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공범자들 (2017)

공범자들 (2017)
– 이게 실화라고?

최근 영화 <내부자들>을 봤다. 모히토에서 몰디브나 한 잔 하자는 두 사내 뒤로, 부정의 온상이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버틴다는 말이 이어진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끊어지지 않은 부정의 고리가 가느다랗게 뿜어내는 숨이 스크린 밖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공범자들>은 다큐멘터리다. 영화 속 모든 장면은 어디선가, 누군가의 입과 행동이 만든 사실이다. 보는 내내 탄식 섞인 혼잣말이 이어진다. “이게 실화라고?”

출처: 네이버 영화

뉴스조차 그러하듯, 다큐멘터리 역시 편집에 따라 의도가 개입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애초에 없는 이야기나 인물을 꾸며 만든 건 아니다. <공범자들>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지난 9년간 많은 이들이 눈이 미치지 못하는, 언론의 뒷세계에서 벌어진 일을 담았다.

많은 일이 있었다. 새로운 정권을 평가하는 언론에 심기가 불편해진 정부의 언론 탄압이 시작이었다. 공영 방송의 수장에는 권력자의 측근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불합리한 사실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은 하나하나 폐지됐다. 정권에 날을 세웠던 PD나 제작진들은 비제작부서, 심지어는 관련성을 찾기 힘든 아이스링크 관리직으로 재배치된다. 사실을 다룬 기사는 권력자들 눈치를 보며 윗선에서 묵살되거나 왜곡되어 왔다. 어느새 정부는 뉴스 ‘기획사’로, 공영방송은 대중 앞에 짜여진 각본을 읊고 춤을 추는 ‘연예인 집단’으로 전락한다. 대중의 눈과 귀는 통제 하에 주어진 것들로 편이 갈렸다.

‘전원 구조’

출처: 오마이뉴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MBC와 KBS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초기 보도다. 현장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았고, 침몰하는 선체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을 이들은 외면 당했다. 최초의 오보가 정정되는 데 걸린 23분이 걸렸다. 온갖 합성 사진으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되던 사고 당일, 현장에는 통제만 있었을 뿐이다. 일어난 사고가 참사로 이어진 데는 정부의 무능한 대처 능력도 컸지만, 언론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국정논단의 공범자로 언론, 특히 권력에 눈을 감은 공영 방송을 지목한다. 그 시작과 조짐, 참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동시에 자존을 짓밟히고 농락당하면서도 끝까지 맞서는 언론인들을 비춘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위기입니다”

MBC 김민식 PD는 전례 없는 국가적 재난을 겪은 이후 지금을 위기라고 말한다. 선체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가려진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때 많은 이들이 ‘언론은 어디에 있었는가’를 묻는 지금, 말이다.

언론은 그 곳에 있었다. 현장의 사실을 전하려, 언론의 기능을 바로잡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권력에 사로잡힌 언론에 의해 묵살되었다. 채널이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매스 미디어, 공영 방송이 가진 파급력은 여전히 컸다. 사람들의 시선은 보여주는 것에만 닿았고, 지금 비난의 화살은 언론을 향했다. 탄압에도 굴하지 않은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 <공범자들>은, 말할 길이 모두 막힌 이들의 촛불인 셈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지난 9년 간 공영 방송에서 벌어진 일은 암담한 현실이자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언론이 외면한 1980년 광주의 그 날이 떠올랐다. 그러나 권력이 장악한 언론이 우리의 눈을 가리려 했던 순간, 크고 작은 힘이 전한 불편한 진실은 촛불을 모았고, 광주를 복기하고, 선체를 들어올렸다.

영화 <공범자들>은 우리가 겪은 아픔을,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역사를 기록한다. 변화를 이끌어 낸 ‘우리’의 힘과 승리의 경험 덕에 탄식 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영화관을 나선다. 이런 영화와 책이 하나 둘 대중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암흑 속에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다.

최승호 PD의 지치지 않는 ‘액션 저널리즘’은 다큐멘터리는 따분할 거란 편견을 깬다. 서스펜스 물 뺨치는 몰입감 사이로 드라마와 위트가 어우러지고, 먼 발치에서 숫자로 접한 뉴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되면서 마음을 울린다.

출처: 네이버 영화

믿음이 흔들리는 건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눈과 귀를 막은 채 자신이 믿는 것만 고집한다. 어느 쪽이든 맹목적인 믿음은 주변을 그리고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고 만다.

그 어느 영화보다 극적인 ‘불편한 진실’이 보다 많은 이에게 닿아,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북돋아 주길 빈다. 무엇보다 과정 자체가 의미이고 역사라는 말을 믿으며 무력감에 지치지 않고 오랜 세월 버티고 싸워온 이들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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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공범자들 (Criminal Conspiracy, 2017)
  • 연출: 최승호
  • 각본: 정재홍
  • 출연: 이명박, 김재철, 김장겸, 고대영
  • 제작국가: 한국
  • 촬영: 최형석
  • 제작: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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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 링크 (http://newstapa.org/)

+ 시사회 & 무대인사


**별점을 주자면: 9/10 (스토리:10, 비주얼:6, 연출:8, 연기: -)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오마이뉴스 (“세월호 ‘학생 전원 구조’ 최초 오보는 MBC”…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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