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탐구생활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아쉽지만, 행복하게 마무리된 기나긴 여정의 끝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여느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전작의 엄청난 성공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히스 레저가 연기한 미친 악역 ‘조커’에 필적할만한 악당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 잘해봐야 본전이 아닐까했다.

애초에 감독의 계획은 브루스 웨인의 배트맨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그리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내면의 두려움과 공포로 시작한 배트맨이 선과 악, 영웅과 악당의 경계에 서서 혼란을 겪다 진정한 영웅이 된다는, 이렇게만 놓고 보면 그리 색다를 것도 없는 영웅담이 탄생하게 되었을 것이다. 영웅담의 끝은 대개 그렇듯 행복하게 끝을 맺는다. 브루스 웨인은 알프레드가 흐뭇한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삶을 찾고, 폐허가 되었지만 고담시에도 평화가 찾아온다.



혹자는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고 여느 액션 히어로와는 다른 깊이를 보여주다가 김빠진 콜라마냥 억지스럽게 끝났다고도 하지만, 정의가 승리했으나 살아 남은 이가 없는 폐허 속의 희망이라는 비극적이고 장엄한 결말만이 멋지고 그럴 듯한 건 아니지 않은가. 현실 속에서 겪는 반복적으로 겪는 소소한 절망을 스크린 속 영웅과 행복한 결말에서 위로 받고 싶었는지 웃으며 극장 밖을 나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악당이었다. 아마 시리즈를 쭉 지켜본 사람이라면 비슷하게 느꼈을 것 같다. 평범한 사람, 선한 사람도 우연하게 벌어진 아주 불운한 일로 악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고담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조커에게는 이유가 없었다. 혼란의 사도라 자칭하는 조커는 혼란을 증폭시키면서 이러한 혼란의 미덕을 공평함이라고 설파하는 괴이하리만큼 뒤틀린 철학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의 근원이나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반면 이번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과 그의 일당들의 목적은 보다 명확하다. 무엇이든 이유가 있고 설명이 가능해지면 심리적 충격의 크기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나쁜 짓을 했지만 알고 보니 그리 나쁜 놈은 아니었다는 싱거움이란.) 시리즈 내내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제 역할을 다해내고,새로 투입된 캣우먼이나 블레이크도 꽤 근사하게 역할을 해냈지만 전작에 비견할만한 악당의 부재가 아쉽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것보다 그 압도적인 스케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CG보다 실사로 건물을 죄다 부수거나 배우들을 와이어에 매달아 돌리는 시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이 가장 많이 들어갔다는 수식어에 걸맞게 이 영화는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중 가장 큰 스케일의 액션으로 엄청난 쾌감을 선사했다. ‘더 배트’와 업그레이드 된 ‘텀플러’, ‘배트 포드’가 고담 시를 가로지르고, 공을 들고 뛰는 미식축구 선수 뒤로 경기장이, 도시가 무너진다.  스케일과 내용이 이 정도 수준으로 꽉 찬 액션 영화는 사실 보기 드물지 않은가. 개봉 직후 보지 않고 기다렸다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한 보람이 있었고, 다시 본다고 해도 나의 선택은 같을 것 같다. 스케일이 큰 영화에 맞는 환경에서 보면 그 쾌감은 배가된다. (덕분에 <다크 나이트>까지 아이맥스에서 다시 보고 싶어졌다!)


다른 감독이 또 다른 배트맨 시리즈를 가지고 등장하게 될 지라도, 세 편 모두 연결고리를 가지는 동시에 각각의 테마 속에서 고민한 흔적을 보였던 놀란의 시리즈는 영웅물들 사이에서도, 시리즈물로서도 오래도록 회자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보면 볼수록 한번쯤 찔러보고 싶은 주제가 있기도 해서 더더욱 그렇다. 배트맨의 웅얼거림도, 조커의 삐죽 대는 웃음도, 베인의 거친 숨소리도 모두 꽤 그리울 것 같다.


***

제목: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
연출: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각본: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조나단 놀란(Jonathan Nolan) / 스토리:데이빗 S. 고이어(David S. Goyer), 크리스토퍼놀란 / 배트맨 캐릭터: 밥 케인(Bob Kane)
출연: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 브루스 웨인/배트맨),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 알프레드), 게리 올드만(Gary Oldman, 짐 고든), 앤 헤서웨이(Anne Hathaway, 셀리나 카일/캣우먼), 톰 하디(Tom Hardy, 베인), 마리옹 꼬띠아르(Marion Cotillard, 미란다 테이트), 조셉 고든-레빗(Joseph Gordon-Levitt, 존 블레이크),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 루시어스 폭스)
장르: 액션, 범죄, 스릴러
제작국가: 미국, 영국
음악: 한스 짐머(Hans Zimmer)
촬영: 월리 피스터 (Wally Pf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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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배우들이 대거 나오기는 하지만, <덱스터>의 퀸 형사로 나온 데스몬드 해링턴(Desmond Harrington)에 반가웠다가 으악할 뻔. 다리를 그리 날리면 어쩌니.

+ 알프레드 역의 마이클 케인, 너무 귀여우시다. 게리 올드만하면 악역이 떠올랐는데 고든 덕에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

<라이프로그/짧은 감상>


다크 나이트 라이즈
크리스찬 베일,모건 프리먼,게리 올드만 / 크리스토퍼 놀란
나의 점수 : ★★★★
시리즈 중 가장 압도적인 스케일의 영상으로 쾌감을 준 이번 작품으로 놀란의 배트맨은 막을 내렸다. 조커에 비견할만한 악당의 부재가 아쉽기는 했지만 행복한 결말이 나쁘지 않았다. 배트맨의 웅얼거림도, 조커의 기이한 웃음도, 베인의 거친 숨소리도 모두 꽤 그리울 것 같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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