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Sicario, 2015)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Sicario, 2015)
– 정의가 무너진 그 곳을 향한 잿빛 시선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 살육이 넘쳐난다. 영역 표시를 위해 사람을 매달아두고, 목을 잘라 경고한다. 선진 사회에서 용인되지 못한 것들이 국경 너머에서 흘러 들어온다. 마약과 사람, 돈이 오가는 길목마다 피와 썩은 내가 진동한다.
FBI 요원인 케이트는 국경지대 내 잔혹한 살육을 자행한 유력한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작전에 동참한다. CIA 소속의 맷과 콜롬비아 출신의 알레한드로의 지휘 하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카르텔이라는 포식자 집단의 최상위 계층으로 검거망을 좁혀 나간다. 작전이 진행될 수록 적법한 절차로 ‘정의’를 구현하려 했던 케이트는 ‘정의’가 통용되지 않는 이 무법지대에서 혼란에 빠진다.
정의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혹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다. 2명 이상의 사람이 공존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인 ‘정의’는 구성원의 생존을 전제로 한다. 즉, ‘나’의 생존이 위협받는 사회에서 이를 유지하기 위한 공정한 도리는 공허한 당위 명제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영화 <시카리오>의 배경은 그런 곳이다. 매일 어디선가 들려오는 총성과 길거리에 버려지는 시체들 속에서도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고 덤덤한 척 살아남아야 하는 곳,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대전제마저 깨져버린 이 곳에서 우리가 믿는, 주인공 케이트가 믿은 적법한 정의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국경지대 사람들은 살기 위해, 알레한드로는 복수를 위해, 맷은 그들의 조직 혹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정의를 각각의 방식으로 구현한다. 어느 누구 하나 치열하지 않는 이는 없다.
선악의 경계가 무너졌음에도 인간이기에 지켜야 할 정의와 도리가 존재하는 것일까. 절대적이라 믿어왔던 선악,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은 사실 허상일지도 모른다. 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인간’일 수 있는가. 영화는 케이트가 알레한드로를 향해 겨눈 총구를 비추며 관객에 되묻는다.
<시카리오>는 그 누구도 흑백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잿빛 영화다. 영화의 단조로운 서사는 비장한 음악과 극적인 화면 연출이 더해져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방탄 조끼를 입고 총을 맞은 느낌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운명과 환경 앞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바라보는 가깝고도 먼 시선에 가슴 한 켠이 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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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Sicario, 2015)
연출: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각본: 테일러 쉐리던(Taylor Sheridan)
출연: 에밀리 블런트(Emily Blunt, 케이트 메이서), 베네치오 델 토로(Benicio Del Toro, 알레한드로), 조슈 브롤린(Josh Brolin, 맷 그레이버)
장르: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제작국가: 미국
촬영: 로저 디킨스(Roger Dea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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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 명의 주연 배우들만 해도 명불허전이다. 알레한드로 역의 베네치오 델 토로는 우연인지는 몰라도 최근작 <파라다이스 로스트: 마약 카르텔 왕>에서 콜롬비아 마약왕을 연기했다. 일정만 보면 국내에서도 곧 개봉할 듯.
+ 이 영화는 (다른 많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다.
+ 주인공과 상징적인 가치로 연결된 스페인어 포스터
군인 (La Soldado)
죽음 (La Muerte)
거미 (El araña)
**별점을 주자면: 8/10 (스토리:7, 비주얼:8, 연출:8, 연기:8)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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