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 July 2012

그곳에서스크린의 기록영화

[PiFan 2012]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Safety Not Guaranteed, 2012)

[PiFan 2012]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Safety Not Guaranteed, 2012) http://flyingneko.egloos.com/3863975 제목만 얼핏 보면, 좀비가 떼로 나올 것 같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이라니. 거기다 ‘조금 괴상한 슈퍼마켓 직원 케네스. 그에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라는 카탈로그의 소개글도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주말의 시작에 끄악대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정신 건강에 과연 좋을 것인지 심히 고민했다. (결국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허둥지둥 택시까지 동원했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은 영화 속 신문의 구인 광고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요컨대 시간 여행에 함께할 사람을 구하는데,  각자의 몸은 각자 지키자는 것. 이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와 인턴 둘이 길을 나서는데, 이 시점에서도 언제 나올지 모른 좀비와 <백투더 퓨처>급 시간 여행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아주 마지막에서야 시간 여행과 관련된 장면이 등장한다. 오히려 이 영화는 케네스와 다리어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로드 무비이자 성장기에 가깝다. 건들거리며 세상을 다 아는 척하던 제프가 몇 십 년만에 만난 옛 애인에게 차이고 범퍼카에서 울먹거릴 때는 웃음이 나오다가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최악만을 생각하며 산다는 다리어스가 희망을 되찾아가고 세상에 대한불신과 단절 속에서 케네스가 한걸음 내디딜 때 괜히 가슴이 벅차 오른다. 사람과 부딪히며 받은 상처를, 그리고 생겨날 상처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피하고 모른 척하던 이들이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 등장 인물들과 같이 관객의 마음마저 누그러진다.

Read More
스크린의 기록영화

리멤버 미 (Remember Me, 2010)

리멤버 미 (Remember Me, 2010) – 극적이면서 극적이지 않은 삶과 죽음의 이야기 http://flyingneko.egloos.com/3863220 눈 앞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지켜본 한 여자는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전력을 다해 살고, 한 남자는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겉돌며 시간을 보낸다. 가까운 사람, 특히 그 누군가가 가족이라면 죽음의 무게는 주변인들의 삶을 짓누르기 마련이 나이를 극복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 그 둘의 어떤 방법에 대한 옳고 그름을 쉬이 판단하기 어렵다. 사실, 그 방법이란 건 어떻게 되도 살기만 하면 된다.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만났을 때, 사람은 그렇게 된다. 자식을 잃고 멀쩡한 부모가 있을 리 없고, 형을 잃고 태연할 동생이 어디 있겠으며, 부모를 잃고 그리워하지 않을 자식이 어디있을까.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고 싶고, 대신할 수 있다면 대신하고 싶은 것.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든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든, 남아 있는 사람들은 평생 ‘왜’라는 풀리지 않을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산다. 내색을 하지 않아도 그 무게는 누구에게나 무겁다. 그러나 누군가는 균형을 잡고 냉정해지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니, 누군가는 할 수 밖에 없다. 단편적으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그 역할이 가장 어렵다. 힘들고 슬프고 아플 때 소리지르지 않고 평정을 찾는 것,죽음의 무게를 넘어 짊어져야 할 책임이 크면 억지로 한걸음씩 나아가게 된다. 그럴 수록 남은 사람들과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고 점점 상처의 골은 깊어져 간다. 스스로의 상처가 버거워 다른 이를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없다. 타일러와 앨리는 자신들을 찾아왔던 죽음처럼 우연히, 그리고 갑작스럽게 서로를 마주한다. 불같이 서로를 탐하던 시간이 지나고 그 뒤에 숨겨왔던 이야기가 펼쳐지자 앨리는 타일러를 떠난다. 형의 죽음에 매일 원망과 그리움을 오가는 타일러는 앨리를잡을 자신도, 여유도 없어 보인다. 삶이란 우연과 상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걸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상처 받은 타일러와 앨리가, 그리고 타일러와 가족들이 서로의 자리에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가장 극적이고 비극적인 음악이 흐르며 모두는 또 한 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재가 흩날릴 때, 불타다 만 타일러의 일기장을 비춘 화면 위로 ‘이제는 용서할게, 사랑한다’는 말을 읊조리는 타일러의 목소리가 가슴을 깊게 울린다. 이제서야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그들에게 이는 너무 잔인한 선물이었다. 영화는 대체로 무덤덤하게 이들의 삶을 바라본다. 타일러와 앨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들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로 자연스럽게 확대되면서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큰 무게 중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매정해 보이는 타일러의 아버지도, 앨리의 뺨을 때리던 그녀의 아버지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타일러나 앨리도 비난할 수 없다. 극적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특별하지 않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삶처럼 남은 이들의 삶이 다시 한 번 천천히 한걸음씩 움직이고, 곁을 떠난 이들이 그 한걸음 한걸음 속에서 조용히 기억되는 모습으로 슬프지만 또 한편으로는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 제목: 리멤버 미(Remember

Read More
스크린의 기록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The Amazing Spider-Man, 201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The Amazing Spider-Man, 2012) – 좀 더 가볍게 돌아온 스파이더맨 http://flyingneko.egloos.com/3857425 스파이더 맨이 돌아왔다. 다른 시리즈였다면 개봉 전 경건한 자세로 전 시리즈를 복습했겠지만, 이번엔 리부트인데다 전작의 테두리에서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비교할 것 같아서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스파이더맨은 적절한 재미와 감동을 섞은 블록버스터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샘 레이미와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첫 선을 보인지도 10년,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건대 다른 것보다 캐릭터자체의 분위기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이전 시리즈의 스파이더맨은 평범하다 못해 왜소하고 우울하고, 심지어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가난했던 것 같은데, 특히 뜯어진 스파이더맨 쫄쫄이를 구석에서 바느질하던 토비 맥과이어의 모습에 ‘저렇게까지 히어로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가슴 아파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스파이더맨 역시 물론 초반에는 미국 청소년물에서 으레 등장하는 덩치 크고 운동 좋아하는 애들에게 약간은 괴롭힘을 당하지만, 맞더라도 할 말은 하고 그리 소극적이지도 않다. 그리고체구가 작은 편도 아니라서 움츠리고 다닌다고 왜소해 보이지도 않는다. (토비 맥과이어는 175cm, 앤드류 가필드는 183cm라고 하니 8cm의 차이가 크기는 크구나..) 거미에 물려 힘이 생기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 힘의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 자체적으로 거미줄을 생산(?)할 수 있었던 전작의 스파이더맨과 달리 이번 스파이더맨은 힘이 세지고 벽을 탈 수 있는 정도다. 대신에 아이언맨 급의 제조 기술과 추진력을 가지고있어 손목에 착용하는 기계로 바이오 케이블을 활용한, 거미줄 보다는 실리콘 혹은 낚싯줄의 느낌이 강한 줄을 뽑아낸다(덕분에통통대며 기어오는 도마뱀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넘치는 자신감과 깐족대는 모습, 거침 없는 입담에서도 약간은 아이언맨/토니 스타크가 연상된다. 개인적인 원한을 갚는 것에서 시작해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들을 지켜나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모습은 여느 히어로물에나 등장할 법한 소재이지만, 철학적인 접근보다는 십대 특유의 즉흥적인 행동으로 이끌어나가는 모습이좀더 인간적으로 보인다. 이런 모습들은 무겁고 진지해진 전작의 스파이더맨보다 원작에 보다 가까운 캐릭터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트랜스포머>나 <트와일라잇>과 같은 하이틴 로맨스를 적절하게 배합해 성공을 거둔 최근 여러 시리즈와 같이 이번 <어메이징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도 십대의 풋풋한 사랑은 빠지지 않는다. 엠마 스톤의 그웬 스테이시는 스파이더맨과 마찬가지로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해 ‘메리 제인’보다는 (<트랜스포머 1,2>의) ‘미카엘라’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스파이더맨의 설정 자체가 십대 히어로임에도 무거워진 전작 스파이더맨은 살리지 못했던 특유의 생기 발랄함이 이번 스파이더맨에서 돋보인다. 다만, 캐릭터 자체에서 무게가 덜어지니 영화 역시 다소 가벼워진 감이 있다. 요즘 요행하는 시리즈물의 이것저것을 섞어 보기 괜찮은 영화를 만들기는 했지만, 디테일을 채우는 면은 다소 미흡하다. 공식 하나로 몇 년을 끌어온 이종 교배실험이 성공한다든지, 이렇게 완성된 약에 대한 해독제가 짧은 시간에 뚝딱 만들어진다든지 가볍게 보면서도 갸우뚱할만한 논리적 비약이 아쉽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또 다른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파충류와 결합한 커트 코너스 박사의 모습이 악당이라고 보기에는 좀 귀엽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Read More
error: Content is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