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레버넌트 (The Revenant, 2015)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2015)
– ‘살아있음’을 향한 여정

아메리카 대륙에 사냥꾼이 몰려든다. 개척 시대 전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대륙의 자연은 인간을 압도한다. 총과 칼보다는, 자연의 흐름을 이해한 이가 살아남는 곳에서 사람들은 각각의 목적으로 서로와 자연에 맞선다.

사냥꾼 무리에서 버려진 한 남자가 혹독하게 언 땅을 찢겨진 몸으로 기어간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 낭떠러지와 폭포를 구르고 긴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인 그의 여정은 어느 순간 ‘살아있음’ 그 자체가 된다. 무엇이 그를 숨쉬게 하는가. 복수심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삶을 향한 인간의 집념에 대한 물음이 영화를 관통한다.


영화 <레버넌트>의 서사는 단조롭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같이 살아난 한 남자가 아들과 자신의 복수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다. 얽히고설킨 인간 관계나 치열한 암투는 없다. 단순한 서사는 장대한 자연을 담은 화면 연출과 그 앞에 선 ‘날 것’ 그대로의 사람들로 채워진다.

‘생(生)’을 위한 인간의 민낯은 처절하리만큼 자연스럽다. 사력을 다해 누군가의 것을 빼앗기도, 돕기도 한다. 운명과 자연에 맞선 ‘날 것’ 그대로의 사람에게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집념에 가까운 생의 의지다. 살아있기 때문에 더욱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아들을 잃은 격정도, 과거로부터의 상처도 어느새 ‘살아남는 것’이라는 단순하고도 유일한 명제로 귀결된다.

영화는 선의와 폭력을 오가는 인간다움을 먼 발치에서 바라본다. 인위적인 장치와 설정을 최소화해 ‘날 것’의 인간과 자연을 대치하면서도, 편향된 시선을 더하기보다 가만히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 침묵에 가까운 긴 시간 끝에 영화는 자연과 운명을 초월하는 한 인간의 의지를 증명한다.

‘살아있음’에 대한 영화의 질문은 우리를 향한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핑계로 ‘살아있음’을 그 자체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문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디디며 내뿜던 그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서 들리는 듯 하다.

***
제목: 레버넌트 (The Revenant, 2015)
연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alez Inarritu)
각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alez Inarritu), 마이클 푼케(Michael Punke), 마크 L. 스미스(Mark L. Smith)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휴 글래스), 톰 하디(Tom Hardy, 존 피츠제럴드), 돔놀 글리슨(Domhnall Gleeson, 앤드류 헨리), 윌 풀터(Will Poulter, 짐 브리저)
장르: 모험, 드라마
제작국가: 미국
촬영: 엠마누엘 루베즈키(Emmanuel Lubezki)
***


+ 전작 <버드맨>과 마찬가지로 이냐리투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무언가를 관찰하고 질문을 던진다. 마음 편히 즐기기는 어렵지만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으로 계속해서 만나봤으면 하는 바람.

+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작품을 거듭할수록 대단해진다. 톰 하디는 배역이 극단을 오가서 한눈에 누구인지 알아보기 어렵기도.


+ 곰에게 당하더니 곰이 되어버린 휴 글래스. 연어도 잡을 기세에 압도 당함.


**별점을 주자면: 7.5/10 (스토리:6, 비주얼:8, 연출:8, 연기:8)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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