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 (Snow White And The Huntsman, 2012)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 (Snow White And The Huntsman, 2012)
– 백설공주를 차용한 새로운 판타지
‘백설공주’를 소재로 한 영화가 올 상반기만 해도 두 편이 개봉했다. 한 편은 포스터만 봐도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 보지 않았지만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은 주인공들 때문이라도 꼭 챙겨보겠다고 기다렸다. <반지의 제왕> 이후 이렇다 할 판타지 영화가 나오지 않아 아쉽기는 해도, 간간히 나와주는 작품들은 챙겨봤다. 이런 판타지는 (내용이 너무 엉성하지만 않다면) 화려한 영상미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영화관을 찾는 맛이 있다. 흥행에는 큰 재미를 못 보는 것 같지만 말이다.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은 의외로 괜찮았다.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이 미미하기 쉬운 판타지물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처음부터 적절한 수위를 잘 유지한다. 올해로 막을 내리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벨라’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여러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나 <토르>의 크리스 헴스워스는 비슷한 듯 또 다른 분위기였고, 사악한 비운의 여왕 역할의 샤를리스 테론은 (언제나 그렇듯) 아주 잘 어울리는 옷을 입은 듯 화려한 연기를 보여준다. (사실 <몬스터>의 그녀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
제목에서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것처럼 모티브는 ‘백설공주’에서 따왔고, 여러 소재들을 활용하기는 했으나,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선한 약자들이나 빼앗긴 왕위를 되찾기 위한 혹은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모험이라는 설정은 많은 판타지와 그 괘를 같이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백설공주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선악 구도를 설정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위해 백설공주의 설정을 차용한 느낌이다. 오히려 처녀의 기력을 흡수해 젊음을 유지하는 마녀에 가까운 여왕이나 봉건제에 기반한 사회는 중세 판타지물과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악의 무리에 맞서 칼을 드는 스노우 화이트는 왕자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다른 공주들보다 ‘잔 다르크’의 모습에 가깝다.
창백한 흰색과 잿빛으로 채운 스크린만큼이나 영화 전반의 분위기나 기저의 주제의식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아름다움에 대한 일방적인 질투가 아닌, 스노우 화이트만큼이나 주어진 운명에 종속되어 마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파괴되어가는 여왕의 모습은 아름다운 동시에 비극적이다. 스노우 화이트 역시 대지의 생명력이자 슬픔마저 포용한다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은 참 잔인하다.
어두운 배경과 스노우 화이트가 왕자가 아닌 헌츠맨의 키스로 잠에서 깨어나기까지 천천히 진행되는 영화에 다소 지루해질 수 있지만,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보는 판타지 영화의 화려한 영상과 음악에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하고 나왔다. 시리즈에 대한 루머(‘헌츠맨’을 중심으로 한 스핀오프나 시퀄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다)가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루머이니 언제나 그렇듯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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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Snow White And The Huntsman, 2012)
연출: 루퍼트 샌더스(Rupert Sanders)
각본: 에번 도허티 (Evan Daugherty), 존 리 행콕 (John Lee Hancock)
출연: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 이블 퀸), 크리스틴 스튜어트(Kristen Stewart, 스노우 화이트),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 헌츠맨),샘 클라플린(Sam Claflin, 프린스 윌리엄)
장르: 판타지, 액션, 모험
제작국가: 미국
음악: 제임스 뉴턴 하워드 (James Newton Ho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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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장이 중 한 명으로 나온 닉 프로스트(Nick Frost)의 등장에 괜히 웃었다. ‘황당한~’ 시리즈 계속 찍어주세요 ;ㅁ;
+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의 선곡이 오히려 <트와일라잇> 시리즈 같은 느낌을 냈다.
+ 비슷하게 동화에서 소재를 가져와 만든 <레드 라이딩 후드(Red Riding Hood, 2011)>는 중반 이후 수습이 안 되는 바람에 초중반에 공들여 쌓은 탑이 와르르 무너졌던 기억이 난다.
<라이프로그>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샤를리즈 테론,크리스틴 스튜어트,크리스 햄스워스 / 루퍼트 샌더스
나의 점수 : ★★★★
암울한 배경 속 (일단은) 해피엔딩 잔다르크의 느낌. 백설공주에서 여러 소재를 차용했지만, 백설공주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오래간만의 판타지라 화려한 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전반적으로 고른 전개에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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