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 생존을 마주한 두 진영의 갈등, 그 서막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인류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 중이던 약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작용해 많은 사상자를 낸다. 이후 10년, 지구에는 유전적으로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진 소수의 인간과 바이러스로 인류만큼 혹은 그 이상의 지능과 지혜를 가진 유인원이 각자의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러던 중, 전력원을 찾던 인간들과 그들만의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던 유인원이 부딪힌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설정은 소수의 인류와 다수의 좀비가 살아남는 생존 시나리오와 사뭇 다르다. 인류와 좀비가 살아남은 지구에서는 머리 좋은 인류가 눈에 띄지 않고 먹히지 않으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궁리를 하는 반면, <혹성탈출>의 지구에서는 유인원과 인류가 공존과 개체 생존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벌인다. 유인원과 인류 진영 모두 그들을 이끄는 강력한 리더가 있고, 평화와 전쟁을 옹호하는 온건과 급진 세력이 나누어진다는 공통점을 두고 비교하고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유인원들의 리더인 시저는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Apes do not kill apes)”라는 구호 하에 평화로운 유인원사회를 구축하고 후대를 양성하며 마찰 없이 각자의 경계를 지키려 한다. 이러한 그의 결정이 시저를 포함한 유인원들이 인간으로부터 고통 받은 과거를 용서하고 나아가려 하는 과정 상에 있다는 점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온건적 이상주의라고 간주하기 어려울 뿐더러,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타인 혹은 타 종족의 무언가를 빼앗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인류 진영과는 차별된다(동시에 삶의 터전과 모든 것을 잃은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인류 진영의 결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총을 든 시저의 마지막 결정이 더욱 안타깝고 쓸쓸하다.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은 제목처럼 전편과 이어질 다음 이야기를 잇는 중간 장(章)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이상과 현실간의 갈등, 생존의 문제를 마주한 두 진영 간을 오가며 전달하는 메시지부터 정교한 CG로 재연된 폐허가 된 도시, 유인원들, 이들 간의 전쟁 장면들이 쉴새 없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석기 시대 인류들처럼 단순한 도구를 들고 말을 타던 유인원들이 이제 총을 들었다. 신체적으로 불리한 조건들을 지능적 우위로 극복해왔던 인간들에게 유인원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일까. 유인원과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공존은 불가능한 것일까. 전편에서 한 걸음 진화한 이번 작품이 던져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다음 작품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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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연출: 맷 리브스(Matt Reeves)
각본: 릭 자파(Rick Jaffa), 스콧 Z. 번스(Scott Z. Burns), 아만다 실버(Amanda Silver), 마크 봄백(Mark Bomback)
원작: 피에르 불(Pierre Boulle)
출연: 앤디 서키스(Andy Serkis, 시저), 게리 올드만(Gary Oldman, 드레퓌스), 제이슨 클락(Jason Clarke, 말콤), 주디 그리어(Judy Greer, 코르넬리아), 케리 러셀(Keri Russell, 엘리), 토비 켑벨(Toby Kebbell, 코바), 커크 에이스베도(Kirk Acevedo, 카버), 코디 스밋 맥피(Kodi Smit-McPhee, 알렉산더)
장르: 액션, 드라마, SF, 스릴러
제작국가: 미국
촬영: 마이클 세레신(Michael Sere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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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리더 모두 각자의 진영에 존중 받지만, 특히 시저의 리더십은 존중이나 신임은 직책이나 지위로 주어지는 것(given)이 아니라 노력하여 얻는 것(earned)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많은 말이 오가지는 않지만 그를 따라 탈출을 감행하고, 철창에 갇히면서도 그의 아들을 지켜주는 모리스를 비롯한 믿음직한 지지자들의 마음에서 느껴진다.
+ 영어 제목을 발음 나는 대로 붙이거나 직역해서 영화를 보기도 전부터 흥미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혹성탈출의’반격의 서막’이라는 부제목은 전편에 이어 원제인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를 가장 적절하게 살린 것 같다.
<짧은 감상>
★★★★☆ (9/10)
공존과 개체 생존을 위한 대립. 이상과 현실의 갈등. 유인원과 인류 진영의 두 리더와 이를 따르는 이들의 행동과 반응이 무척 흥미진진하다. 정교한 CG와 드라마가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다. 총을 든 유인원과 인류 간의 공존은 불가능한 걸까? 다음 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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