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탐구생활

코엔 형제 (3) – 바톤 핑크 (Barton Fink, 1991)

[코엔 형제]
(3) 모호한 것은 모호한 대로 <바톤 핑크(Barton Fink, 1991)>


<바톤 핑크>는 코엔 형제의 네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갱스터 무비는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라 <밀러스 크로싱>은 건너 뛰었다. 언젠가 볼 기회가 있겠지) 이 영화를 보면, 코엔 형제가 말하는 ‘재미’가 통상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연극계의 떠오르는 작가인 바톤 핑크는 할리우드의 영화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며 B급 레슬링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다. 할리우드는 그가 몸담았던 예술적 고뇌와 창작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잘 팔리는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만이 인정받는 곳이다. 바톤 핑크는 그런 시나리오를 위해 고용된 많은 작가들 중 한 명일 뿐이다. 존경하던 작가 메이휴의 비서이자 정부인 오드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만난 다음날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시체, 다가오는 마감, 바톤 핑크는 정신을 잃었다 차렸다 하며 겨우 중심을 잡는다. 자신의 옆 방에 살던 찰리는 그를 위해 시체를 처리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다. 시체의 머리가 들었을 지도 모를 상자를 앞에 둔 채 바톤 핑크는 시나리오를 써내려 간다. 쓰면서 느낀 것이지만 코엔 형제의 작품에는 사건이 참 많다. 크고 작은 사건이 실타래처럼 엉키는 데 교묘하게 이어지며 영화가 진행되는 게 신기할 정도다.


형제는 바톤 핑크를 통해 필요에 의해 소비되고 또 버려지는 할리우드 시스템과 그 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아마도 형제의 고뇌일 그것들을 보여준다. 동시에 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강조하면서도 손에 흙탕물을 묻히지 않으려는 모순과 창작은 재능이 주어진 사람들만의 특권이라는 바톤 핑크의 엘리트주의적 사고에 냉소적이다. 어찌되었든 할리우드의 시스템 안에서는 작가의 ‘영혼’이 담겨있어도 팔리지 않는다면 버려진다. 팔리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작가의 구두도 핥을 수 있다. 순수한 창작을 위해 고뇌하던 바톤 핑크는 그 곳에서 버려지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며 타협하거나 메이휴처럼 무너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곳곳에 숨어 있는 여러 소재의 상징성을 유추해보는 일은 또 다른 재미다. 찰리로 대변되는 듯한 평범한 사람의 치열한 삶은 열과 땀으로 표현된다. 열기는 점점 뜨거워져 광기에 이르는 순간 눅눅한 호텔은 화염에 휩싸인다. 각 등장 인물이 극단을 오가는 사이 영화 전체의 서사 역시 극단을 오간다. 바톤 핑크의 박스는 끝까지 열리지 않는다. 그런 게 하나쯤은 있어야 재미있지 않겠냐는 식이다. 전형적인 영화에서의 결말이나 해결 방식, 즉 박스는 열려야 하고 모든 사건은 깔끔하게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방식을 따르지 않은 이 영화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 형제는 ‘모호한 부분은 모호한 채 놔두는 게 낫다’고 말한다. 그게 그들의 방식이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듯한 바톤 핑크의 표정만큼 모호한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재미있고 신선하다.


***

제목: 바톤 핑크(Barton Fink, 1991)
연출: 조엘 코엔(Joel Coen)
출연: 존 터투로(John Turturro, 바톤 핑크), 존 굿맨(John Goodman, 찰리 미도즈), 주디 데이비스(Judy Davis, 오드리 테일러), 마이클 러너(Michael Lerner, 잭 립닉), 존 마호니(John Mahoney, W.P.메이휴)
장르: 드라마, 코미디
제작국가: 미국, 영국
각본: 조엘 코엔, 에단 코엔(Ethan Coen)
촬영: 로저 디킨스(Roger Deakins)
음악: 카터 버웰(Carter Burwell)
제작: 에단 코엔
편집: 마이클 베렌봄(Michael Berenbaum), 조엘 코엔, 에단 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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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자신들의 ‘Writer’s block’에서 시작해 <City of Nets>라는 책으로부터 영감을 받았고, <반항(Repulsion, 1965)>, <테넌트(Le Locataire, The Tenant, 1976)>를 포함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 연출작들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았다고 한다. 1991년 칸느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영화는 우연히도 폴란스키 감독이 심사위원장이었던 그 해 칸느 영화제에서 자끄 리베트 감독의 <누드 모델(The Beautiful Troublemaker, Le Belle Noiseuse,1991)>, 스파이크 리 감독의 <정글 피버(Jungle Fever, 1991)>, 데이빗 마멧 감독의 <Homicide(1991)>을 제치고 황금종려상(Palme d’Or)을 포함한 세 가지 상을 수상한다.

+ 한 감독의 연출작을 연대기 순으로 따라 가다 보면 몇 편의 영화에 걸쳐 모습을 드러내는 배우들이 있다. 바톤 핑크 역을 맡은 존 터루로(사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알게 된 배우이다)는 코엔의 전작인 <밀러스 크로싱(Miller’s Crossing, 1990)>과 이후 작품인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1998)>,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O Brother, Where Art Thou?, 2000)>에 출연한다. 찰리 역의 존 굿맨은 <아리조나 유괴 사건(Raising Arizona, 1987)>, <허드서커 대리인(The Hudsucker Proxy, 1994)>, <위대한 레보스키>,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에 출연하고 쳇 역으로 나왔던 스티브 부세미는 <밀러스 크로싱>과 <바톤 핑크>, <허드서커 대리인>, <파고(Fargo,1996)>, <위대한 레보스키>에 출연한다. 특정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또 그들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 작업이 캐스팅으로 이어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들은 우연히도 2000년 이후의 작품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조엘 코엔의 아내인 프란시스 맨도날드는 그들의 데뷔작부터 최근 작품까지 꾸준히 등장한다.)


<이레이저 헤드>를 연상시키는 포스터

<라이프로그>


바톤 핑크
존 터투로,존 굿맨,쥬디 데이비스 / 조엘 코엔
나의 점수 :★★★★☆

코엔 형제식의 냉소와 유머, 거기다 복잡한 듯하면서 모호하고 기괴한 플롯까지. 박스는 열리지 않았고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것 같지만 결국 바톤 핑크의 복잡한 내면을 그린 영화. 모호한 것은 모호한 대로 두는 게 더 낫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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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 탐구생활

– 1) 형제의 데뷔작 <블러드 심플(Blood Simple.,1984)>
– 2) [코엔 형제] 거친 가족 코미디 <아리조나 유괴 사건(Raising Arizona,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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