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북촌 방향 (2011)

북촌 방향 (2011)
별 다를 것 없는 그들의, 우리의 이야기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시작하면 나이를 먹기 시작한 증거란다. 이전까진 좋고 싫고를 떠나 다들 보니까 보거나 혹은 안 보거나. 작년에 본 <하하하>는 술을 부르더라. 웃으면서 아픈 곳을 콕 찌르고 가는 느낌. 웃으면서 한 잔 두 잔 하며 만취했다.

개봉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북촌 방향>을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영화감독 성준은 지인 ‘영호 형’을 만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다. 내용이라 할 것은 그 정도이다. 술이 잔뜩 취한 성준은 헤어진 옛 연인을 찾아가 엉엉 울고, 다시는 보지 말자, 사랑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며 뒤돌아서 나온다. 그러면서 함께 술자리를 같이 한 보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눈 오던 날 밤, 술김에 옛 연인을 닮은 술집 주인과 키스를 한다. 잘난 것 하나 없으면서 남에게 훈수를 두고 옛 기억을 끄집어 내어 섭섭함을 쏟아낸다. 한심하다 하면서도 술김에, 분위기에 한 번 쯤 해봤을 법한, 있을 법한 일들이다. 뜨끔.


일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복잡한 인과 관계로 얽혀 있지만 우연이라는 단어로 간단히 정리해버린다. <북촌 방향>은 스쳐 지나가는 이러한 우연의 인과 관계를 천천히 따라 간다. 그 안에 작용하는 다양한 감정들과 상황, 극적이지 않은 사건들을 보며 별 다를 것 없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거칠게 움직이는 카메라의 줌이 포착하는 얼굴들이 참 자연스럽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 저런 사람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여튼 그 놈의 술이 문제이다.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일도 술김에, 취기에 벌어진다. 스크린 속 그들의 언행에 웃다가도 뜨끔하기도 하지만 그들도,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안도감에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섰다. 코끝이 시려오는 바람에 괜히 뜨끈한 국물에 정종이라도 한 잔 마실까 하며 두리번거리다 지나가는 이들의 오가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영화적 판타지가 주는 쾌감에 주력하기 보다는 일상적인 일을 조명해 되려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인 것 같다.  


***
제목: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감독: 홍상수
출연: 유준상, 송선미, 김보경, 김상중, 김의성
장르: 드라마
제작국가: 한국
제작: 전원사
***

+. 고현정이 출연한다. 고현정이랑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이더라. 멍하게 응시하는 그 표정이 자꾸 생각난다.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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