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스타트렉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 그들의 모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불과 며칠 전까지 스타 트렉의 벽은 높아 보였다. 두텁고 깊은 마니아 층을 가진 시리즈를 새롭게 제작한다 한들,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얼마나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J.J. 에이브람스(사단)의 힘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스타 트렉을 꾸준히 좋아했던 이들부터 처음 접하는 이들까지, 고루 즐길 수 있는 요소들로 영화가 지루할 틈이 없다. 바로 직전 작품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을 관람한 후 본다면 두 영화간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재미도 느낄 수 있지만, 이번 작품 자체로도 즐길 요소는 충분하다. (인물 간의 관계도 유추할만한 단서를 곳곳에 주기 때문에 크게 무리가 없다)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23세기인 2259년을 배경으로 한다. 2009년작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 이어지는 이야기로, 전편이 (제임스) 커크와 스팍이 스타플릿과 USS 엔터프라이즈 호에 합류, 동료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그들이 함께 외부 세력에 맞서는 내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직관에 의존하는 젊은 함장인 커크는 당돌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에 함선과 승무원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상부의 판단으로 함장직을 박탈당하고 엔터프라이즈 호 승무원들은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정체 불명의 공격에 스타플릿 본부에 상당한 타격이, 그리고 커크에게 상관 이상이었던 파이크 함장은 죽음을 맞이한다. 커크와 스팍, 그리고 동료들은 공격의 배후를 찾아 엔터프라이즈 호에 오르고, 모습을 드러낸 악당 존 해리슨을 둘러싸고 갈등과 음모, 복수가 펼쳐진다.


전작의 주인공과 동료들은 변함 없이 등장하지만 한층 성숙된 면모를 보인다. 커크는 함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자기 희생을, 냉혈한이라 불리던 스팍은 우정을 위해 분노하고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본즈나 우후라, 스코티, 술루, 체코프 등 전작에 등장한 동료 승무원들 역시 엔터프라이즈 호의 여정에 함께 하며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BBC <셜록> 시리즈로 유명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존 해리슨은 엔터프라이즈 호와 스타플릿을 위기에 빠뜨리는 위협적인 악당으로, 연민과 배신을 오가며 긴장을 한층 고조시킨다.

분노를 모티브로 한 서사는 등장 인물들 간의 크고 작은 대립으로 이어진다. 커크와 존 해리슨의 동맹과 대립, 스타플릿과 엔터프라이즈 호, 스팍과 존 해리슨까지 그 과정이 치밀하지는 않지만, 그리 느슨하지도 않은 줄다리기를 보는 것 같아 흥미롭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결국 ‘착한 사람’이 승리하지만, 그리 깊지 않게 정의와 대의를 위한 희생, 강자와 약자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캐릭터와 드라마에 이어 빠질 수 없는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핵심은 IMAX와 3D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영상미이다. IMAX와 3D의 조합은 광활한 우주 세계를 아름답고 또 웅장하게 재현한다. 우주와 지구, 함선을 오가는 내내 디테일이 만들어 낸 새로운 세계도 인상적이다.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 낸 세계는 감탄을 자아냈다 (이러한 점이 SF의 묘미가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3D효과를 제외한 IMAX에서 재관람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아이언맨>을 포함해 열광하는 시리즈들이 끝나거나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열광할만한 시리즈가 또 하나 늘어 (매우) 기쁘다. 지금까지 두 번 관람했지만, 여전히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지금까지의 <스타 트렉> 시리즈가 어떠했을지는 모르지만, ‘평행 우주’를 차용한 이 시리즈에서는 언제 어디를 배경으로 하든 광활한 우주만큼 혹은 그 이상의 모험이 계속될 수 있지 않을까. 캐릭터, 드라마, 액션, 영상 모두의 합이 잘 어우러진 이 시리즈는,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호의 모험은, 정말이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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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타트렉 다크니스(Star Trek Into Darkness, 2013)
연출: J.J. 에이브람스(J.J. Abrams)
각본: 알렉스 커츠만(Alex Kurtzman), 데이먼 린드로프(Damon Lindelof), 로베르토 오씨(Roberto Orci) /원조: 진 로든버리(Gene Roddenberry)
출연: 크리스 파인(Chris Pine, 제임스 T. 커크), 재커리 퀸토(Zachary Quinto, 스팍), 조 샐다나(Zoe Saldana, 우후라),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 존 해리슨), 칼 어번(Karl Urban, 본즈), 사이몬 페그(Simon Pegg, 스코티), 안톤 옐친(Anton Yelchin, 체코프), 존 조(John Cho, 술루)
장르: 액션, 모험, SF
제작국가: 미국
촬영: 다니엘 민델(Daniel Mi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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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 못 느끼는 척 하는 스팍은 어찌 보면 (남모르게 언제나 화가 나 있는) 헐크 같았달까(…). 볼수록 매력이 넘친다. 


+ 존 해리슨이 등장하는 그 장면, 정말 인상적이었다.


+ 커크와 스팍, 존 해리슨 외에도 약방의 감초 같은 스코티와 체코프 덕에 깨알 같은 웃음이. 사이몬 페그는 보기만해도 웃음이 난다. 말이 나온 김에 <더 월드 엔드(2013)>, 개봉해달라!!!


<짧은 감상>

나의 점수 : ★★★★☆

배우들이 만들어 낸 캐릭터, 복수를 모티브로 한 드라마, 최첨단 CG가 만들어 낸 화려한 영상,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무겁지 않게, 그러나 신나게 즐길 수 있는 SF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낸다. 전편을 보지 않아도, 스타 트렉을 잘 모르더라도 즐길 요소는 충분하다. 이 시리즈는, 정말이지 계속되어야 한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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