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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뺏는 사랑

아낌없이 뺏는 사랑 (The Girl with a Clock for a heart, 2014)
– 누가 그녀를 악녀로 만들었나

* 이 포스팅은 푸른숲 <아낌없이 뺏는 사랑> 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 제공받은 가제본 서적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최근 <컴플리트 언노운>이라는 영화를 봤다. 주인공은 제니이기도 했고 앨리스이기도 했으며, 마술사거나 생물학자이기도 했다.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도망치듯 새로운 출발을 찾아 떠난 15년 동안 9명의 삶을 살았다.

공교롭게도 소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의 주인공 조지는 어떤 사람이 9명의 인생을 사는 동안 한 도시와 직장에 머물렀다. 여자이면서 친구인 아이린이 출세 가도를 달리는 동안, 조지는 천천히 침몰해가는 회사의 경영 관리자가 되었다. 조지의 삶은 고인 물처럼 움직임을 잃은 채 조금씩 시들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 앞에 20년 만에 대학 시절 첫사랑이 등장한다. 그녀는 리아나이기도 하고, 제인이기도 했다. 느닷없이 나타난 그녀는 조지와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자신이 훔친 거액의 돈을 돌려 달라고 부탁한다. 오래고 슬픈 미완의 기억은 의심이라는 본능적인 방어기제를 마비시킨다. 위험을 감지하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정당화한다. 그녀는 위험에 빠진 것이라고.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그녀를 믿는 모순이 거듭된다.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는 계기지만, 조지를 다시금 위기로 밀어 넣는 건 다름아닌 그 자신이다. 제대로 수용되지 못한 과거 이별이 남긴 상처는 조지를 두려움과 슬픔, 죄의식의 덫에 가둔다. 그는 계속해서 리아나가 그린 큰 그림을 맴돈다.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속도감 있게 책장이 넘어간다. 선악의 경계가 확연하지 않은 인물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한 인물이 여럿으로 조각났다 합쳐지는 과정을 조지의 시선에서 일관되게 서술한 덕에 산만하지 않고, 큰 반전보다 퍼즐조각이 하나 둘 모여 큰 그림이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이야기의 마지막을 상상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알코올 중독’으로 불리는 알코올 의존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공동 의존’을 든다. 주변, 주로 가족이 금주와 음주를 반복하는 중독자에 피해를 받으면서도, 이들을 음주를 계속하도록 돕거나 묵인, 통제하려고 한다는 거다.

소설 속 ‘악녀’는 홀로 탄생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주변 인물들이 본의와 무관하게 범죄에 중독된 그녀를 방관하거나 도우면서 부정과 대담함을 부추긴 셈이다.

객관과 이성을 잃은 순간, 모두가 누군가, 무언가의 조장자가 될 수 있다. 측은지심이나 연민에서 시작되었더라도 말이다. 극적으로 꾸며진 리아나가 아닌, 조지라는 캐릭터의 평범함에 괜히 섬뜩함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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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낌없이 뺏는 사랑 (The Girl with a Clock for a heart, 2014)
지은이: 피터 스완슨 (Peter Swanson)
옮긴이: 노진선
출판: 푸른숲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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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푸른숲 페이스북,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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