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뺑덕(2014)
마담 뺑덕(2014)
– 공허한 욕망 끝에 마지막 그 장면만
덕이는 사랑 앞에 백지 그 자체였다. 잘못된 시작으로 채워진 비뚤어진 욕망을 탓하기엔 사랑을 담는 그녀의 마음은 너무 비어있었다. 학규의 마음은 또 다른 백지였다. 목적 없는 삶의 공허함을 육체에 대한 욕망으로 채웠지만, 그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조차 몰랐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지한 남녀가 만나 사랑인지 집착인지 모를 감정 속에 모든 것을 남김없이 불태운다.
덕이의 사랑은 비극의 절정에 있다. 어찌 봐도 아주 나쁜 놈이거나 그냥 나쁜 놈인 학규에게 철저하게 복수하겠다는 마음 속에 연민이 꿈틀거린다. ‘어멈’이라는 호칭이 걸맞은 중년 여성이었다면 질척이기만 했을 감정이, 어리고 여린 소녀였기에 아프다.끝까지 나쁜 놈이었어야 할 학규가 용서를 구할 때 엉엉 울던 덕이를 보며, 그 안의 여린 소녀가 품었던 미련한 사랑을 탓했다.그러면서도 마지막엔 서로가 진정한 사랑으로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끝나버리기엔 너무 아팠다.
비극을 위해 두 배우는 열연한다. 이솜의 두 얼굴도, 정우성의 공허한 표정도, 눈먼 연기도 인상적이다. 정우성이 목소리가 이렇게 좋은 배우였던가. ‘향기 없는 꽃이 흩날리고 있는’ 길을 따라 들어가는 오프닝과 어우러진 내레이션에 놀랐다. 덕분에 영화에 꽤 몰입할 수 있었다. 덕이가 학규를 쫓아다닐 때 마음이 설렜고, 그녀를 매정하게 버리고 욕정만으로 채운 삶을 살아갈 때 분노가 일었다. 덕이의 복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음식 쓰레기와 담뱃재를 털어 넣은 ‘김치찌개’에서 극에 달했다.
덕이의 복수가 정점을 찍을 무렵, 청이의 등장으로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아쉽게도 여기서부터 영화는 휘청댄다.아비의 눈을 뜨게 하려 인당수에 빠지는 심청전과는 달리, 자신의 의지도 효심도 아닌 복수에 의해 현해탄을 건너는 청이. 그녀는 임금도 왕자도 아닌, 조폭을 주무르는 할아버지와 복수를 감행한다. 그러나 애초에 가족의 비극에 적극적이지도, 아버지를 끔찍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그녀의 행동은 어색할 뿐더러 설득력이 떨어진다. 품격을 지키던 치정 멜로가 갑자기 B급 영화로 전락한 느낌이랄까. 심청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기 때문에 청이의 존재를 지울 수 없었다는 것에 유감이다. 심청전에서 뺑덕 어멈과 학규의 관계나 감정이 큰 비중을 차지 하지도, ‘뺑덕 어멈’과 ‘마담 뺑덕’, ‘덕이’ 사이의 느슨한 연결고리를 생각해보면, 차라리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미련해서 위대했던 <위대한 개츠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데이지를 바라보던 눈길처럼, 정우성이 덕이를 바라보는 애절한 마지막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왜 그렇게 힘들게 돌아왔어야 했는지, 잃고서야 소중함을 안다지만 돌고 도는 인생사에 그만큼 슬픈 재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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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담 뺑덕(2014)
연출: 임필성
각본: 장윤미 / 각색: 임필성
출연: 정우성(학규), 이솜(덕이), 박소영(청이), 김희원(도박장 최씨), 김남진(덕이엄마), 이창훈(동우), 양진우(안과의사)
장르: 멜로/로맨스
제작국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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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욕망이 점철되던 영화 <은교>가 연상됐지만,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마담 뺑덕>을 보고 나서는 슬픔만이 맴돌았다.
<짧은 감상>
★★★☆ (7/10)
사랑에 무지한 남녀가 만나 모든 것을 남김 없이 불태운다. 돌고 도는 인생사라지만 둘 밖에 남지 않은 마지막이 슬프다. 두 배우의 열연과 인상적인 영상들로 잔인하도록 슬픈 사랑 이야기가 될 수 있었는데, <심청전>이라는 모티브 때문에 등장하는 청이와 그 이야기가 이 영화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 ‘마담 뺑덕’과 ‘뺑덕 어멈’, ‘덕이’ 사이의 느슨한 연결 고리를 생각해본다면, 차라리 새로운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것이 나았을지도.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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