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멘탈 (精神:Mental, 2008)

멘탈 (精神:Mental, 2008)
– 편견이라는 커튼을 걷어낸 그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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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촬영, 편집, 제작: 소다 카즈히로 (想田和弘)


장르: 다큐멘터리
제작국가: 일본, 미국
원제: 精神:Mental

한 여자가 울기 시작한다. 의사로 보이지 않은 할아버지가 힐끗힐끗 그녀를 보며 이것 저것 적는다. 죽고 싶어서 어제 자살 기도를 했지만 죽지 않았다며 울고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다. “친구가 절교를 하자고 그랬어요…. 이전에는 제가 절교하자고 했죠.” “그럼 그 상대방과 같은 상처를 받았겠군… 나중에 이유를 물어봐. 이유를 모르는 건 괴로우니.” “괴로워서 죽고 싶어요. 남은 게 없어요.” “애를 둔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되나.” 그리고 그는 다음환자를 부르고 그녀는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선다.


친구가 절교하자고 했어요. 나에겐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유를 물어보는 건 어떨까. 이유를 모르면 괴롭지 않느냐.

정신 병원이라고 하면, 반쯤 얼빠진 표정의 사람들을 감옥 같은 독방에 가두어두거나, 심하게는 묶어놓기도 하고, 어딘가에서는 노랫소리가, 어딘가에서는 비명 소리가 들리는 삭막한 현대식 건물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 영화는 이런 것이 바로 편견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코랄 오카야마 병원은 흔히 생각하는 정신 병원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낡은 일본식 가정집에 작게 진료실이라는 푯말이 걸려있을 뿐, 무거운 쇠문이나 초초한 표정의 의사, 간호사가 바쁘게 돌아다니지 않는다. ‘종일 흡연 가능’이라고 쓰여진 대기실에는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 종일 담배만 피워대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등 제집보다 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진료실에는 이웃집에 사실 것 같은 할아버지가 조그마한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있다.

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살을 시도했거나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현실의 막중한 책임감에, 쉬지 않고 달려나가야 하는 경쟁 속에, 관계의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에 마음의 병을 얻고, 자살을 통해 현실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그런 그들을 두고 야마모토 박사(코랄 오카야마 병원 원장이자 진료의)는 거창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라고,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것,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환자들을 비추던 카메라는 진료실을 벗어나 가정 방문 도우미와 병원 접수대로 시선을 돌린다. 일본의 자립지원법에 반대하는 사람들, 줄어드는 정부 지원 등 마음의 병과 더불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마이클 무어의 [식코]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식코]의 극적인 장면들에 비해 담담하다. 판단은 관객에게 맡겨둔 채.

코랄 오카야마 병원은 진료소 이외에도 ‘파스텔’ 공방과 ‘미니 코랄’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며 갈 곳 없는 환자들이 보람을 찾도록 도와준다. 약물 치료를 할 수도 있고, 정신 상담이라는 과목으로 지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대화와 소통을, 서비스를 중시하는 야마모토 원장은 무료로 진료를 해주기도 해 정부의 지원으로 겨우 운영해나가는 상황이다. 직원들은 웃으며 우리보다 원장인 야마모토의 급료가 더 적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뒤섞이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가 궁금해지는 시점 즈음에 한 환자가 대신해서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를 찍는 목적이 무어냐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신병의 세계는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고 이야기하는 감독은 이러한 영화로 그 커튼 뒤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뜻을 넌지시 밝힌다. 그 환자는 커튼이란 건 일반인이 정신병의 세계에 칠 수도 있지만, 환자 스스로가 세계를 향해 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본인은 그러한 커튼을 걷어 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커튼, 즉 편견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정상인이라는, 건강하다는 라벨을 붙은 사람들 역시 완벽하지 않다는 것,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찾기 시작했다고.

다리를 다쳤거나 속이 아플 때 병원을 찾듯 마음이 다치거나 아플 때도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픈 곳을 찾아 적절한 치유법을 찾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형외과나 내과를 찾는 환자들과는 다르게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일반인의 눈에 쓰여진 두꺼운 색안경에,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에게 드리운 커튼에 그들은 더욱 고립되고 고통 받게 된다. 그들 스스로도 그들이 정상이 아니며, 가치 없는 존재라는 생각으로 삶의 이유를 상실한다.

감독은 그들이 병원에 모여 서로가 쓴 시와 사진들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커튼 뒤의 그들도 나누고 함께하며 웃을 줄 아는 우리와 같은 감수성을 가진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고립시키지 않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제공해줌으로써 함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살려주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할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며, 진정한 의미의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서로를 가로막고 있는 커튼을 걷어 내고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과 배려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야마모토 원장과 그의 진료소, 따뜻한 웃음의 자원 봉사자와 직원들을 통해 보여준다.

야마모토 원장과 같은 사명감은 없지만, 일반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배려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정신병 환자와 소위 말하는 ‘정상인’ 사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 아닌가 싶다.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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