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2015)
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2015)
– 빛나는 미완의 청춘이 남긴 울림
교과서에 밑줄을 그으며 시적 화자와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는 따분한 교실에서도 윤동주의 시는 유독 마음에 닿았다. 어렵지 않은 단어에 담아낸 진실된 감정과 고뇌가 속삭이듯 전해졌다. 집을 떠나온 낯선 땅에서 그가 <별 헤는 밤>에서 그랬던 것처럼, 별 하나에 추억과 가족을 생각하며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영화 <동주>의 낯선 흑백 화면은 그들을 한 폭의 그림, 한 편의 시로 담아낸다. 책이 귀하던 시절 흔들리는 촛불 아래서 들뜬 마음으로 좋아하는 시를 따라 써내려 가던 두근거림, “너는 커서 뭐가 되려니”라는 형의 물음에 “사람이 되지”라는 설은 아우의 정겨운 대답, 달빛을 따라 걸으며 차마 말하지 못한 수줍은 마음. 비극적인 시대를 살다간 그들의 바스러진 청춘이 스크린에서 차분히 반짝이고 있었다.
“스물 여덟에 세상을 떠난 그에게 청춘의 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다”는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영화 <동주>에서는 민족 정신, 항일 운동 이전에 순수한 청춘들이 빛을 발한다. 비극을 강요하지 않고 아름다움조차 절제된 영화는 마지막에서야 울분을 쏟아낸다. 죽음을 앞둔 두 청년은 슬픈 시대에 제 역할을 못해낸 울분을 토로한다. 자유를 빼앗긴 시대에 시인으로 살아가려 했던 것을 부끄러워하고,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지고 만 자신들의 청춘을 부끄러워한다.
아파할 여유조차 사치였던 시절이었다. 꽃다운 청춘들은 심신의 억압 속에서도 목숨을 다해 우리나라, 우리말, 우리 문화를 지켜냈다. 서른이 채 되지 못한 부끄러운 삶들이 지켜낸 것들을 정작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소중히 하고 있을까. 영화의 여운이 길고 짙게 남는 것은,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는 윤동주의 시가 이다지도 쓸쓸하게 읽히는 것은, 자유로운 시대에 정작 생각과 목소리를 잃은 스스로의 부끄러움 때문일 것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수 있기를. 청춘이 남긴 울림을 가만히 읊조려본다.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길 (윤동주)
***
- 제목: 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2015)
- 연출: 이준익
- 각본: 신연식
- 출연: 강하늘(윤동주), 박정민(송몽규), 김인우(고등형사), 최홍일(동주부), 김정석(몽규부), 최희서(쿠미), 신윤주(이여진)
- 장르: 드라마
- 제작국가: 한국
- 촬영: 최용진
***
**별점을 주자면: 9.0/10 (스토리:8, 비주얼:9, 연출:9, 연기:8)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시집 <별하나에 사랑과>(1996, 예전사)
– 본 포스팅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있습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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