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리얼 스틸 (Real Steel, 2011)

리얼 스틸 (Real Steel, 2011)
– 고철더미에서 건져 올린 희망과 기적


홀로 운전대를 잡고 새벽녘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그의 표정과 Alexi Murdoch의 목소리가 참 쓸쓸했다. 로봇 액션 영화의 시작이라고 보기엔 지구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에 가득 찼던 <트랜스포머>나 인류를 위기에서 구해보겠다는 <터미네이터>와 많이 달랐다. 2020년이라는 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 성공 가도를 정주행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정착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사람이 있다.

격투기 로봇을 조종하는 전직 복서인 찰리는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로봇 격투에 참가한다. 그러던 그에게 어쩌면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들이 생긴다. 그는 양육권을 두고 거래하여 아들을 임시로 맡기로 하고 얻은 돈으로 로봇을 산다. 그의 아들 맥스는 실제로 보게 된 로봇 격투에 흥분하지만, 찰리의 서툴고도 무모한 행동에 전설의 로봇조차 망가지고 의지하던 베일리마저도 로봇에 집착하는 그를 더는 도와줄 수 없다고 한다. 하룻밤 잘 곳이 없고, 당장 몇 푼이 급한 그들은 고철더미를 뒤지다 스파링 용 구형 로봇을 발견한다. 그렇게 그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복제 기능이 있는 ‘아톰’과 복싱 연습을 하는 찰리. 찰리의 가슴 속에서도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살아난다

모두가 기적과 행운을 바라며 산다. 영화 속 기적이 나에게도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곤 한다. 계속되는 패배로 학습된 무기력함을 무모함으로 달래던 찰리의 별볼 일 없던 인생에 맥스가 나타나고, 고철 더미에서 아톰을 찾아낸다. 흔히 볼 수 없는 행운이 찾아왔지만, 찰리와 맥스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패배감에 젖어 있던 찰리가 서툴지만 맥스를 온전히 마주하며 열정을 되찾고, 원망 섞인 맥스의 눈빛이 믿음으로 변해가며 함께 기적을 만들어나가는 그 모습 자체가 희망이자 기적이었다.

<리얼 스틸>은 만남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가족의 만남을 소재로 그 어느 한 인물 힘을 주지 않고 드라마를 이루어낸다. 베일리의 체육관을 배경으로 화면 양 끝에 서있던 부자가 머리를 맞대는 마지막에서는 경기의 승패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포기하려 하는 순간 손을 잡아주는 이가 있고, 물과 기름 같이 섞이지 않을 것 같던 부자가 떨어질 수 없는 하나가 되며 기적을 만들어갈 때 보는 이들 역시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을 응원한 우리에게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응원을 건네는 이 영화는 쏟아지는 눈물만큼이나 참 따뜻하다.


요즘의 정신 상태, 특히 오늘은 극히 예민한 상태로 벼르고 갔다. 재미있다는 평이 많던데 얼마나 그런지 두고 보자며. 식상한 소재와 전개라고 하지만 억지 눈물을 끌어내지 않고 오락성과 감동을 잘 버무린 이 영화에 위로를 많이 받았다. Real Steel을 두고 겨루며 진정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던 그들. 많은 것이 다를 것 같았던 2020년에도 사람들은 이렇게 따뜻할 수 있어서, 다시금 뜨거워질 수 있어 다행이다.

***
제목: 리얼 스틸 (Real Steel, 2011)
감독: 숀 레비(Shawn Levy)
출연: 휴 잭맨(Hugh Jackman, 찰리 켄튼), 에반젤린 릴리(Evangeline Lilly, 베일리),다코다 고요(Dakota Goyo, 맥스 켄튼)
장르: 액션, 드라마, SF
제작국가: 미국
각본: 레슬리 보햄(Leslie Bohem), 리처드 매디슨(Richard Matheson) 원작
촬영: 마우로 피오레(Mauro Fiore)
음악: 대니 엘프만(Danny Elf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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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야기 하나: 카 레이싱 영화에 등장할 법한 강력한 비트의 음악과 경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연출이 로봇과 액션을 부각시키면서도, 로봇에서 지능이나 감정을 배제해 사람들의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과도한 설명이나 생략으로 관객들을 힘들게 하지 않고 등장 인물이나 줄거리를 단순하게 이끌어 간 것도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

+. 영화 이야기 둘: 휴 잭맨이나 에반젤린 릴리(미드 <로스트>에서 케이트 역할을 한 배우)의 연기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맥스 역의 다코다 고요도 대단했다. 너무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혼란을 주지 않은 데다 홉 데이비스와 같은 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 영화 이야기 셋: 얼마 전에 <아이언맨>과 서구중심주의에 대해 과제로 글을 쓴 영향에 이 영화 속에서도 몇몇 설정이 보이기는 했다. 또 다른 로봇 영화인 <트랜스포머>에서도 드러났던 일본에 대한 경계심이 곳곳에 보인다. 노이지보이나 제우스 같은 막강한 일본 출신으로 설정된 로봇이 등장하는데 결국은 조금 못생기고 뒤쳐져있지만 ‘인간적인’ 그들의 로봇 앞에 무릎을 꿇는다. 카우보이에 대한 시선도 곱지는 않다.

+. 영화 이야기 넷: 자타공인 <트랜스포머>의 엄청난 팬이었지만 갈수록 영화가 광고의 장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편하지 않았다. (세 번째 시리즈는 정말 의무감에 봤지만 대실망) 그에 비해 이 영화에서 HP가 선택한 전략은 아주 영리했다. 휴대폰, 라디오, 심지어는 라운드 피켓마저 투명 터치 스크린인 미래에 딱 한 번 눈에 보이는 크기의 ‘HP’라는 로고가 잠깐 등장한다. 억지로 집어 넣지 않으면서도 첨단 기술과 기업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 영화 이야기 다섯: 오프닝의 Alexi Murdoch를 제외하고는 Prodigy, Eminem, 50 cent, Limp Bizkit, Foo Fighter와 같은 귀에 익숙하면서 신나는 음악들을 썼다. 비트가 강한 음악에 액션이 화려하고 또 3D를 염두에 둔 억지스러운 설정도 없어 편안하게 몰입했다. 스스로는 가능한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만, 이 영화만큼은 큰 스크린과 좋은 음향 시설을 갖춘 영화관에서 보기를 권한다.

+. 음악 이야기: 영화에는 Eminem 본인의 노래 뿐만 아니라 Royce da 5’9″와 Eminem이 결성한 Bad Meets Evil이라는 그룹의 “Fast Lane”까지, 사실상 Eminem의 노래가 두 곡 등장한다. Royce가 ‘Bad’를, Eminem이 ‘Evil’을 맡고 있는 이 듀오는 해체되었다가 최근 재결성되었다.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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