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더 시그널 (The Signal, 2014)

더 시그널 (The Signal, 2014)
– 인간 내면에 대한 낯선 방식의 고찰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다리가 불편한 닉, 어딘가 모르게 괴이한 구석이 있는 조나, 이들 둘과 잘 섞이지 못하는 헤일리. 이들의 여정은 노매드(NOMAD)로 불리는 해커가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틀어지게 된다. 노매드를 추적한 끝에 그의 거처로 추정되는 네바다 어딘가의 폐허를 찾게 된 셋은 이 곳에서 정체 모를 공격을 받게 되고 낯선 곳에서 영문 모른 채 눈을 뜬다. 외계생물체와의 접촉이 있었다며 격리 수용된 닉은 비상한 두뇌로 탈출을 시도하고 헤일리와 함께 성공하는 듯하다. 그러나 자신을 취조하던 연구원으로부터 맹렬한 추격이 계속되면서 위기 상황에 몰린다.


영화의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반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플롯으로 단조롭지만은 않다. 거기다 주인공이나 사건 자체 외에도 그 배후나 원인을 추리하는 통상의 스릴러와는 달리, 온전히 사건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영화 후반까지 이어진다.덕분에 90여 분 동안 티저 영상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불행히도 영화의 결말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난해한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기본적인 질문, 즉 “이 영화는 왜 만들어졌는가”로 회귀한다. 정체 모를 신호에 이끌려 외계 생물체와 조우한다거나, 외계 기술이 인간에 적용된다는 소재는 새롭지 않다. 더욱이 저예산 독립 영화인 <더 시그널>은 정교한CG와 자본력으로 지구를 산산조각 내고 미지의 생물을 스크린 상으로 창조해내는 블록버스터급 SF 영화들에 비해 한계점이 많다. 필연적으로 <더 시그널>은 기존 SF들이 담아냈던 미래 사회나 미지 세계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담아내기보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에 활용해 좀더 개인적 차원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즉, 신호를 따라가 정체 모를 연구소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등장 인물간 대화나 행동을 통해 의심, 불안, 희망과 같은 내적 동요와 해소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이 영화는 SF적 소재를 활용하여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을 담아내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정부나 기관에 대한 이유 모를 반감, 확신과 불확신을 오가는 심적 동요, 진실을 쫓지만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는 막다른 벽에 이른 절망,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의지와 배려와 같은 보편적인 감정과 이들의 변화를 특수한 상황에서 보다 극단적으로 끌어내고자 한 것 같다.

블록버스터들의 비슷한 스토리나 전개가 식상했다면 <더 시그널>이 꽤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반면, 기승전결 구도가 뚜렷하고 잘 짜여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좋은 평을 얻기는 힘들 것 같다.)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영리하게 극복했고, 불편할 수 있는 장면들 대신 행복한 순간들의 영상으로 감성을 더해 영화를 무겁지 않게 이끌어나간다. 단조로운 스토리로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고 후반부에 가서 주요 메시지 격인 ‘인간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등 아쉬운 점들도 여럿 있지만, 선댄스 혹은 ‘부천’스러운, 이 실험적인 영화를 일반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

제목: 더 시그널(The Signal, 2014)
연출: 윌리엄 유뱅크(William Eubank)
각본: 윌리엄 유뱅크(William Eubank), 데이빗 프리게리오(David Frigerio)
출연: 브랜튼 스웨이츠(Brenton Thwaites, 닉 이스트먼), 로렌스 피시번(Laurence Fishburne, 윌리엄 데이먼), 올리비아 쿡(Olivia Cooke, 헤일리 피터슨), 뷰 크냅(Beau Knapp, 조나)
장르: SF, 액션, 스릴러
제작국가: 미국
촬영: 데이비드 란젠버그(David Lanzen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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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 U Agitated?’를 ‘자극 받았냐’가 아니라 ‘긴장이 좀 되냐’ 정도로 해석했다면 더 와 닿았을 것 같다.

+ 영화의 감성을 좀 더 잘 잡아낸 스틸컷들. 구도나 색감 활용이 인상적.

<짧은 감상>
★★★ (6/10)
보편적인 인간 내면에 대한 낯선 방식의 고찰. 저예산에서 오는 시공간, 자원의 제약을 영리하게 극복했지만 영화의 메시지나 스토리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 불친절한 신선함이 반가웠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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