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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2016)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2016)
– 내 문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방갑다’ 아닌가요?”라고 학생이 되물었다. 어른들이 말세가 되었다고 할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한물간 유행어가 누군가의 우리말에 이토록 큰 영향을 줄 거라 생각지 못했다. 방심은 금물. 충격은 계속되었다. 우리말 좀 틀리면 어때서요.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문법은 제대로 지키는지, 발음은 정확하게 하는지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원어민도 따져 설명하기 어렵다는 정관사의 위치도 곧잘 잡아낸다. 영화 자막의 표현 하나가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기도 한다.

정작 우리말을 말하고 쓸 때는 ‘말만 통하면 된다’는 식이다. 어처구니가 없을 때 어의를 찾고, 커피가 뜨거우시니 조심해서 모셔 달란다. 맞춤법이 전부는 아니지만, 어법과 문법이란 좀더 명확하게 생각을 담고 전하기 위한 약속이 아니던가. 부끄러움을 만회하려는 노력보다 당당함에 되려 기가 눌린다. 생각을 제대로 담고 전하기 위한 글쓰기와 독서법을 다룬 책이 넘쳐나는 시대의 아이러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20여년을 남의 글을 읽고 고친 이가 썼다. 으레 그렇듯, 인생은 이렇게 살고, 글은 저렇게 쓰라는 조언을 늘어놓은 책 같은데 제목이 도발적이다. 일면식 없는 작가에 이유 없는 반감을 품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무심하게 시작된 책 읽기는 ‘적의를 보이는 것들’을 지나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에 시선이 멈춘다. 정확한 표현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에 뜨끔했다. ‘-에 대한’, ‘-에 의한’, ‘-의 경우’, ‘-들 중 하나’는 번역문을 감수할 때(사전을 찾는 수고를 더는 정도지, 대부분 다시 쓴다), 몇 번을 읽어도 읽히지 않는 문장들과 씨름하다 백기를 드는 심정으로 쓰는 표현이다. 감추려 했던 것을 들킨 당혹감이다.

“나 같은 경우, 좋은 글쓰기에 대한 의견들 중 하나로 어법에 대한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본다.” – 책에서 제시한 표현으로 만든 설핀 문장이다.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지만, 번역서에서 어렵지 않게 보이는 형태다. 글쓴이의 조언을 따라 부지런히 생각하고 쓴다면, “나는 글을 잘 쓰기 위해 어법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깊은 연륜은 무심한 실수와 게으름을 꼬집는 데 그치지 않고 문장 속에 숨은 억울한 우리의 이야기를 찾아낸다. “5천 원이십니다”와 같은 기형적인 존댓말에서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우리의 비명을 듣고, 단어 하나 조사 하나가 주는 미세한 차이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작업에서 초식동물과 같은 약자의 숙명을 읽는다. 비소설과 소설이 교차하는 독특한 구조는 사람과 글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통찰력에 흥미를 더한다.

글을 가까이할수록 왜, 무엇을,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고민이 더해진다. 말 그대로 괴롭고 애가 탄다. 그렇게 찾은 글쓰기를 다룬 책이 향한 지점은 비슷하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고 좋은 글을 결국 사람에서 나온다. 그러니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고,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 좋은 글은 ‘문법’이라는 규칙 안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까다로운 규칙 안에 신중하게 생각을 담는 일이 얼마나 각별한 애정과 노력을 요하는지, 읽는 이는 자연스럽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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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2016)
지은이: 김정선
출판: 유유출판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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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이미지 출처: 유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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