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도니 다코 (Donnie Darko, 2001)

도니 다코 (Donnie Darko, 2001)
– 파멸을 향한 비정상적인 소년의 각성과 저항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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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연출/각본: 리차드 캘리(Richard Kelly)
  • 출연: 제이크 질렌할 (Jake Gyllenhaal/ 도니 다코), 메기 질렌할 (Maggie Gyllenhall/ 엘리자베스 다코), 드류 베리모어 (Drew Barrymore/카렌 포머로이), 패트릭 스웨이지(Patrick Swayze/ 짐 커닝햄)
  • 장르: SF, 미스터리, 드라마, 스릴러
  • 제작국가: 미국
  • 촬영: 스티븐 B.포스터 (Steven B. Poster)
  • 편집: 샘 바우어 (Sam Bauer), 에릭 스트랜드(Eric Strand)

[투모로우]를 비롯해, [조디악], [브로크백 마운틴], [브라더스]와 같은 작품에서 늘 만족스러운 (혹은 그 이상의) 배역 소화를 해냈던,  (최근에는 [페르시아의 왕자]에도 출연한) 제이크 질렌할이 등장한다. ‘도니 다코’라는 결코 흔치 않은 이름으로.

‘도니 다코’라. (극중의 누군가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얼핏 듣기로는 슈퍼 히어로의 이름 같은 정도로, 평범한 미국 십대소년을 대변하는 이름은 아니다. 그러나 도니 다코에게는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처럼 엄청난 재력도 없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소년일 뿐이다.

이 소년이 이 영화 내내 특별하게 다루어지는 이유는 이 소년의 애매한 능력 혹은 독특한 경험 때문이다. 이 소년은 잠든사이에 전혀 외딴 곳에 떨어져 있다가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돌아온다든지, 지붕 위로 비행기 엔진이 떨어져도 골프장에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이 들어있다든지,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괴기스러운 토끼 인형의 탈을 쓴 프랭크라는 친구와 대화를 하는 등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과 경험을 한다.

기성세대(혹은 다수)에 의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

그의 행동이나 경험은 평범하지 않다. 그는 몽유병이 있고, 방화에 대한 전과가 있다. 프랭크를 만난 그의 언행은 더욱 거칠어지고 기성 세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기성 세대들(혹은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구축해놓은 틀과 유지하기 위해 교육을 훌륭하게 활용한다. 생각을 강요하고, 감정을 획일화하며 그들의 기준에서 벗어난 행동이나 생각은 비정상으로 간주해 억누르거나 제거한다. 그들의 이중성은 치밀하게 숨기면서 절대 선(善)인 것처럼 믿고 따르게끔 가르친다.

도니의 생각이나 행동이 과격한 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비정상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성 세대 혹은 사회의 관습으로 대변되는 파커 선생이 감정을 단순히 Fear와 Love로 양분하고 어떠한 상황을 준 다음 양극단 사이에 감정의 정도를 표시를 해보라는 과제를 주자, 도니는 삶이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며, 어떻게 감정을 두려움과 사랑 두 가지만으로 구분할 수 있느냐고 반박하고 결국은 정학 당한다.

그의 방화나 일련의 사고들은 물론 ‘정상’적인 범주에서 용납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다. 그러나 도니는 그가 사는 마을의 폐쇄적인 공동체 속에서 유일하게 억눌린 욕망을 표출하고 기성 세대에 대항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도니를 기성 세대는 비정상으로 분류하고 교육과 정신과 치료로 잠재우려 한다.


프랭크, 눈동자 그리고 그의 각성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된 기이한 장면들은 이 영화가 단순한 심리 스릴러나 성장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불안정한 한 소년의 일상에 기이한 토끼 가면을 쓴 프랭크와 몽환적이기까지 한 눈동자 샷을 통해 파격을 가한다.


프랭크의 존재에 대한 해석은 영화를 본 사람만큼이나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도니의 억제된 욕구를 분출시켜주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프랭크’라는 이름은 일상에서 우연히 스쳐 지나간 이름이 무의식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다가 나타난 것이리라.

도니는 프랭크를 통해 각성하고, 폭력적으로 체제에 반항한다. 그는 그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점점 더 과격한 방법을 선택한다. 그러나 종국에는 각성을 통해 그가 모두를 파멸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파멸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도 깨어있음의 중요성을 부르짖는다.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이 프랭크의 기이한 가면보다 나을 것이 없으며, 욕구를 억누르려고 하는 외부 세력 혹은 체제에 순응하고 안주하려는 우리 자신에 의해  한쪽 눈을 잃게 되더라도 남은 한 쪽 눈으로 세상을 날카롭게 바라봐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도니와 그의 여자친구, 프랭크

영화는 토끼라는 동물이 가진 순종적인 이미지를 깨어있지 않은 사람들에 비유하며 프랭크의 가면을 통해 외형적으로 뒤틀고, 도니의 대사를 통해 일침을 가한다. 도니는 카렌 선생의 수업 시간 중 본 죽음을 앞둔 토끼들을 향해 그들에 대한연민은 불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그들은 왜 살아가는지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며 자손을 남기는 일 밖에는 모르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도니가 던진 이 대사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존의 틀에 순응해서 사는 인간들 역시 토끼와 다를 바 없는, 동정과 걱정도 필요 없는 존재라고 꼬집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의 저항은 무의미했을까?

그는 그가 살아남는 대가로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다. 각성을 통해 체제에 저항을 거듭하나 저항하지 않는 다수들 사이에서 그는 튀어나온 잡초 같은 존재였고, 결국 그가 없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도니의 저항은 기성 세대가 지키려고 했던 기반에 작은 균열을 가했다. 절대 선을 대변하던 커닝햄의 이중적인면모를 파헤치고 그에 대한 믿음을 흔들어놓는다.


도니와 카렌 선생은 극히 소수의 깨어있는 이들이었고, 결국은 거세당하고 말았지만 그들은 이러한 각성과 저항이 헛된 것이 아님을, 오히려 더 많은 이들로 하여금 눈을 뜨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것 같았다.

도니가 진정으로 시간 여행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정신병 환자에 불과한 한 소년이었을 지를 판단하는 것은 보는 이의 몫이며 이에 따른 영화의 해석 역시 개인의 자유이다. 이 영화를 통해 어떻게든 이어질 일상에서 한쪽 눈은 감겨있더라도, 다른 한 쪽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는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해본다. Wake up’

+. 제이크 질렌할의 앳되고 반항기 어린 모습과 더불어 그의 누나인 매기 질렌할이 실제 극중에서도 누나로 등장해 묘한느낌을 준다. 드류 베리모어나 패트릭 스웨이지의 출연도 반가웠다.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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