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에반게리온:파(エヴァンゲリオン新劇場版:破, 2009)

에반게리온:파(エヴァンゲリオン新劇場版:破, 2009)
– 파괴는 진화의 시작이다


서두에 밝히건대 나는 에반게리온의 골수팬도 아니었고, [에반게리온:서]를 봤을 때도 이렇게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우연히 접하게 된 프리미엄 시사회 소식에 TV판을 본지도 최소 5년은 흘러 기억이 가물가물했고, 에반게리온이 뭔지, 파일럿의 이름과 생김새 정도만을 기억한 채 극장을 들어섰다.

그리고 11월 말, 나는 새로운 충격을 경험했다.


[에반게리온:파]는 기존의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좋아했거나, 혹은 알고만 있었던 사람에게라도 상당한 충격을 준 것 같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극장판 첫 시리즈인 [에반게리온:서]의 경우, 제목에서와 같이 Rebuild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서는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에반게리온:파]는 첫 장면부터가 새로움의 연속이다.


에반게리온 가설 5호기와 파일럿 마리

첫 장면부터 새로운 에반게리온과 캐릭터가 (정신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데,  이는 곧 신지와 이카리 겐도 사령관이 이카리 유이의 묘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새 캐릭터의 등장에 이어 기존 캐릭터들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후 [에바:서]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아스카가 드디어 극장판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갑작스러운 사도의 습격에 에바 2호기가 하늘에서 낙하하며 제7사도와 싸우는 전투신은 상당히 빠르고 박력있게 진행된다.


에반게리온 2호기의 등장

제8사도와의 전투신 역시 기존의 에바 전투신에서 느끼지 못했던 엄청난 전율을 느끼게 해준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초호기와 그 배경 음악은 볼 때마다 매번,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도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세 에반게리온의 질주신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스케일. 이러한 스케일은 영화 내내 이어지는데, 마지막 전투신에서는 건물 몇 개가 부숴지는 정도가 아니라, 도시가 없어지는 정도다.

초호기의 질주신은 개인적으로는 Best 3 장면 중 하나.


질주하는 초호기

[에반게리온:파]에서의 파격을 이렇게 하나하나 서술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랄 것 같지만, 스토리 상의 변화나 영상의 스케일과 더불어 가장 큰 파격은 캐릭터들의 변화다.

아스카의 공격적인 면은 마리라는 새 캐릭터로 나누어지고, 단절과 고립, 외로움 속에 머물던 기존의 세 파일럿들은 ‘발전(Advance)’하여 소통하고 협력하며 배려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또한 TV 시리즈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감정선 혹은 감정의 표현이 이번 극장판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요리’라는 수단을 통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전하는가 하면, 에바를 타지 않고서는 자기 정체성을 상실해버리던 아스카가 배려와 어울림, 소통을 배우고, 표정이라곤 없었던 레이가 인사를 건넨다든지 신지를 위해 사도를 향해 돌진한다든지 하는 모습은 기존 캐릭터로부터 상당한 변화다.


특히 신지의 변화는 스토리의 흐름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있던 신지는 어느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어떠한 고통이나 위험도 감수하는 소년으로 성장해 초호기를 각성시킨다.

캐릭터의 변화는 기존 스토리의 소재로 시작한 영화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에반게리온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발전된’ 캐릭터를 통해 희망을 전한다. 특히 미사토가 신지를 향해 “가라, 신지.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라고 외치는 부분에서 이번 시리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초호기의 각성은, 결국 우리를 조종하는 시스템, 사회, 혹은 내면의 그 무언가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내 의지로, 그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인간의 순수한 의지가 깨어났을 때가 아닐까.


신지의 의지로 초호기의 각성이 진행된다

사골게리온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슷한 내용을 꾸준하게 소개했던 에반게리온이지만, 이번 극장판은 그러한 여론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에반게리온을 접하고, 느낄 수 있는 세대인 것이, 그리고 [에반게리온:파]를 볼 수 있어 진심으로 행복하다.

파괴는 진화의 시작이라는 문구처럼,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에반게리온의 파괴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고 있는 에바 제작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공식 상영은 끝났으나, 서울 중앙시네마에서 1일 1회 정도 상영되고 있고, DVD가 여름에 출시된다고는 하는데 정확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 [에반게리온:서] 블루레이가 아직 발매가 안됐다니. 미국에서도 3월 발매라고 하며, 국내에서는 출시 예정이 정해지지 않을 것 같다.

+. 세 번 밖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엄청난 대사를 던져대던 카오루.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GAINAX에 있습니다*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포스팅에 사용된 스틸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있습니다. ,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Copyright © FlyingN

@A Wonder Log·마음대로 날아간 발자취

(http://wonderxlog.flyingn.net/)

 

블로그의 모든 글에 대한 저작권은 © FlyingN (Flyingneko,나는고양이)에 있습니다. 블로그 모든 문구 내용, 이미지의 무단 도용 복제 사용을 금지합니다.

 

공감, 댓글, 링크, 추천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구독하시면 더욱 편리하게 보실 있습니다.

(광고, 무분별한 비방은 임의 삭제하겠습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rror: Content is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