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Snowden, 2016)
스노든 (Snowden, 2016)
– 소신을 지키며 산다는 것
J. Robert Oppenheimer: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나는 세계의 파괴자, 죽음의 신이 되었다.”
– 오펜하이머
1945년 원자폭탄이 일본으로 떨어지고 1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펜하이머는 종전과 평화를 위한 원자폭탄 개발을 지휘했지만, 자신이 한 일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에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살았다.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개발을 촉구했던 아인슈타인 역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며 반전 평화 운동에 참여한다.
출처: Flickr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은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다. 가디언과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미국 국가안보국(NSA)를 비롯한 정보기관들이 일반인의 통화 기록과 인터넷 사용 정보 등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 사찰해온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스노든의 애국심은 남달랐다. 2003년 이라크 전에 참전하기 위해 특전부대에 자원하였으나 부상으로 의가사 제대한다. 컴퓨터에 능했던 그는 CIA에 합류해 전세계를 무대로 한 테러로부터 사람을 구하고 보호하는 ‘머리’가 된다는 사명감으로 독보적인 활약을 한다. 스노든의 정의는 국가를 따르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이에 질문하거나 반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믿는다.
그는 NSA와 CIA를 오가며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목도한다. 개인 컴퓨터의 웹캠, 인터넷 사용 기록, 통화 내역, 메신저, 소셜 미디어 등에서 수집한 개인 정보가 한 개인을 죽음 직전까지 압박하고, 사이트 백업을 위해 설계한 프로그램이 지구 반대편에 폭격을 가하는 데 사용된다. 수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일은 되려 위협의 도구로 전락하지만, 많은 이들이 국가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는 불법적인 행위를 묵인한다. 스노든은 점차 국가와 정의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결정적인 계기는 하와이였다.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응하는 임무에 배치된 그는 미국에서 수집하는 개인 정보의 양이 감시 대상국인 러시아의 2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상관이 이에 대해 동료들과 비밀리에 나눈 대화는 물론, 여자친구와의 관계까지 감시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굳게 지켜온 국가와 정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과 기술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을 향한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손을 떠난 기술들로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이 다칠 수도 있다. 스노든은 역사 속 많은 과학자들이 갈등한 지점에 선다. 결국 주어진 명령에 따르며 진실을 묵인하는 다수가 되기보다, 옳은 일에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스노든은 아직도 조국의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 자신이 누리던 삶, 가족, 미래를 포기한 선택은 국익과 부수적인 희생, 개인의 권리와 자유 사이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불법적인 행위의 주체를 비난하는 데 그치기보다 이러한 문제가 공론화되기를 희망한다. 자신의 행동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불의에 목소리를 내고, 질문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국가를 위하고 정의를 향한 일이라 믿는다.
합법적인 것과 옳은 것. 이 둘 간의 갈등은 늘 존재해왔고, 진보와 개혁은 종종 사회적으로 합의된 틀을 깨면서 얻어졌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많은 것을 잃었지만 오히려 자유를 얻었다는 스노든은 선택의 기로에 선 과학자나 정치인은 물론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무엇을 손에 들었든, 자신이 믿는 바에 안주하지 않고 크고 작은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그리고 ‘그저 국가와 규칙을 따랐다’는 항변 뒤에 숨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The greatest freedom that I gained is the fact that
I no longer have to worry about what happens tomorrow,
cause I am happy with what I’ve done today.”
제가 얻은 가장 큰 자유는
더 이상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오늘 제가 한 일에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
- 제목: 스노든 (Snowden, 2016)
- 연출: 올리버 스톤 (Oliver Stone)
- 각본: 키어런 피츠제럴드 (Kieran Fitzgerald), 올리버 스톤 (Oliver Stone)
- 출연: 조셉 고든 레빗 (Joseph Gordon-Levitt, 스노든), 쉐일리 우들린 (Shailene Woodley, 린지 밀스), 재커리 퀸토 (Zachary Quinto, 글렌 그린월드), 리스 이판 (Rhys Ifans, 콜빈 오브라이언)
- 제작국가: 미국, 독일
- 촬영: 안소니 도드 맨틀 (Anthony Dod Man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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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며 손 안에서 크고 작은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현대의 ‘빅 브라더’는 일방적인 통제와 감시를 넘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공유하는 정보로 덩치를 불려 나가고 있다. (‘빅 데이터’도 같은 맥락.) 우리는 과연 안전한걸까?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할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러한 의문에도 여전히 글을 쓰고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스스로가 아이러니 그 자체이지만.
+ 스노든 인터뷰 영상
ABC News <NIGHTLINE> : Edward Snowden Full Interview on Trump, Petraeus, & Having ‘No Regrets’
“I wouldn’t have done it if I did not believe it was right.”
(옳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Every act or progress in our nation’s history has involved tension with law.
That’s because laws were wrong.”
(역사적으로 모든 행위나 진보는 어느 정도 법과의 긴장 상태에 있었습니다.
법이 옳지 않았기 때문이죠.)
“(Was it worth it?) Absolutely. I would do it again. No regrets at all.”
((그러한 결정을 할 만한 가치가 있었나요?) 물론입니다.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할 것입니다.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별점을 주자면: 8.0/10 (스토리:8, 비주얼:7.5, 연출:8, 연기: 9)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YouTube 캡쳐 (abc 뉴스 등)
– 본 포스팅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있습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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