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2013)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2013)
– 다시 또 그렇게

사랑. 행복,슬픔, 분노 등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의 감정을 수반하는 사랑이라는 녀석은, 빠져있는 동안 눈과 귀를 멀게 하고, 가슴이 뜯어질 듯한 이별 후엔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도 이내 빠져버리게 된다. 그런 사랑에 수많은 노래가 울고 웃는다.

영화 <비긴 어게인>은 그런 사랑에 대한 영화다. 연인과 함께 뉴욕으로 온 그레타와 아내에 대한 상처로 하루하루를 산송장처럼 보내는 댄, 변심한 연인 데이브, 아버지의 사랑을 원하지만 좁히기 어려운 거리를 두고 서성이는 댄의 딸 바이올렛. 연인, 친구, 가족관계로 연결된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랑을 원하고, 또 사랑에 상처받은 이들이다. 이들은 운명 같은 우연으로 만나 음악으로 아픔을 극복해나간다.


감독의 전작 <원스>와 마찬가지로 음악이 영화를 이끌어가지만, <원스>가 주인공 두 사람의 관계와 교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비긴 어게인>은 두 남녀 주인공을 주축으로 이들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두루 다룬다. 주인공들이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고 아파하면서 음악으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비슷하지만, 각자의 현재로 돌아오는 <원스>에 비해 모두 한걸음 나아간다는 점에서 <비긴 어게인>은 한층 밝고 희망적이다. 변해버린 사랑을 두고 미련으로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새우기보다’어찌됐든 바보같이 널 사랑했었다’고 이별을 고하는 그레타나, 절망적인 마음으로 노래하던 그레타를 보며 꺼져가던 열정의 불씨를 되살리는 댄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이별이나 상실에 지친 마음에 슬며시 희망을 준다.

<비긴 어게인>은 뮤지컬 영화답게 화려한 캐스팅, 스토리와 함께 음악이 영화를 빼곡히 채운다. Maroon 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은 물론 싱어송라이터로 등장하는 키이라 나이틀리 역시 직접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여느 가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아일랜드의 분위기를 한껏 담고 있었던 <원스>의 음악과는 대조적으로, 뉴욕의 도시적인 느낌과 활력을 담은 노래들로 이별조차 씩씩하다.


이 영화가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된 건, 모순이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그레타의 사랑 때문이었다. 그레타와 댄은 강렬한 정신적 교감과 끌림에도 불꽃처럼 하룻밤 연인으로 남지 않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서로를 위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은 아쉽지만 처량하지 않다. 데이브를 향해 질척이던 마음을 노래로 떨쳐버리고, 다시 돌아오라는 노래에 눈물 한줄기로 답하고 돌아서는 그레타가 결국 데이브도 댄도 아닌 스스로를 선택했을 때, 그리고 활기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나갈 때 ‘괜찮아’라는 위로가 전해지는 듯 했다.

우리는 늘 사랑을 원한다. 그리고 상처 받는다. 다시는 이렇게 미련한 사랑을 하지 않을 거라고, 아프지 않을 거라고 후회하고자책한다. 그럼에도 바보 같지만 다시 또 사랑하고 상처받는 걸 보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마음을 달래고 또 이어주는 노래와 영화가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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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긴 어게인(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2013)
연출/각본: 존 카니(John Carney)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 그레타), 마크 러팔로(Mark Ruffalo, 댄), 애덤 리바인(Adam Levine, 데이브), 헤일리 스테인펠드(Hailee Steinfeld, 바이올렛)
장르: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코미디
제작국가: 미국
촬영: 야론 오바치(Yaron Orb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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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음악을 듣는지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에 재생 목록을 뒤적였다. 절망적이기도, 거칠기도, 또 달콤하기도 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언젠가 각자의 음악을 나누며 도심을 거닐고 싶다는 생각.
+ 영화든 음악이든 그 감상은 상당 부분 개인적 경험의 반영이자 해석이다. 많이 지쳐있던 마음이 영화관을 나설 때는 벅찰 정도로 차 올랐다.
+ (전작이고 같은 뮤지컬 영화라 자꾸 비교하게 되는) 저 예산 영화였던 <원스>에 비해 캐스팅부터 연출, 소품까지 공을 들여 눈도 귀도 즐거웠다.

<짧은 감상>

★★★★ (8/10)
우리는 늘 사랑을 원하고 그 사랑에 울고 웃는다. 마음을 달래고 또 이어주는 노래와 영화가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지친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던 영화. 키이라 나이틀리가 부르는 이별 노래마저 달콤하고 씩씩했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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