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 (Ant-Man, 2015)
<앤트맨 (Ant-Man, 2015)>
– 디즈니의 마블 히어로
2009년 어느 날인가,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걱정 어린 탄식을 뱉어냈다. 범우주적 마블 히어로들은 과연 꿈과 희망의 디즈니 성 안에 ‘독립적으로’ 특유의 색을 지켜낼 수 있을까. 기대 반 우려 반 지켜본 지금까지의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는다행인지 큰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 <앤트맨>에서는 디즈니의 입김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앤트맨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닥 새롭지 않다.우주, 천상계 출신이 아닌 이상 (적어도 영화 속) 어벤져스 히어로 대부분이 후천적인 실험이나 훈련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이다.그 대표적인 예인 아이언맨을 비롯, 헐크, 캡틴 아메리카, 앤트맨까지 과학과 이성에 대한 믿음과 의지로 만들어진 히어로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걸 입으라고?!
그러나 이들, 특히 기존 어벤져스 캐릭터와 앤트맨의 동기 혹은 목적은 사뭇 달라 보인다. 어벤져스의 간판 캐릭터인 아이언맨은 자신을 구하는 과정에서 히어로가 된다. 헐크는 어쩌다 얻은, 원치 않은 능력으로 발탁된다.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쉴드…… 왜 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지, 그 동기는 사실 뚜렷하지 않다. 자의든 타의든 얻은 그들의 우월한 능력을 십분 활용해인류 평화에 기여한다는 대의적 명분이 있기는 하다. 덕분에 내면적 동기를 일일이 설명하는 수고를 덜어주지만, 그들이 왜 ‘히어로’로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그러나 앤트맨의 이야기는 ‘가족’에서 시작되어 ‘가족’으로 끝난다. 앤트맨은 정의로운 과학자나 도둑으로서의 사회적 명분보다는 당당한 가장, 아빠로서의 존재하기 위한 선택이다. 가족을 염두에 둔 시선은 인물 설정이나 줄거리 등 영화 안에서 그치지 않고, 영상, 음악, 유머 코드 등 스크린 밖 ‘가족’까지 고려하여 골고루 조합한다. 아, 친구들과의 우정도 빠질 수 없다. 디즈니의 장기가 발휘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덕분에 매니아층을 겨냥한 히어로물보다는 가족 오락영화에 가깝다. (토마스가 이리저리 날아다닐 때는 극장 안이 웃음바다가 됐다)
총기 넘치는 데다 사랑스럽기까지 한 딸. 딸바보 앤트맨
영화 <앤트맨>은 고루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지만,아쉬운 점 역시 ‘디즈니’의 영향력에서 기인한다. 어벤져스와의 연결을 위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벤져스, 나아가 ‘과학’에 대한 시선마저 편향된 기분이 든다. 어찌 보면 동기가 뚜렷하지 않아 가능했던 복잡한 심리적 대결 구조는 선과 악의 대결로 일축되고, 권선징악이라는 뻔한 교훈을 남긴다. 그간 마블 히어로들이 보여준 톡 쏘는, 탄산음료 같은 청량감은 빠지고, 건강한 유기농 과일 주스를 마시고 온 느낌이랄까?
히어로들의 갈등과 대치가 예견된 다음 어벤져스 시리즈에 대한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찌됐든 곤충을 싫어하는 나의 두려움을 (싫어하는 정도가 ‘아, 벌레는 싫어‘의 수준을 넘어, 아주 심할 때는,곤충 이미지가 인쇄된 책을 만지지도 못했다), 개미마저 귀엽게 만드는 디즈니의 능력 덕에 이길 수 있었던 것에 감탄과 박수를 보낸다. 널린 게 히어로라지만, 마블은 마블 답게, 차라리 디즈니의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디즈니 히어로 유니버스를 만들기를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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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앤트맨 (Ant-Man, 2015)
연출: 페이튼 리드(Peyton Reed)
각본: 조 코니쉬(Joe Cornish)
원작: 잭 커비 (Jack Kirby), 스탠 리(Stan Lee), 래리 리버(Larry Lieber)
출연: 폴 러드(Paul Rudd, 스콧 랭, 앤트맨), 마이클 더글라스(Michael Douglas, 행크 핌), 에반젤린 릴리(Evangeline Lilly,호프 반 다인), 코리 스톨(Corey Stoll, 대런 크로스/옐로우자켓)
장르: 액션, SF
제작국가: 미국, 영국
촬영: 러셀 카펜터(Russell Carpenter)
***
+ 제목과 수트 이미지만 접했을 때는 크기가 변형하는 개미 모양의 히어로(…) 쯤으로 생각했는데, 비록 조종하기는 하지만 자비스와 토니 스타크의 조합인 아이언맨에 비해, 앤트맨은 약물과 도구 활용까지도 전적으로 수트 안 사람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영화화된 마블 히어로 중 가장 인간에 의지한 캐릭터인 것 같다.
돌아와요, 아이언맨
+ 마블 히어로에 ‘가족‘이 등장한 것도 처음이 아니다. 쉴드의 역사와 함께한 스타크 일가나 토르, 로키도 가족 이야기이기는 하니.
+ 에반젤린 릴리를 볼때마다 리브 타일러가 생각난다. 둘 다 엘프 출신이어서 그런가.
+ 옐로우 재킷 코리 스톨의 악역이 어딘가 측은해보였는데…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유약한 영혼 ‘피터 루소‘가 겹쳐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핌 박사와 대런의 내면적 배경이나 갈등이 좀 더 드러났다면, 선악 대결 구도로 그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 어김없이 ‘스탠 리를 찾아라!’는 계속됩니다
**별점을 주자면: 8.0/10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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