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 1999)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 1999)
– 숨겨진 자아와 욕망의 분출



원제: Being John Malkovich
감독: 스파이크 존스
주연: 존 쿠삭, 카메론 디아즈, 존 말코비치
제작국가: 미국
장르: 판타지, 코미디 (혹자는 SF, 드라마 라고도 함)

***

개봉이 10년이나 된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 일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존 말코비치 되기]는 제목만으로도 10여 년 동안 보고 싶은 영화 목록에 있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영화다. 우연히 DVD를 발견하고 보게 되었지만, 보기 전의 들뜬 마음과는 달리 보고 나서는 멍하기도 하고 착잡한 기분이다.

주인공인 크랙은 인형술사이지만, 실업자다. 그가 구직을 위해 찾아간 7.5층의 사무실에서 발견한 말코비치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하면서 그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인생이 달라진다.


7.5층 엘리베이터. 7층과 8층 사이에서 엘리베이터를 멈추고 강제로 열어야 도착할 수 있는 층이다.

말코비치로 가는 통로를 이용해 사업을 시작한 맥신과 크랙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문구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하는데, 이는 완전하게 다른 새로운 사람이라기보다는 내재된 또 다른 자아를 표현하고 싶은가라는 의미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한 사람에게도 숱한 자아와 욕망들이 내재되어 있지만 그 무수한 자아나 욕망 중에서도 사람과의 관계 혹은 사회적인 활동을 통해 보여질 수 있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표출되지 못한 자아와 욕망들 역시 분출구를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찾고자 하나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외부적인 이미지, 사회적인 위치 등으로 분출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말코비치 되기에 열광한다. 자신의 용기/그릇(Vessel)과는 다른 형태의 그릇에 자신의 내재된 자아, 욕망을 담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간 본인이 하기 못했던 말, 행동을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뱉어낸다.

극 중 존 말코비치는 하드웨어/외형을 의미한다. 정신 혹은 영혼/소프트웨어를 담은 용기(Vessel)에 불과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있을 법하다고 믿게 하는 존 말코비치의 자아 역시 또 다른 누군가의 자아일지도 모른다.


존 말코비치가 되는 통로 입구

그러나 그릇이 바뀌어도 내재된 자아의 성향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 크랙은 맥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인형술사로서의 성공을 존 말코비치라는 영화 배우가 이루어 놓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달성하기 위해 존 말코비치의 몸 안에 상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성향은 점차 말코비치를 외형적인 면조차 크랙과 비슷하게 만들어 놓는다.

크랙은 맥신을 위해 말코비치의 몸을 빠져 나오지만, 맥신은 외형이 어찌되었건 결국 있는 그대로의 라티를 선택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그릇은 결국 그릇에 불과하다는 것을,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극 중 등장하는 인형극도 말코비치가 되는 것의 연장선 상에 있다. 인형이라는 다른 모습의 그릇을 통해 분출되지 못한 자아들을 여러 형태로 분출해낸다. 인형을 조종하며 자신이 실제로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인형의 행동과 말로 담아내는 것은 말코비치를 통해 분출해 내는 것과 유사하다.

인형극과 마찬가지로 잠재된 또 다른 자아와 욕망의 분출이라는 것 이외에도 말코비치가 되는 것은, 통제욕이라는 우리가 가진 또 다른 욕구를 투영하고 있다. 영화는 인형과 말코비치를 통해 현실에서의 억눌림에서 벗어나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꼭두각시(Puppet)에 대한 욕구를 보여준다.


존 말코비치 되기가 어떻게 이루어 지는 것인지 보여주는 포스터

[존 말코비치 되기]는 누군가의 머리 속에 들어간다는 발상으로 시작해 무겁지 않은 구성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지만, 자아의 충돌, 표출과 통제에 대한 욕구를 간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영화를 보고 나서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한 것 같다.

어쩌면 내 안에서도 숱한 자아들이 충돌해 그 중 가장 강력한 녀석만이 보여지고 이로 인해 나라는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지만, 지금 내가 가진 그릇으로는 표출되지 못한,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한 모습의 자아가 어떠한 계기로 분출될 날이 있지 않을까?

7.5층에서 벌어진 기이한 이야기로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어 좋았다.

+. 크랙은 지금 갇혀 있지만, 언젠가 딸이 성장하면 영생을 누리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정신/영혼과 싸우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상상도 해봤다.

+. 존 쿠삭도 존 쿠삭이지만, 카메론 디아즈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 이런 영화를 10여년 전 철 없던 시절에 보지 못하고 지금 보게 되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10년 뒤에 다시 보면 또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보고 지금과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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