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울트라 (American Ultra, 2015)
<아메리칸 울트라 (American Ultra, 2015)>
– 나는 왜 눈물이 났을까
이름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인적이 드문 마을에 한 커플이 있다. 그들은 늘어진 셔츠, 헝클어진 머리, 반쯤 풀려있는 눈에 (공교롭게도) 웅얼거리는 말투까지 닮았다. 마이크는 쓰러져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하와이행 티켓을 끊는다.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들뜬 마이크의 꿈은 자신이 사는 동네를 벗어나려 할 때마다 나타나는 공황장애로 무산된다. 일상으로 돌아온 그들 앞에 수상한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 마이크를 공격하고, 마이크는 숟가락으로 찌르고, 후라이팬으로 가격하고, 통조림을 던지는 낯선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사람을 죽였어…‘
궁극의 ‘인간 병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스크린 안팎으로 계속되어 왔다. 기억과 신체 능력 조작쯤은 기본이다. 영화 속 CIA의‘The Wise Man Project’의 성공작인 마이크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돌발, 특히 위협 상황에서 파괴적인 순발력을 발휘한다. 이 영화는 CIA의 ‘MK Ultra 프로젝트(Project MK Ultra)’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1950년대부터 1973년까지 진행된CIA 프로젝트는 기억과 심리 조작을 위해 약물 등을 통한 광범위한 인체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마이크의 일상에, 자신의 동의 없이 진행된 실험의 결과물인 알 수 없는 장애와 능력으로 균열이 생긴다.인지 하에 프로젝트에 참가한 울버린이나 슈퍼 솔저 캐릭터와의 큰 차이점이다. 영화는 마이크가 길지 않은 내적 갈등 끝에 자신의 능력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경쾌하게 마무리되지만, ‘사람의 정신과 인체 능력에 대한 조작’이라는 소재는 그리 가볍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고백하자면 이 영화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병맛의 B급 영화’의 감동은 볼품없는 슈퍼 스파이의 순박한 로맨스에 숨어있다. 나무를 들이박은 차를 보며, ‘나는 네 앞을 가로막는 나무 같다’며 글썽거리는 마이크,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내가 나무인 것 같다’며 흐느끼는 피비. 코믹한 설정과 비주얼 속에 조작된 진실 너머 진심이 오가는 모습은, 진정한 사랑을 상실한 시대의 아련한 판타지 같았다. 절절한 로맨스도 아닌데, 이색적인 두 배우의 조합(과 망가짐)이 만들어낸, 미묘하게 촘촘한 감정 흐름이 찰나의 마음을 울린다.
아, 큭큭대다 울컥하고 또 큭큭대면, 조금 위험한가?
저 별은 내 꺼… 가 아닌 ‘저 나무는 나, 사고 차는 너‘ – 그들만의 로맨스
***
제목: 아메리칸 울트라 (American Ultra, 2015)
연출: 니마 누리자데(Nima Nourizadeh)
각본: 맥스 랜디스(Max Landis)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Jesse Eisenberg, 마이크 하웰), 크리스틴 스튜어트(Kristen Stewart, 피비), 코니 브리튼(Connie Britton, 빅토리아 라세터), 토퍼 그레이스(Topher Grace, 아드리안 예이츠)
장르: 액션, 코미디
제작국가: 미국
촬영: 마이클 본빌라인(Michael Bon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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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대중에 알려진 인체 실험은, 불행하게도, 전쟁 중에 포로를 대상한 것이 많고, 731 부대의 ‘마루타’라든가 나치의 실험이그 예다. 그러나, 더욱 불행하게도, 냉전시대의 공포는 무지한 일반인이나 죄수들에 대한 실험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MK Ultra프로젝트’나 C-2라는 맹독을 개발한 소련 굴라그 수용소의 독 실험 등이 여기에 해당하겠다. 그 밖에도 영화 <익스페리먼트>로도 만들어진 스탠포드 감옥 실험, 고아들을 대상으로 한 ‘몬스터 실험’, 마샬 제도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수소폭탄 핵실험 등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실험들은 실재한다. *참고: Top 10 Evil Human Experiments
+ 제시 아이젠버그의 독특한 연기 스타일은 여기서도 빛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특유의 말투와 연기도 이 영화에서는 이질감 없이 잘 섞인다.
+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을 마구 망가뜨린다. 그 절정은 친구 집 지하에서.
+ 재미있는데, 피가 좀 튄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비추 (사실 멍이 들고 퉁퉁 부은 제시 아이젠버그가 노려보며 웃을 때 살짝.. 무섭다)
+ 라면 먹고 싶다. 너구리로. 협찬한 적도 없는 너구리가 전세계 스크린에서 나오다니. 농심(특히 마케팅 담당)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걸까.
**별점을 주자면: 8.0/10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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