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바 (サラバ!, 2014)
사라바 (サラバ!, 2014)
–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한 이별
* 이 포스팅은 은행나무 <사라바> 서평단으로 선정,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두 번째 책을 집어 들며 자문했다. 나는 왜 이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걸까. 이 작가는 왜 이런 소설을 썼을까. ‘걷는다’는 뜻을 가진 이름의 주인공 아유무(步)는 하염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세상에 등장한 시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사회라는 곳에 엉거주춤 서기까지, 크고 작은 일들은 긴 실처럼 이어진다. 태어난 곳이 이란이라는, 유년기를 보낸 곳이 이집트라는 이국적인 설정이 아니었다면, 평범한 4인 가족의 막내로 태어난 한 남자의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버렸을 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37세까지의 인생은 질주하듯 읽힌다.
주인공 아유무의 이야기 속에 정작 자신은 없다. 그의 시선은 항상 밖을 향한다. 말수가 적은 아버지, 아름답게 돋보이고 싶은 어머니, 독특함을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누나, 지적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스구 등, 그는 자신의 인생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하기 바쁘다. 극적인 드라마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서스펜스도 없다. 누나와 어머니로부터 시작된 아쿠츠가의 ‘험악함’, 그로 인해 망가진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긴장감 없는 이야기의 끝이 조마조마해 목이 탔다.
작별의 ‘안녕’, ‘사라바(さらば)’. 아유무가 진심을 다해 ‘사라바’를 외칠 때 활자를 쫓던 시선이 멈추고 마음이 흔들린다. 기나긴 방황 끝에 돌아온 누나 타카코는 타인를 탓하고 자신의 흔적을 지워오던 아유무의 생에, 그리고 마음 속 깊숙이 자리잡은 피해의식에 일침을 가한다. 그 누구보다 불안했던 타카코는 격렬한 진자 운동 끝에 인생이라는 추의 중심을 자신의 안으로 옮겨 균형을 잡은 것. 타인을 향하던 시선과 에너지가 그녀 안에서 은근한 빛을 발하기 시작해 주변을 따사로이 감싼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미명 하에 시간과 관계에 스스로를 속박한다. 타인의 성공을, 행복을 우러러보며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마디마디 실에 묶여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처럼 남의 시선과 말에 끊임 없이 동요한다. 아유무는 그런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그래서 아유무의 깨달음이 주는 울림이 더욱 크다. 결국 작가 니시 가나코는 아유무의 진심이 우리에게 닿기를, 우리 모두가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기를 바라며 이 소설을 쓴 게 아닐까.
마음에 진동이 남는다. 힘껏 내디딘 발걸음도 이내 상처를 받아 움츠러들었던 요즘이라 더더욱. 그래, 이제 작별을 고할 때다. 언젠가 과거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우리가 아유무처럼 용기 있게 왼발을 ‘내디딜 수’ 있기를 빌며. 사라바. 이제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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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라바 (サラバ!, 2014)
지은이: 니시 가나코
옮긴이: 송태욱
출판: 은행나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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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을 향해 있던 아유무의 시선은 결국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쿠츠일가의 영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누나 타카코가 일침을 가할 때 뜨끔하면서도 분했다. 스스로와 가족을 조금 더 배려할 수 있었다면 아유무 역시 극단을 오가지 않았을 텐데. 그를 위하는 마음이었겠지만 구석으로 몰아가는 것은 왠지 부당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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