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Frank, 2014)
프랭크(Frank, 2014)
– 프랭크의 가면을 마주한 우리의 표정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로 살고 있을까. 자신도 모르는 새 하나 둘 늘어난 가면은 시시각각 필요에 의해 바뀌고 또 바뀐다. 태생적으로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사회적 동물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더 많은 종류의, 다양한 표정의 가면을 가지게 된다.
영화의 제목과 동명인 프랭크의 가면은 하나다. 프랭크는 미키 마우스의 머리를 방불케 하는 큰 가면을 한시도 벗지 않는다. 무언가에 놀란 듯하면서도 즐겁기도, 슬프기도 한 아리송한 분위기의 가면은 늘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마주한다. 노래를 부를때도, 먹고, 씻고, 심지어 잘 때조차 눈을 부릅뜬 한결 같은 모습이다. 프랭크를 처음 본 사람들은 가면 속 그의 모습을 흉측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거나 묻는다. 이러한 궁금증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존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집요하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주한 표정에 따라 바삐 가면을 바꿔야 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한결 같은 프랭크의 가면에 대고 자유롭게 감정을 쏟아낸다. 즐거움과 슬픔을, 간절함과 욕망을 토로한다. 프랭크는 ‘환영의 미소’, ‘뿌듯한 표정’과 같은 짤막한 단어로 자신의 표정을 설명할 뿐이다. 프랭크의 가면은 가면 속의 사람을 대변한다기 보다, 그를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과 욕구를 비춘다.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프랭크는 자신의 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한다’며 밀어붙이는 존과 같은 인물들을 탓할 수 없다. 사람의 욕심은 물과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므로. 그것이 단지 표정 없는 프랭크에 투영이 되었을 뿐, 악의를 품고 이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프랭크는 어쩌면 사람들의 이런 보이지 않는 기대에 서서히 무너진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화목한 가정에서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니고 자란, 순수한 프랭크가 장난 삼아 시작한 가면놀이가 어느새 그 가면을 쓰지 않고서는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가면을 벗은 자신의 표정을 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두려움이점점 더 가면 속으로 그를 몰아넣은 것일지도 모른다.
프랭크의 가면을 마주한 등장 인물들처럼, 프랭크의 가면, 영화를 채운 영상과 음악을 두고도 관객들은 제 각각의 생각을 담아낼 것이다. 이 한 편의 영화에 어떤 이는 웃고, 어떤 이는 울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세상의 모든 영화가 프랭크의 가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방적인 얼굴로 관객을 바라보는 영화는 정해진 것 이외의 어떤 표정도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우리를
보는 표정은 우리만이 아는 것이다. 영화의 좌초와는 무관하게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표정으로 영화를 볼 것이다. 다행인 것은 프랭크와는 달리 영화는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에 상처받거나 애써 외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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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프랭크(Frank, 2014)
연출: 레니 에이브러햄슨(Leonard Abrahamson)
각본: 존 론슨(Jon Ronson), 피터 스트로갠(Peter Straughan)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Michael Fassbender, 프랭크), 돔놀 글리슨(Domhnall Gleeson, 존), 매기 질렌할(Maggie Gyllenhaal, 클라라), 스쿳 맥네이리(Scoot McNairy, 돈)
장르: 코미디, 드라마, 미스터리
제작국가: 영국, 아일랜드
촬영: 제임스 매더(James M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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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영화는 얼마 전에 본 <비긴 어게인>과 마찬가지로 음악 영화다. 영화만의 위트도 드라마도 잘 담겨있다. 이 영화에서 그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였다. 시종일관 가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이지만, 표정 없이도 관객을 압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이 밉지 않다. 그는 프랭크나 밴드의 그 누구와 마찬가지로 단지 음악이 너무 좋았을 뿐이다.
+ 코카콜라 립스틱 링고 댄스올나잇 댄스올나잇! (+ 친칠라!)
<짧은 감상>
★★★★ (8/10)
타인은 스스로를 보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한결 같은 프랭크의 가면을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영화와 관객과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영화가 혹은 영화를 보는 우리의 표정은 우리만의 것이다. 위트와 드라마, 음악이 잘 어우러진 이 영화를 무엇보다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연기는 표정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는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다. 가면을 쓰고도 그의 슬픔과 기쁨이 오롯이 전해진다. 어쩌면 이것도 나만이 느낀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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