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2)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2) – 영화와 뮤지컬의 아쉬운 만남, 그리고 마지막 노래 flyingneko.egloos.com/3914960 영화 <레미제라블>은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 생활 후 새 삶을 살게 되는 장발장과 이를 끝까지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 새 삶을 살게 된 장발장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프랑스의 암울한 시대적 배경은 장발장의 파란만장한 삶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 원작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은 상태로 보니 영화의 전개만으로도 꽤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화려한 캐스팅이라고는 하지만 <맘마미아>에 출연했던 사만다 사이프리드 외에는 노래를 특출나게 잘한다는 기억이 없어 그리 기대가 크지 않았음에도, 영화의 도입부에는 헛기침과 헛웃음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대사의 대부분이 노래로 전달되는 데다, 기존의 방식, 그러니까 노래 녹음과 촬영을 따로 하지 않고 라이브 녹음을 감행해서인지 노래와 반주가 엇나가고, 근엄한 표정에 어울리지 않는 높은 톤의 노래가 이질감을 준다. 특히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러워지는 휴 잭맨의 장발장에 비해 러셀 크로우의 노래는 그렇지 않다. (그는 그의 역할을 다 했을 뿐이지만..) 거기다 연극과 뮤지컬에 비해 시공간의 제약이 덜한 영화의 장점은 초중반에 부각되는 듯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뮤지컬의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노래를 하느라 감정 표현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한 탓인지 클로즈업되는 배우의 얼굴에는 희비를 알기 어려운 표정이 종종 포착되고, 노래들간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영화는 유연하게 연결되지 않고 몇 개의 장(章)으로 구분된 것 같다. 전체적으로 영화적 연출이나 뮤지컬의 특성이 한껏 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대사의 비중을 늘리고 노래로 감정을 강조하는 형태였다면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앤 해서웨이의 연기와 노래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휴 잭맨의 장발장에도 점점 몰입하게 된다. <스위니 토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팀 버튼의 뮤즈, 헬레나 본햄 카터는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중간중간 관객의 숨통을 틔운다. 이 중 영화를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후반부, 그리고 마지막의 혁명군들의 노래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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