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버드맨 (Birdman, 2014)

<버드맨 (Birdman, 2014)>

불안한 존재 가치의 증명, 그리고 소멸

리건 톰슨은 슈퍼 히어로 ‘버드맨’을 통해 힘과 권력, 명성을 손에 쥔다. 수년이 지나도 대중들은 그를 버드맨이라 부르고 기억한다. 버드맨은 리건 톰슨의 사회적, 즉 타인에게 보여지는 자아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리건 톰슨이라는 주체적 자아의 위치를 위태롭게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버드맨은 환영 이상의, 리건 톰슨의 이상과 욕망을 대변한 또 다른 자아로 자리 잡게 된다. 

 

버드맨이 아닌 리건 톰슨은 스스로의 존재 가치에 대해 끊임 없이 자문한다.  본질적 자아와 타인에 의해 형성된 자아간의 갈등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한 ‘나는 왜 어떻게 존재하는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집착이 된다. 버드맨으로부터 벗어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자 시작한 연극에 모든 것을 쏟지만, 버드맨의 그림자는 환영처럼 그를 쫓아다닌다.

 

무대 위에서 벌거숭이가 된 리건 톰슨은 불안감에 극단을 오간다. 설상가상으로 무대를 둘러싼 인물들 모두가 그렇다. 무대 위에서야 비로소 진실된 자신을 보인다는 마이크와 현실과 환각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딸 샘, 각기 다른 방식으로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배우들은 리건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결국 리건은 무대  버드맨으로부터 해방되는 절정의 순간,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그는 자유를 얻었을까? 타인의 시선 끝에 아슬아슬하게 살며 본질적 자아와 타자에 의한 자아가 전도되어 버린 그에게 자유라는 것이 존재했을까? 어쩌면 버드맨이 아닌 리건 톰슨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 고군분투했던 것이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존재했기에,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되는 순간 리건 톰슨으로서의 삶은 가치를 잃고 소멸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버드맨의 이야기는 극단적이다. 극단에 선 인생은 불행하다. 아니 불행해보인다. 그러나 타인에 의한 자아와 자아의 본질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우리의 버드맨은, 그리고 리건 톰슨은 누구일까? 쏟아지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의 가치를 지켜내고 있는 것일까? 매듭 짓지 않은 결말은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심장 박동 같았던 드럼 비트와 환상을 키우는 웅장한 클래식 음악 사이를 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잃지 않길 빌며.

 


***

제목버드맨(Birdman, 2014)

연출제작각본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alez Inarritu)

출연: 마이클 키튼(Michael Keaton, 리건), 에드워드 노튼(Edward Norton, 마이크), 엠마 스톤(Emma Stone, ), 나오미왓츠(Naomi Watts, 레슬리)

장르드라마

제작국가미국

촬영엠마누엘 루베즈키(Emmanuel Lubezki)

***

 

+ 영화에서 미디어와 SNS 타인의 시선이 극대화  형태로 등장한다전통적으로 타자의 시선을 대변해  소수의 미디어와산재한 다수의 시선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인 SNS 혼재한 요즘타인으로부터 독립된 자아를 지켜내기가 점차 쉽지 않아지겠다는 생각도.

 

<짧은 감상>

누구나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타인에 의해 형성된 자아가 본질적 자아와 전도된 리건 톰슨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연극에 집착하는 모습은 치열하고 처절하다버드맨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증명을 위해 존재하게  자아는  곳을 잃고 소멸한다난해한 구석이 있지만카메라의 움직임과 드럼 비트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광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조하게 된다낯설지만은 않은치열한 존재 가치의 증명.

 

**별점: 7.5/10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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