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2015,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2015, 유시민) >
– 글쓰기라는 축복, 잘 쓰기 위한 잘 살기
그는 글을 참 잘 쓴다. 까다로운 문장이 없고 술술 읽힌다. 글 안에 담긴 생각은 쉽지 않은데, 쉽게 말로 풀어 듣는 것 같다. 이것이 그의 글쓰기 비법 중 하나다. 쉽게 읽히는 글, 담백한 문장, 그 속의 논리. 늘 그렇듯 글을 잘 쓰기 위한 왕도는 없고, 많이 읽고 쓰는 수 밖에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에, 스스로 서문에 써둔 것처럼 자랑도 꽤 섞여 있다. 그래서 글은 어떻게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은 채 1/3 지점에 다다르면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의 기로에 선다.
책장을 조금 더 넘긴 후부터는 끝까지 단숨에 읽었다. 다독다작이라는 뻔한 이야기의 반복 대신, 왜 많이 읽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독해력이 ‘모든 지적 활동의 수준을 좌우‘한다는 것과 모국어를 제대로 알고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크게 공감했다. 활자의 나열을 눈으로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인 독해는 생각을 표현하는 활동, 즉, 말하기나 글쓰기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독해력은 표현 단계 이전에 사고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독해력이 떨어지면 글쓰기는 물론, 무언가를 배우거나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독해력을 기르는 데는 독서가 답.
언어는 생각하는 도구이자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두 가지 이상의 언어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모국어를 잘 알고 활용하기 어렵다면 다른 언어를 잘하는 것도 힘들다. 우리말을 잘 알고, 독해력과 어휘력을 높이고, 못난 글을 피할 수 있어야 글도 잘 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글을 잘 쓰는 요령보다 어떻게 하면 잘 읽을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왜 글을 쓰는지, 좋은 글의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요건을 제시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 즉 내면의 생각, 감정, 욕망을 표현하고자 하며, 글쓰기는 이러한 행위 중 하나다.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미사여구로 가득 찬 그럴싸한 글은 요령으로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글의 본질인 생각이 좋지 않으면 좋은 글이 되기 어렵다. 그러니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면을 잘 가꾸어야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잘 살아야 한다‘. 잘 먹고 잘 사는 것,물질적인 차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차원에서의 그것이 사고와 글쓰기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글쓰기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좋은 글을 쓰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앞으로 갈 길이 멀구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하는 고민으로 한숨이 나오려던 찰나, 저자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며 위로한다. 저자가 언급한 것과 같이 역사적으로 봤을 때 원하는 생각을 글에 담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누구나 읽고 쓰기 쉬운 한글, 표현의 자유, 거기다 인터넷이라는 채널. 이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다면 글을 쓰는 것이 충분히 즐거운 일이 되지 않을까.오래간만에 통쾌할 정도로 공감 가는 글을 읽고 나니 녹슨 머리와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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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지은이: 유시민
출판: 생각의 길 /(주)도서출판 아름다운사람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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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난 후 번역서 <사랑의 기술>을 읽고 있는데, 진도가 도무지 나가지 않는다.
+ 언젠가, 머지않은 시일 내에 이 책의 추천 도서와 함께 이오덕 선생의 <우리 글 바로쓰기>를 공부해봐야겠다. (!!)
++ 논증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면 꼭 지켜야 하는 규칙 세가지를 먼저 소개하겠다. 평소 생각하고 말하고 판단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p. 19)
++ 글쓰기에는 철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p. 62)
++ 아기의 뇌가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모국어를 다루는 뇌신경세포가 먼저 자리를 잡는다. 외국어를 처리하는 뇌신경세포는 인접한 곳에 터를 잡고 모국어를 담당하는 영역과 교신하는 통로를 만든다. 우리는 보통 모국어로 생각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담당하는 뇌 영역은 모국어를 처리하는 영역에 기대지 않을 수 없다. 두 영역 사이에 정보를 교류하는 통로가 넓게 형성되고 교신이 원활하게 이루어질수록 외국어를 더 유창하게 할 수 있다. 통로가 아주 넓어져서 두 영역이 아예 한 덩어리처럼 되면 복수의 언어를 하나의 언어처럼 다룰 수 있다. 다중언어 능력자의 뇌는 그렇게 되어 있다. 그래서 단순히 복수의 언어를 구사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고 느끼는 것도 여러 언어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p. 106)
++ 무엇보다도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어린이 영어몰입교육은 우리말로 생각하는 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 언어는 단순한 말과 글의 집합이 아니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말하고 글 쓰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데에도 언어가 있어야 한다. 모국어를 바르게 쓰지 못하면 깊이 있게 생각하기 어렵다.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글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모국어를 잘하지 못하면 외국어도 잘하기 어렵다. (p. 108)
++ 사람이 구사하는 어휘의 수는 지식 수준에 비례한다. 또 어휘를 많이 알아야 옳고 정확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지식을 배우면서 어휘를 익히고, 텍스트를 독해하면서 문장을 익힌다. 똑같이 많은 책을 읽어도 어떤 책이냐에 따라 배우고 익히는 어휘와 문장의 양과 질이 다를 수 밖에 없다. (p. 126)
++ 방법만 배운다고 해서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들도 재주가 아니라 삶으로 글을 쓴다고 말한다. 시사평론과 칼럼, 논술문과 생활 글은 더 그렇다. 은유와 상징이 아니라 사실과 논리로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이다.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 살면서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 흐르면 저절로 글이 된다. 그 감정과 생각이 공감을 얻을 경우 짧은 글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p. 260-261)
++ 어떤 사람들은 엄청나게 큰 행운을 손에 넣고도 그게 행운일 줄 모른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데도 꼭 필요하지 않은 다른 것을 찾으려고 몸부림친다. 그렇게 살면서 자신과 타인을 괴롭힌다. 행운을 행운으로 알고 자기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기면 삶이 훨씬 즐겁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모른다. 글을 쓸 자유도 바로 그런 행운 가운데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p. 271)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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