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언즈 (Minions, 2015)> – 기승전 미니언! http://flyingneko.egloos.com/4091848 노란 알약처럼 생긴 ‘미니언‘은 애니메이션 <슈퍼 배드> 시리즈의 슈퍼 악당 그루를 돕는 (주연급 조연) 생명체다. <슈퍼 배드>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소 괴기스럽기까지 하다고 하나, 잘 키운 캐릭터 열 영화 안 부러울 정도로 전세계에 걸쳐 매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이번 <미니언즈> 개봉을 앞두고 맥도날드와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벌였는데 – 유니버셜로도 손에 꼽히는 규모라고 한다– 평일 오후 3시에 해피밀 토이를 얻기 위해 줄을 선 인파들을 보면 그 인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미니언즈>는 근원도 정체도 모호했던 미니언들에 대한 이야기며, <슈퍼 배드>의 스핀 오프이자 프리퀄이다. 때는 지구의 탄생. 세포가 분열하며 생명체가 만들어질 때 즈음 미니언들의 역사도 시작된다. 물 속에서부터 가장 센 악당을 쫓아 다녔던 그들은 공룡부터 뱀파이어, 인류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보스를 거친다. 그러나 천진난만하고 충성스러운 그들의행동은 본의 아니게 보스들을 단명하게 한다. 미니언들은 정착해 자신들만의 문명 개화를 시도하지만, 본질적인 물음에 답을얻지 못한 채 시들해져 간다. 케빈을 비롯한 세 미니언은 종족 구원을 위한 새로운 보스 찾기에 나서고, 그들의 모험담은 망망대해에서 미국으로, 그 곳에서 만난 최초의 여성 악당 ‘스칼렛‘을 따라 영국으로 이어진다. 영화마다 제작 의도나 목적이 있기 마련이고, 애니메이션이라면 특히 그 대상이 대체로 어린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교훈이나꿈과 희망을 준다는 목적성이 뚜렷한 편이다. 권선징악적 구조를 취하거나 크나큰 시련도 선의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가 된다. 그에 비해 <미니언즈>는 여러모로 모호하다. 캐릭터들의 좌충우돌이야 그렇다고 쳐도, 존재의 목적이 ‘악당‘을섬기는 것이라니. 밝은 색감과 그보다 더 밝은 순진무구한 표정 일색이지만, 그들은 나쁜 짓을 일삼는 악당을 쫓아다니고 물건을 훔친다. ‘악당 찾아 삼만리‘라는 미니언들의 모험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존재의 본질에 충실했던 그들은 나라도 구하고, 새로운 보스도 찾게 된다는 것 정도? 그렇다. 파고 들어봐야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는 애니메이션의 목적은 교훈이 아니다. 미니언들의 귀여움을 뽐내기 위한 영화이자 팬심에 대한 답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발이 보이지 않게 어디론가 늘 달리고, 소화전에 작업을 걸거나 알아듣지못하는 무언가를 웅얼거리는 그들이 그저 귀엽다. 코믹콘에서 착안한 ‘Villain-con’이라든가, 1960-70년대의 미국 문화와 뉴욕, 차, 여왕, 웰시 코기를 비롯한 영국 문화에 대한 묘사 등 아는 사람은 더 보이는 디테일 묘사는 덤이다. 무언가를 보거나 읽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은 강박일지도 모르겠다. 즐거움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절대선도 악도 없는 이 모호한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니 러닝 타임 내내 쉴새 없이 움직이는 미니언들덕에 키득거리기 바빴다(특히 개봉 당일 저녁 극장을 가득 채운 팬심이 함께라 더 즐거웠다). 극장 스크린에서 미니언의 질감(?)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교훈, 탄탄한 구조나 스토리의 개연성 등을 떠나 어찌됐든 즐겁게만 보면 되는, 기승전 미니언!이다. 바나나(& 피스)! *** 제목: 미니언즈(Minion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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