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소라닌 (ソラニン, 2010)

소라닌 (ソラニン, 2010)
– 불안한 젊음을 위한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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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노래를 한다. 두어 달 전까지 기타를 쥐어본 적도 없었을 그녀가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한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국가, 문화, 성별을 불문하고 20대를 관통하는 불안. 인생이라는 두 글자 앞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함 속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초조함으로 아슬아슬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그들. <소라닌>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고,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부딪히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는,  어쩌면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청춘과 젊음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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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한 메이코의 매일은 어제도 오늘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의미 없는 나날들의 지속에도 방향을 잃은 그녀는, 현실과의 이루어지지 않은 타협점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지낸다. 그리고 그녀의 연인인 타네다는 음악이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불안정한 하루를 지속해나간다.

“지금 인생에 만족해?”

이러나 저러나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라던 메이코는 결국 회사를 그만둔다. 그녀의 결단에 타네다는 초조해진다. 단지음악이 좋아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밴드 연습은 하고 있지만 어느 쪽으로도 마음을 정하지 못해왔던 그는 갈림길에 선다.

보이지 않는 앞날이 두렵기만 하고, 잘못된 선택에 대한 불안과 초조가 구역질 날만큼 고통스럽다.불안은 그림자처럼 젊음을 따라다닌다. 눈물로, 웃음으로 잊어보기도 하고 도망쳐보기도 하지만,  불안은 늘 그 곳에 있다.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큰 불안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

“치면 칠 수록 신나는 거야”

타네다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기타 소년에게 음악은, 혹은 연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면서도, 동시에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지 않고 소통하게 하는 수단이다. 즐거워서 시작한 음악에 온전히 빠져들고 몰두하며 더욱 불안해지지만 한편으로는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렇다. 그들은 불안하지만 움츠러들지 않는다. 재기 발랄한 그들은 신나게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며 즐거워한다. 음악은 그들의 에너지를 증폭시키고 표출하는, 그들의 마음의 창구이자 젊음 그 자체이다.

“그럼 자네의 음악은 누가 듣나?”

타네다와 그의 친구들의 밴드,ROTTI의 ‘소라닌’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자 타네다는 자신과 음악, 밴드, 메이코에 대한고민과 선택의 기로에 선다. 꿈과 현실, 그 사이에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 세운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 ‘난 뮤지션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밴드를 하고 싶었던 거야’

타네다는 고민 끝에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현실의 타협점을 ‘밴드’에서 찾는다.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있음을 인정하려 한다. 설령 한때는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더라도 말이다.

넘어가지 않는 밥을 억지로 넘기듯 자신이 내린 결론을 애써 받아 들이려고 하지만, 결국 ‘신호도 무시한 채 억지로 길을 가려다’ 사고를 당한다.

“그건 그때의 일인 거야”

– ‘음악을 하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그땐 같이 죽어 주기라도 할거야?’

무언가 시작하기 전에 늘 걱정이 앞선다. ‘만약’이라는 단어로 열려 있는 선택지를 줄여나간다. 정작 진정으로 해보고 싶었던 것도 불안의 그림자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선택지에서 사라져버린다.

타네다와 메이코는 적어도 도망치지 않았다. 음악과 노래에, 그리고 죽음과 슬픔에 온몸이 부서져라 달려가 부딪히고 넘어졌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또 한번 일어났다. 불안을 그림자처럼 달고 다니는 젊음이라도,젊음은 젊음인 거라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들과 함께라면..”

음악도, 사랑도, 죽음마저도 서로가 있어 함께 즐기고, 울고, 그리고 이겨나갔다.

불안 속에서도 놓지 말자는 두 연인의 손은 죽음마저도 초월해 그들의 마음을 이어주었다. 그의 마음은 그녀로 하여금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게 했다. 온 마음을 다해 ‘소라닌’을 부르며 그를, 그리고 어제의 그녀를 떠나 보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었다.


사랑만큼 진심 어린 우정도 서로를 보듬어 준다. 울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대신 울어주고, 함께 꿈을 노래하며 서로를위로하고 격려한다. 계산이 없는,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은 봄을 맞이하는 그들의 얼굴에 꽃을 피운다.

“내게 있어 인생이란 그냥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소라닌’은 감자 안의 독이다. 감자가 자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독. 불안이 마음에 어둠을 드리워 독이 가득 차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면, 힘겹게 싹을 틔운다.

젊음은 한 순간이다. 애써 어른이 되려 하지 않아도 20대의 반짝임은 어느 순간 끝이 나고, 불안과 고통의 시간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 ‘어른’이 되어 있다. 가정을 꾸리기도 하고,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게 된다.

불안의 그림자는 젊음에게 ‘소라닌’ 같은 존재이다. 한없이 아래로 밀어 내면서도 동시에 위를 향할 수 있는 힘을 준다.음악, 사랑, 우정, 이 모든 것이 불안이 되어 젊음을 뒤흔들기도 하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 지나갈 수 있으니 순간 순간을 그렇게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그리고 그 순간을 즐기라고, 이 영화는 젊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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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영상과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오히려 더 생각하고 더 느낄 수 있었던 영화<소라닌>. 흙이 묻은 감자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조금씩 싹을 보이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에 같이 울고 웃고 하며 위로를 받고 왔다.

지금 숨쉬고 있는 이 순간마저도 빛나는 것이 젊음이라고, 어디로 가든 주저앉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려 한다면 그 자체로도 소중한 것이라고, 그리고 함께 있어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라고, 영화는 잔잔한 호수에 물결을 일게 하듯 멈춰있던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감독/연출: 미키 타카히로
  • 출연: 코라 켄고 (타네다 나리오), 미야자키 아오이(메이코), 아라타, 키리타니 켄타, 이토 아유미
  • 장르: 드라마
  • 제작국가: 일본
  • 각본: 타카하시 이즈미, 아사노 이니오
  • 촬영: 콘도 류토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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