구보다 더 열성적으로 약 개발에 열을 올리며, 한 마리의 침팬지가 놀라운 성과를 보이자 이를 이사회에 발표한다. 그러나 그가 개발 중인 약이 효과를 보였던 침팬지는 돌연 사납게 날뛰며 회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결국 프로젝트 중단은 물론 임상 실험 중이던 침팬지를 모두 안락사 시키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그 침팬지는 사실 새끼를 지키기 위해 사나워졌던 것이었고 이렇게 남게 된 새끼 침팬지를 윌은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어미에게 투약된 시약의 효과가 새끼에게 유전되어 놀라운 지능 발달을 보이고, 윌은 중단되었던 프로젝트를 그의 아버지를 통해 비밀리에 이어가기 시작한다.

사 실 첫 장면부터 매우 불편했다. 임상 실험용으로 우리에 가둬두고 너무도 스스럼 없이 투약하고 실험하는 그들을 보며, 과연 인간들이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권리와 오만함의 근원은 어디일까 되묻기도 했다. 영화 <스플라이스>를 연상하기도 한 임상 실험은, <스플라이스>와 같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DNA와 약 95% 가까이 일치하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거리낌 없이 행해진다. (영화 <스플라이스(Splice, 2009)> 감상)

실험실 밖의 인간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이 아닌 동물은 모두 더럽고 무식하다는 시선으로 그들을 대한다. 인간은 동물 뿐만이 아니라 같은 인간에게도 사회적 지위나 소득, 생김새, 심지어는 나이로 우월함의 잣대를 정한다. 영화에서 그리려고 했던 인간들의 모습이 실제의 모습과 멀지 않기에 생기는 씁쓸함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이 영화는 우월함에 기반하여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자만에 일침을 가한다. 나이를 먹고 설사 병이 들더라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자연의 순리에 과학이라는 도구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발상은 편의를 넘어서 이기를 부추기게 되었다.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 손상된 뇌를 복원하는 시약은 뇌 손상이 없는 침팬지의 뇌를 더욱 활성화시켜 그들의 지능을 높이게 된다. 지능이 높아진 침팬지 ‘시저’는 혼자서는 힘들지만 함께하면 강해진다며 동료 유인원들을 개발 중인 시약에 노출시킨다. ‘시저’가 처음으로 접한 자연인 삼나무 숲을 향해 탈출을 감행하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그들. 인간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발상으로 상황을 통제하려 하지만 지능과 신체적 조건이 모두 인간을 뛰어 넘은 그들은 인간들이 예상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인간들은 통제권을 잃고 길을 내 줄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를 단순히 웃고 넘길 수 없는 데에는 그 실현 가능성에 있는 것 같다. 가상의 개체를 창조해내는 좀비물이나 괴수물이나, 상상력에 보다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주 SF물이나 미래 사회에 대한 SF물의 암울한 모습은 불편하면서도 현실과의 괴리감에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든다. 그에 비해 이번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은 조금 더 현실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제약 회사의 임상 실험이나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기 위한 시약 개발은 지금도 세계 어디에선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거기다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이 실제로 사람만큼의 지능을 얻게 되는 경우 영화에서 묘사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번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은 그 이전 시리즈와의 연결보다는 팀 버튼 감독의 <혹성탈출> 중 마지막 장면에 대한 프리퀄에 가깝다. 확정된 것은 없지만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기존 시리즈의 리메이크가 아닌 새로운 시리즈를 창출한다니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작품에 비하면 팀 버튼의, 그리고 이전 <혹성 탈출> 시리즈의 유인원들은 귀엽기까지 하다. 총을 두려워하고, 물을 무서워하며 탐사선에서 내린 침팬지를 신으로 받드는 그때 그들의 모습은, 우월감에 빠져있지만 정작 기술의 발달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인류이나 그들과 맞선 유인원들에 비해 순수해 보인다.

진화와 더불어 비극은 시작되었다. 바이러스로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와 주도권을 잡게 된 유인원들이 과연 인류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워 보였던 ‘시저’는 다른 결말을 보여줄 수 있을까?


***

연출: 루퍼스 와이어트(Rupert Wyatt)
출연: 제임스 프랭코(James Franco, 윌 로드만), 앤디 서키스(Andy Serkis, 시저), 프리다 핀토(Freida Pinto, 캐롤라인)
장르: 액션, 드라마, SF, 스릴러
제작국가: 미국
각본: 릭 자파(Rick Jaffa), 아만다 실버(Amanda Silver), 피에르 불(Pierre Boulle)- 원작
촬영: 앤드류 레즈니 (Andrew Lesnie)
제작: Chernin Entertainment,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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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는 이전 <혹성 탈출> 시리즈보다, <스플라이스>나 <해프닝>이 좀 더 비슷한 느낌의 영화 같다.

+. 이번 시리즈와 크게 연결되는 부분은 없지만 너무 멀리 가지 않고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제작된 팀 버튼 감독의 <혹성 탈출> 역시 꽤 재미있다. 의견이 분분했던 마지막 장면은 후속작을 암시한 것일까?

+. 이전 <혹성 탈출>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인원들은 모두 분장이었다면, 이번에는 CG를 통해 구현했다는 데 보는데 특별히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고 꽤 자연스러웠다.

+. 요 근래에 제임스 프랭코가 등장하는 영화가 꽤 많은 것 같다. <3rd Rock from the Sun(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이라는 미국드라마로 기억되는 존 리스고의 모습도 반갑고 한편으로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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