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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 2011] 불면의 밤

[JIFF 2011] 불면의 밤
– 함께여서 더 즐거웠던 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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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세 번째인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에서는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불면의 밤’과 다음 날의 두 편의 상영작을 관람하고 돌아왔다.

불면의 밤‘은 주말과 휴일 0시에 시작해 세 편 혹은 5시간 가량의 작품을 상영하며 밤새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상영 프로그램이다. (국내 주요 영화제에는 이런 심야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제로 참여해 본 건 JIFF의 ‘불면의 밤’이 유일하다)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보는 묘미 중 하나는 바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과 함께 한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불면의 밤’은 그러한 프로그램 중에 핵심이 아닌가 한다. 지금의 멀티플렉스 극장에 비해 불편한 의자, 낙후한 음향이나 영상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밤새 한 공간에서 함께 환호하고 소리지를 수 있다는 것은 영화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더해 영화제를 다시금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꽤 좌석이 많은 곳임에도 앞의 몇 줄을 제외하고는 가득 찼다.

작년 첫 ‘불면의 밤’에선 서툰 체력 안배 탓에 기대작이었던 <서바이벌 오브 데드> 상영 내내 고스란히 잤던 기억에 (물론 의외의 <포비아2> 덕에 너무 즐거웠다) 올해는 무리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정을 잡았다.

비록 ‘불면의 밤’을 제외한 나머지 예매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이번 ‘불면의 밤’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들이 상영되었다.

첫 번째 상영작은 <우린 우리다(We are what we are, 2010)>라는 멕시코 영화. 첫 시퀀스 덕에 좀비 영화인 줄 알았지만 인육을 먹을 수 밖에 없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호러 영화였다. ‘카니발리즘’이라는 소재 탓에 시종일관 피와 살이 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조용하게 진행되는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샌가 그들은 동정하고 어딘가로 도망쳤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그들은 쫓는 부패한 경찰, 시장에서 그들을 몰아내는 패거리, 길거리에서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을 먹는 그들 중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일까. 태생이, 혹은 자라난 환경의 영향으로 사람을 먹어야 하는 그들은 스스로가 괴물임을 알면서도, 가족을 유지하던 울타리가 사라진 후 마주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툴게 발버둥친다.은연 중에 ‘너는 살아있다’는 쪽지처럼 그들이 살아남기를 바라는 내 스스로가 섬뜩해졌다.


<우린 우리다(We are what we are, 2010>
원제: Somos lo que hay
감독: 호르헤 미첼 그라우(Jorge Michel Grau)


 그녀의 웃음에서 작년 상영작인 <포비아2> 중 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연상되었다.

두 번째 상영작은 <트래쉬마스터(The Trashmaster)>라는 애니메이션. 게임 ‘GTA4’의 3D 엔진으로 만들어진 이 저예산 영화는 요즘 블록버스터들에 등장하는 화려한 CG 와 다르게 큰 화면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 거리의 쓰레기와 더불어 경찰이 처리하지 못한 도시의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트래쉬마스터’는 중반까지의 흥미로움을 긴장감으로 이어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덕분에 잠을 좀 자기는 했다)

마지막 상영작은 알렉스 드 이글레시아 감독의 <슬픈 트럼펫 발라드(The Last Circus, 2010)>. 늘 그렇듯 영화를 보기 전까지 영화에 대한 정보를 최소한으로 접하고 갔지만 티켓 카달로그에서의 소개로 스페인 내전에 대한 영화인 줄로만 알았다. 전쟁 영화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데다 역사에 그리 밝지 않아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더욱 놀라웠던 작품. 스페인 내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사람들의 광기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가까웠고, 그보다는 광대들의 집착과 광기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미쳐버린 사랑에 대한 영화였다. 내전의 영향으로 아버지를 잃고 비뚤어진 자의식과 음울한 환경에서 자라난 주인공 앞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서커스 단원 ‘나탈리’는 그의 소유욕과 영웅 심리를 자극하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이끈다. 소재들 간의 다소 불분명한 상관 관계를 의심할 여지도 없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이 영화는 ‘우리가 미친 게 아니라 나라가 미쳐버린 것’이라는 서커스 단원들의 외침과 미쳐버린 두 광대의 공허한 웃음과 울음으로 끝을 맺는다.


<슬픈 트럼펫 발라드(The Last Circus, 2010)>
원제: Balada triste de trompeta
감독, 각본: 알렉스 드 이글레시아 (Álex de la Iglesia)

작년 ‘불면의 밤’에서는 <포비아 2>라는 재미있는 공포 영화 덕분에 환호하고 박수 치며 매우 들떴었는데, 올해는 조금 더 진지했지만 열정 가득한 관객과 함께 할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전주를 찾게 된다면 조금 무리하더라도 다시 찾고픈 ‘불면의 밤’.  올해도 고마웠다!

***

+ ‘불면의 밤’의 휴식(간식) 시간과 홍보 대사

‘불면의 밤’에는 두 번의 휴식 시간이 있는데 첫 번째 ‘불면의 밤’의 첫 휴식 시간에는 그 해 JIFF 홍보대사가 간식을 나눠준다.작년에는 ‘무슨 연예인이야’라며 송중기를 두고도 반대쪽에서 재빠르게 간식을 받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올해는 본의 아니게 그들이 있는 줄로 나오는 바람에 정일우와 김소은이 나눠주는 간식을 받기는 했으나 좀비처럼 걸어 나오느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고서야 ‘아차’ 했다. 옆 모습이라도 아쉬운 대로.


본문 영화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현장: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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