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소년 (Le Gamin Au Velo, 2011)
자전거 탄 소년 (Le Gamin Au Velo, 2011)
– 소년에게 배운 용서
한 소년이 자전거를 찾기 위해 애타게 전화를 걸고, 빈 집의 문을 두드린다. 무슨 사정인지 소년의 아버지는 그를 두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번호 하나 남겨두지 않은 채, 소년이 있는 보육원에 연락이 없다. 사실 소년이 찾고 있는 것은 자전거가 아니라 아버지였다. 그러나 수소문 끝에 찾은 아버지라는 사람은 새 출발을 위해 소년을 다시는 보지 않겠다며 뒤돌아 선다. 소년은 낯선 후견인인 사만다의 품에서 울음을 쏟아낸다.
살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이 나를 스치고, 또 내가 스쳐 지나간다. 어떤 관계의 끈은 길게, 어떤 것은 짧게 이어지고, 자의로 혹은 타의로 관계의 맺고 끊음을 되풀이한다.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아파하기도 하며, 그렇게 또 조금씩 성장한다. 그러나 혈연은, 스쳐 지나가는 이러한 인연과는 다르다.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이 관계가 틀어질 때의 그 고통과 상처는 더욱 깊고 너무나 아프다.
무슨 연유로 이 소년은 혈육인 아버지에게 두 번이나 문 앞에서 매정하게 거절 당해야 했을까. 내팽개쳐진 소년은 고슴도치처럼 세상에 가시를 세우고 자신을 돌보려는 사람에게 난폭하게 군다. 믿고 찾던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 그를 잡으려는 손을 더 세차게 뿌리치고 비행에 가담한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나타난 사만다는 구원과 희망 그 자체다. 병원에서 자신을 아플 정도로 세게 안고 매달리던 소년에 연민을 느껴 후견인을 자청하고 그의 비행에도 거친 언행에도 조건 없는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 자신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선택의 순간에도 그를 선택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만다 덕에 소년은 사만다와 나란히, 되찾은 자전거의 페달을 굴리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소년은 용서를 구한다. 자신의 비행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한다. 분을 삭히지 못한 신문가판상의 아들은 소년을 향해 돌을 던진다. 그 돌에 맞아 죽었을지도 모를 소년을 앞에 두고 부자는 이 모든 일은 소년의 탓이라며 이야기를 꾸며대기 시작한다. 기적적으로 일어난 소년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이 매정하고 이기적인 부자를 뒤로 하고 자전거에 오른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을 기다리는 이들을 향해 페달을 굴린다.
영화의 플롯과 연출은 복잡하지 않다. 시간의 흐름대로, 보여지는 만큼의 내용이 전부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 소년이 자전거에 올라 사라질 때 영화 내내 시리던 가슴이 한번에,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뭉클함이 느껴진다. 증오와 원망이 가득 찼을 소년의 마음에 자리잡은 용서에, 스스로를 챙기기 급급한 신문 가판상 부자의 모습에 내가 숨어 있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이기적인 것이 인간의 본성인 양 이야기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기만을 강조하는 환경이, 또 우리가 스스로를 그렇게 몰아간 것은 아닐까. 자신에게 돌을 던진 매정한 세상을 용서하며 한걸음 나아가는 소년의 이야기가 주는, 용서와 연민에 대한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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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전거 탄 소년(Le Gamin Au Velo, The Kid With A Bike, 2011)
연출/각본: 장-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뤽 다르덴(Luc Dardenne)
출연: 세실 드 프랑스(사만다, Cecile De France), 토마 도레(시릴, Thomas Doret), 제레미 레니에(기 카톨, Jeremie Renier)
장르: 드라마
제작국가: 벨기에,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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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로그>
자전거 탄 소년
토마 도레,세실 드 프랑스,제레미 레니에 /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나의 점수 : ★★★★☆
아버지에게 버림 받고, 친구라 생각했던 이에게 버림 받은 소년은 철저한 타인인 사만다에 의해 구원받고,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진 매정한 세상을 용서하며 한걸음 나아간다. 단순한 이야기와 연출 속에 용서와 연민에 대한 큰 울림이 숨어있다.
+ 영화 이야기 하나. 이 영화에서 인물들의 배경이나 영화 이전의 상황은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사만다가 소년을 돕기까지의 감정 변화를 조금 더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영화 이야기 둘. 다르덴 형제가 연출한 <더 차일드>의 제레미 레니에가 소년을 버린 아버지로 이 영화에 등장한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로 데뷔해 지금까지 총 네 편의 작품에 등장한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가 될지도.
다르덴 형제의사진. 오래오래 깊은 울림이 있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많이 만들어주시길!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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