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an 2012]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Safety Not Guaranteed, 2012)
[PiFan 2012]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Safety Not Guaranteed, 2012)
제목만 얼핏 보면, 좀비가 떼로 나올 것 같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이라니. 거기다 ‘조금 괴상한 슈퍼마켓 직원 케네스. 그에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라는 카탈로그의 소개글도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주말의 시작에 끄악대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정신 건강에 과연 좋을 것인지 심히 고민했다. (결국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허둥지둥 택시까지 동원했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은 영화 속 신문의 구인 광고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요컨대 시간 여행에 함께할 사람을 구하는데, 각자의 몸은 각자 지키자는 것. 이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와 인턴 둘이 길을 나서는데, 이 시점에서도 언제 나올지 모른 좀비와 <백투더 퓨처>급 시간 여행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아주 마지막에서야 시간 여행과 관련된 장면이 등장한다. 오히려 이 영화는 케네스와 다리어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로드 무비이자 성장기에 가깝다. 건들거리며 세상을 다 아는 척하던 제프가 몇 십 년만에 만난 옛 애인에게 차이고 범퍼카에서 울먹거릴 때는 웃음이 나오다가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최악만을 생각하며 산다는 다리어스가 희망을 되찾아가고 세상에 대한불신과 단절 속에서 케네스가 한걸음 내디딜 때 괜히 가슴이 벅차 오른다. 사람과 부딪히며 받은 상처를, 그리고 생겨날 상처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피하고 모른 척하던 이들이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 등장 인물들과 같이 관객의 마음마저 누그러진다.
‘지금이 살아야 하는 바로 그 순간’이라든지 좋아하는 노래에 대한 기억 때문에 노래를 들을 때 공허함이 더 커진다든지의 주옥같은 대사들을 영화 곳곳에 심어두었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서로 상처를 주고 오해가 생긴다고 해도,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곁에 있어 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케네스처럼 가시 세운 고슴도치처럼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나를 이해하고 전적으로 지지해줄 누군가를 갈구하고 있지않던가.
제목과 개인적인 기대와는 크게 달랐지만, 시간 여행이라는 특별한 소재와 다르게 참 평범하고 소소한 설정과 이야기에 동감했다.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어진 로드무비로 손색이 없고, 어설프기 그지 없는 강도짓이며, 어설프게 따라 붙는 요원들까지 곳곳의 코믹한 요소들은 마음마저 헐겁게 만들다 그 틈을 사람이 가진 따뜻함이 채운다. 전세계 어딜가든,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인 정서가, 참 다르지 않은 그 평범함이 새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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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Safety Not Guaranteed, 2012)
연출: 콜린 트레보로우(Colin Trevorrow)
각본: 듀렉 코놀리(Derek Connolly)
출연: 오브리 플라자(Aubrey Plaza, 다리우스 브릿), 마크 듀프라스(Mark Duplass, 케네스 콜로웨이), 제이크 M. 존슨(Jake M.Johnson, 제프 츠완슨), 카란 소니(Karan Soni, 아르누)
장르: 코미디
제작국가: 미국
음악: Ryan Miller
촬영: Benjamin Kasul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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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참. 영화만큼 음악도 좋다.
+ <리틀 미스 선샤인>과 <어웨이 위 고> 등에 참여했던 Michael B. Clark이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이야기에 더욱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예술영화관에서 개봉해도 괜찮을 것 같다.
<짧은 감상>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크리스텐 벨,제이크 M. 존슨,매리 린 라즈스컵 / 콜린 트레보로우
나의 점수 : ★★★★
좀비가 나올 것 같은 제목이었지만, 실상은 가슴 따뜻한 로드 무비였다. 세상과 사람에 마음을 닫았던 이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관계를 받아 들일때 가슴이 벅찬다. 코믹 요소와 감동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어 울다 웃다 하다가, 전세계 어딜 가든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새삼 놀랐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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