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베를린 (The Berlin File, 2012)

베를린 (The Berlin File, 2012)
– 첩보 속 인간 드라마 그리고 그들의 순정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한국, 북한, 이스라엘, 러시아 등의 여러 국가가 개입된 정보국과 정부 요원들의 암투. 스케일만 보더라도 한국, 중국, 일본, 북한을 맴돌던 그간의 규모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은 틀림없다. 거기에 하정우, 한석규를 비롯한 캐스팅은 기대치를 더한다.


<베를린>은 북한의 지도자가 바뀌면서 생기게 되는 권력과 신뢰의 불균형,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드는 세력들이 다른 세력들과 얽혀 쫓고 쫓기고, 배신에 배신을 거듭해나가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그린 영화다. 제목은 그 배경이 베를린을 의미하는데, 베를린이 아닌 다른 도시였다고 해도 사실 크게 상관은 없었을 것 같다. 하정우와 전지현, 이경영, 류승범은 모두 북한 측 사람으로 나오는데, 이러한 설정에는 어쩌면 이제는 찾기 힘든 ‘조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이라는 설정에 긴 배경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는 어느 국가도 (심지어 한국마저)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위치에 서있지 않는다. 조직을 배신하는 일이 되었든, 동료를 팔아 넘기는 일, 혹은 가족을 지키는 일이 되었든 간에, 결국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이해 관계를 고려한 결정과 행동만이 남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정치적인 암투를 그린 첩보전보다 그 속의 사람들에 대한 영화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앞두고 조국보다 아끼던 이의 안위를 생각하고, 권력 앞에서 너무도 태연하게 비열해지는 사람들의 낯설지 않은 모습에 긴 수식어가 없어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국정원 요원인 정진수와 북한의 비밀요원 표종성의 관계 역시 남북을 초월한 무언가였다기 보다,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감정에서 비롯된 행동들로 억지스러운 설정보다는 공감하기 쉽다.


초반부의 산만한 전개를 제외하고는 액션 영화로서의 액션도 적절했고 소재 설정이나 내용의 전개가 꽤 만족스러웠다. 한국 사람이기에 무조건 공감해야 하는 무언가로 호소하거나 강요하지도 않는다. 배신과 그 속에서 벌이는 암투들을 그린 첩보물로서<본> 시리즈와 비교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베를린>에는 그만의 독특한 정서가 내재되어 있다. 그 중,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건 죽음을 무릅쓴 ‘순정’이 아닌가 싶다. 상대에게 의심을 품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그 남자의 순정과 가느다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그를 끝까지 따르는 그 여자의 순정은 여느 첩보물에서 느끼지 못했던 뭉클함이 느껴졌다.


영화 속 하정우의 눈빛은 <드라이브>의 라이언 고슬링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강인함 속에 불안함이, 그리고 절박함이 느껴지는 그 눈빛은 영화관을 나서고 나서도 한참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실 첩보 액션을 보러 가서 사랑이야기에 이렇게 사무치게 될 줄은 몰랐다. 배우들의 힘이었을까? 첩보라는 소재와 액션부터 그 안의 사랑까지, 이 정도로 괜찮을 줄 알았다면 보러 가기 전에 기대를 조금 더 해볼 걸 그랬다. 기대가 부족했던 것 같아 미안함마저 느껴지는 영화다.

***

제목: 베를린(The Berlin File, 2012)
연출/각본: 류승완
출연: 하정우(표종성), 한석규(정진수), 류승범(동명수), 전지현(련정희), 김서형, 배정남, 이경영, 곽도원
장르: 액션, 드라마
제작국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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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에는 대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자막들이 말하는 사람 쪽에 뜨는 것도 조금 산만해 보였다.

+ 하정우라는 배우의 매력에 다시 한 번 빠지다. 그의 필모를 쭈욱 다시 한번 볼 예정.


<라이프로그/ 짧은 감상>
나의 점수 :
★★★★☆
그간의 한국영화에 비해 스케일도 내용도 여러모로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국가간의 두뇌 싸움보다 그 안의 사람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첩보 액션에서 사랑 이야기에 사무칠 줄은 누가 알았을까. 하정우라는 배우의 매력에 다시금 빠지게 되었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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