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 인류의 불안과 호기심이라는 동전의 양면
몹시 피곤한 상태에서 봤음에도, 거기다 <에이리언>은 어릴 적 어디선가 본 기억조차 끈적한 느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메테우스>에 꽤 만족했다. 사실 <에이리언>의 단서가 될 수도 있는 소재가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에이리언>의 (완벽한) 프리퀄로 해석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여튼, 2090년대의 우주 탐험이라는 설정에 걸맞은 비주얼도 비주얼이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니 보는 내내 영화가 역으로 던졌던 질문들이 맴돌았다.
태초부터는 아니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것을 창조하고 생산하고 있으며, 심지어 생명의 연장이나 복제와 같은, 어쩌면 신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근원에 대한 풀리지 않는 질문을 콤플렉스처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질문에 대해서 이미 많은 가설이 제기되어 왔지만 이 영화에는 누군가에 의해 인간이 설계되고 만들어졌다는 관점과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일부로부터 형성되었다는 관점이 혼재한다. 영화의 서두에서 젊은 ‘엔지니어’는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데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데, 이는 각본을 담당한 데이먼 린드로프가 한 인터뷰에서도 밝힌 것처럼 기독교적인 관점이 아닌 신들 자체 혹은 그들의 일부를 희생해 인간을 만들어냈다는 여러 신화에서 착안한 것 같다. 복잡하게도 영화 자체는 어떤 관점도 부정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다. 기독교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인류의 기원을 위해 우주선에 몸을 싣고 있는 그들의 딜레마는 어떠했을까. 동시에 절대 영역의 신이 아닌 외계의 고등 생물체로부터 자신들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발상은 신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었던 절대 영역이 ‘넘볼 수 있는’ 범위로 들어오고 기술의 발달로 그들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게 한다.
광속으로 날아가도 2여 년간 잠들어 있어야 하는 긴 여행 끝에 무엇을 마주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보다 큰 호기심으로 잊혀진 듯 하다. 인간의 호기심은 그래서 대단하고 무섭다.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인간의 모습이야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발견할 수 있지만, 이 영화의 제목과 그들이 탄 우주선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진흙으로 빚어 만들고 불을 준 신의 모습과 동시에 탐구에 대한 갈망, 금기를 넘어선 호기심, 그리고 이로 인한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한다.
영화는 또한 인간과 그들의 창조자 혹은 기원과의 관계를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만들어낸 로봇을 집어 넣으면서 인간을 피조물인 동시에 창조자의 위치로 나타낸다. 여느 영화의 수동적인 로봇과는 달리 ‘데이빗’은 어느 정도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데, 로봇인 그가 인간들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자신의 기원에 대한 질문을 역으로 던졌을 때 돌아오는 인간의 답은 잔인할 정도로 무심하다. 이 때 그간 (다른 영화나 텍스트를 통해 보여졌던) 인간의 우쭐거림보다는, 자신의 근원을 알지 못한다는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불안과 공허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느낌이다. 어쩌면 인간의 기원 역시 그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것에 답을 구하고 설명을 추가하며 복잡함을 단순함으로 혹은 더욱 복잡하게 풀어가던 사람들에게 극도의 단순함으로 말문이 막히게 한다.
이 영화가 좀 더 단순한 SF 액션 영화였다면, 고도로 발전된 미래 사회나 우주에서의 전투 장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의 비주얼은 필요한 정도의 세심함을 기울이면서도 절제되어있다. <에이리언>의 징그러운 액션들을 예상한 나의 기대를 뒤엎고 도리어 묵직한 질문들을 던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러한 질문들을 영화로 끌어낸 감독과 제작진에 경외감마저 든다. 인간이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엘리자베스가 이제 와서 인간을 왜 파괴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또 다시 우주선에 오르는 것을 보며 인간이 품고 사는 호기심이라는 독 혹은 약에 괜히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게 된다.
***
제목: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
연출: 리틀리 스콧(Ridley Scott)
각본: 데이먼 린드로프 (Damon Lindelof), 존 스파이츠(Jon Spaihts)
출연: 누미 라파스 (Noomi Rapace, 앨리자베스 쇼), 마이클 패스벤더(Michael Fassbender, 데이빗),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 메레디스 비커스), 가이 피어스(Guy Pearce, 피터 웨이랜드)
장르: SF, 스릴러
제작국가: 미국
음악: 마크 스트레이트펠드(Marc Streitenfeld)
촬영: 다리우스 월스키(Dariusz Wol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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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영화라 감상을 정리하기도, 적어놓고도 어렵다.
+ 데이빗이 엔지니어에게 물었던 질문에 대해 원래는 영문 자막을 넣으려고 했지만, 감독이 이를 원치 않았다고 한다. 데이먼 린드로프가 DVD commentary 에서 설명했다고 하니 기다려봐야 하는 걸까.
+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질문이나 영화 자체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http://www.prometheus-movie.com/ 내 포럼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 영화를 보고 난 직후 대강의 감상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건 한 순간이다.
<라이프로그/짧은 감상>
프로메테우스
누미 라파스,마이클 패스벤더,샤를리즈 테론 / 리들리 스콧
나의 점수 : ★★★★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영화는 우리의 호기심에 ‘왜?’라는 질문을 역으로 던진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근원을 알지 못하는 인간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극한의 상황에 스스로를 몰아넣는 인간들의 호기심이라는 독 혹은 약에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게 된다. 보기 편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런 질문들을 스크린으로 옮긴 감독과 제작진에 경외감마저 든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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